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공화국의 비극--뤽 폴리에 지음, 안수연 옮김, 에코리브르

2020. 3. 2. 10:04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뤽 폴리에 지음, 안수연 옮김, 에코리브르

적도 부근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 나우루공화국은 20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이를때까지 "매우 잘" 살았다. 새똥과 뼈로 이뤄진 "인산염"이 풍부한데, 매우 순도가 높아서 비료로 인기가 좋았다. 태평양 전쟁 이후 신탁 통치를 받다가 독립하여 인산염을 수출하는 국가로 "매우 호사스럽게" 살았는데, 인산염 재고가 떨어지고 국제적으로 화학 비료가 퍼지면서 최부국에서 최빈국으로 전락하였다. 21세기 들어 인산염 수요가 다시 발생하여 그나마 좀 버틸만한데, 풍요로운 시대에서 빈한한 시대로 떨어진 나우루공화국을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리 길지 않은 책이고 또 그다지 복잡하지 아니한 내용인지라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표지에 "자본주의 문명"이 최부국 나우루공화국을 "파괴"했다고 했는데, 정작 나우루공화국을 파괴한 건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한 나우루공화국의 집권자들이 아닌가. 이들이 국민들을 과소비하게 만들고 일 하지 않도록 유도한게 아닐까 싶다. 갑작스럽게 부유하게 되면 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 속에서 허덕이게 된다.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은 분수에 맞지 아니한 부를 가졌기 때문이리라. 

사족으로, 21세기 들어 재건을 위해서 40대 청년들이 노력을 하는데, 빨래와 가사도 못해서 옆 나라에 배우러 간다는 게 한편으로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인간이 편안함을 추구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놀랍기도 했다.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지구에서도?



남태평양에 위치한 미크로네시아는 약 600여 개의 작은 섬나라로 이뤄진 연방 공화국이다. 이곳에 속한 수많은 섬나라 중 나우루공화국이란 곳이 있다.

면적 21㎢의 조그마한 나우루공화국은 한때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 달러에 육박했던 화려한 과거를 자랑한다. 인광석 덕분이다.

인광석에 함유된 인산염은 최상급 비료의 재료로 쓰인다. 나라 전체가 거대한 인광석 채굴장이나 마찬가지 수준이었던 나우루공화국은 졸지에 벼락부자가 된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인산염이 고갈되자 나우루공화국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게을러진 생활습관과 그로 인한 비만뿐이다.

인류 문명, 붕괴 확률 75%?

나우루공화국의 이야기는 하릴 없이 자원을 낭비한 문명의 결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만약 이 이야기가 작은 섬나라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면?

문명은 인류에게 번영을 가져다주었고,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문명은 필연적으로 자원을 소모하고 그로 인해 변화를 불러온다.

최근 이런 관점에서 우주 문명을 고찰한 연구가 있어 화제다. 미국 로체스터대의 천체물리학자 아담 프랭크 교수가 우주생물학(Astrobiology) 저널에 게재한 ‘The Anthropocene Generalized: Evolution of Exo-Civilizations and Their Planetary Feedback’ 논문이다.

사진 1. 문명이 붕괴하는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외계 문명도 우리와 비슷한 문명 붕괴 단계를 거칠까? (출처: shutterstock)

프랭크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자원을 소비하는 문명의 미래가 4가지 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4가지 중 3가지는 나우루공화국과 비슷한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세 모델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문명 발전→인구 및 기온 상승→인구 정점→몰락(문명 붕괴 or 소멸)이라는 테크트리를 탄다는 것이다. 프랭크 교수에 따르면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넷 중 하나인 연착륙(Sustainability) 모델이다. 문명 발전→인구 및 기온 상승까지는 다른 모델과 일치하지만 그 이후의 대응이 다르다.

지속적인 자원 소비가 문명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깨달은 문명인들은 지속가능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인구 역시 폭발적인 증가세를 벗어나 적정 수준에서 머문다.

지구 자원, 과연 언제 고갈될까?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어떤 길일까? 일단 문명 발전→인구 및 기온 상승까지는 정확하게 프랭크 교수의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인구 정점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나 조만간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준까