2020. 7. 31. 09:25ㆍ숲에 관하여/숲, 평화, 생명, 종교
■ 전국 시민환경단체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문
"공급확대 핑계로 그린벨트 한 평도 훼손하지 마라.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20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개발제한구역 (이하 ‘그린벨트’)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정부·여당·청와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자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어 그린벨트 논란이 당장은 일단락 지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대안으로 언급된 태릉 골프장 부지 역시 개발제한구역이며,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 고양 창릉지구 등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역시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ㆍ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중요한 미래자산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정책에 밀려 번번이 파괴되었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규모 그린벨트를 허물어 판교, 위례, 마곡, 광교 등 2기 신도시를 개발하여 수십만 채를 공급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는 1,560㎢의 그린벨트를 전국적으로 해제했다. 또 정부가 2009년 자치단체 권역별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배정했는데, 수도권은 이미 2019년 말에 배정된 총량 27.8㎢를 초과 해제했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해제한 결과, 공기업 땅장사와 건설사 집 장사 등으로 집값만 상승했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은 5% 수준이며,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정작 정책에서 설정한 실수요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오래전부터 입증된 것이다.
인류는 최근 수년간 사스, 메르스,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19 팬더믹까지 전례 없는 원인불명 전염병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또 기후 위기와 미세먼지는 사시사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재앙 속에 시민들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도시 속 녹지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숲세권’ ‘산세권’ ‘공세권’ 등의 부동산 용어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숲과 공원의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도시공원일몰제를 핑계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개발을 부추기고, 이어 개발제한구역 해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통해 도시생태 축을 복원하겠다고 당당히 밝힌 도시 숲 조성은 6㎢에 불과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집값을 낮출 의지가 있다면 환경을 파괴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아닌 다주택자들이 사재기한 주택이 주택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폐지, 재벌법인 토지 보유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투기근절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만큼 환경 파괴식 대규모 신축공급이 아닌 공영개발을 통한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토지가 아닌 건물만을 분양하면 평당 500만원에도 충분히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저렴한 새집이 도심 적재적소에 공급될 때 주변 집값도 내려갈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천만 서울시민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용적률 완화 역세권개발로 공급된 청년 주택은 시세 수준의 비싼 임대료, 낮은 공공임대주택 비중으로 민간업자에게만 막대한 수혜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시와 SH공사 등 공공이 직접 역세권을 공영개발하여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 서울의료원 부지, 위례신도시 등 아직 보유하고 있는 국공유지는 한 평의 토지도 민간에 팔지 말고 모두 공공임대주택 또는 평당 500만원대 건물분양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으로 전국의 5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단순히 서울 집값이 아닌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면적은 전국의 12%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88% 면적의 지방인구보다 많을 정도로 수도권 초집중화가 심각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정책은 또다시 서울과 수도권의 외연을 넓히고 수도권으로의 과밀과 집중을 부추기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지방 도시의 인구감소가 장래 큰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국토 균형 개발을 위해서는 지방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책 개발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수도권의 주택공급정책 등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유발하는 정책은 오히려 집값 안정에 역행하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토를 수도권으로 한정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정부는 판교, 위례 등 투기 조장, 집값 상승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게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정부의 무분별한 땜질식 정책 남발로 서울 아파트값이 3년 사이 한 채당 3억 원 가까이 폭등했다. 스무 번 넘게 ‘땜질식’ 부동산대책을 남발하는 것도 모자라 그린벨트를 두고 오락가락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실장 등 정책 담당자를 즉각 문책해야 한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미래 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그린벨트를 보전하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공급확대 핑계로 그린벨트 한 평도 훼손하지 마라.
둘째,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섰음에도 수도권 초집중화 부추기고 국토 균형 개발 역행하는 그린벨트 해제 통한 공급확대 중단하라.
셋째. 부동산 실책, 집값 상승 조장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하라.
넷째,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제시하라. 지난 10년간 다주택자가 사재기한 250만 채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특혜폐지,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평당 500만원 대 건물분양 주택을 공급하라.
다섯째. 그린벨트는 개발유보지가 아니다.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그린벨트 정책의 기본부터 다시 점검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그린벨트 업무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하라.
2020년 7월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균형발전국민포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녹색교통운동, 녹색미래, 녹색연합,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불교환경연대,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 (사)생명의숲, 생태보전시민모임, 생태지평, (재)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세입자협회,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전국세입자협회, 지방분권전국회의,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참여연대, 초록바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도시연구소,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이상 가나다순, 2020. 07. 21. 현재)
"그린벨트 보존은 당연…국토균형발전 고민해야 할 때"
권라영 / 기사승인 : 2020-07-21 17:46:21
경실련·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29개 단체 기자회견
3기 신도시 위한 그린벨트 해제 비판…"공공성 높여야"
"태릉골프장 활용도 그린벨트 보존 취지에 어긋난다"
시민사회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 결정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29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이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장기적 비전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안으로 언급된 태릉 골프장 부지 역시 개발제한구역이며,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 고양 창릉지구 등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역시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등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는 1560㎢의 그린벨트를 전국적으로 해제했다"면서 "정부가 2009년 자치단체 권역별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배정했는데 수도권은 이미 2019년 말에 배정된 총량 27.8㎢를 초과 해제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으로 전국의 5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단순히 서울 집값이 아닌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수도권의 주택공급정책 등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유발하는 정책은 오히려 집값 안정에 역행하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토를 수도권으로 한정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확대를 중단할 것 △부동산 실책, 집값 상승 조장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할 것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제시할 것 △국토교통부의 그린벨트 업무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할 것 등을 요구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최봉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각종 법규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서 "우리가 아무리 개발제한구역을 지키려고 해도 법에서 이미 해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현재 제도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 개발제한구역은 그 모습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그러한 부분들을 모두 다 개선해서 앞으로 개발제한구역은 그 목적을 영원히 지켜갈 수 있고 미래 세대들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 "3기 신도시의 개발 방향도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만큼 공공성을 가장 높이는 방향으로 해서 개인적인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국민적 요구를 꼭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의원은 "문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 미래 세대에 그 결정을 남겨둔 것은 다행한 일"이라면서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계속 발생했던 문제점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서울 수도권에 계속 집중투자하면서 국토 불균형 발전이 심화되고 있다 "면서 "국토균형개발, 지방분권화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국공립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행정수도 기능을 이전하면 이미 개발돼 있던 부지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위원은 "서울시는 최근 100년간 기온이 평균 2.4℃ 상승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 엄청난 기후변화"라면서 "개발제한구역은 농지, 산지 할 것 없이 도시의 과밀과 확산을 막는 방법이며 또한 도시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그린벨트 보존원칙은 당연하다"면서 "이것은 서울만이 아니라 그린벨트 제도 자체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택공급지로 거론되고 있는 태릉골프장에 대해서는 "실제 주택공급지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공원으로 조성하면 좋지만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겠다, 그것도 분양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그린벨트 보존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상임대표는 "수도권 위주 성장 개발 정책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계속 잇따라 남발되고 있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균형발전정책은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듯 내던지는 그런 정책이냐"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선진국이 이미 오래전에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한 것이고 충분히 검증됐다"고 말했다.
최재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헌법 제35조의 환경권과 제122조의 국토균형개발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헌법상 의무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그린벨트를 미래세대의 자산이라고 보호한다는 문 대통령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시킨 3기 신도시 주택공급사업,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최진우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정책위원장은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 대부분도 그린벨트인 개발제한구역"이라면서 "문 대통령에게 서울의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되는 땅이고 경기, 인천의 그린벨트는 막 개발을 해도 되는 땅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 대장지구의 대장들녘은 한강과 연결된 논 습지로 다양한 야생생물이 공생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땅"이라고 소개하면서 "코로나19 이후, 특히 생명과 공생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농업공동체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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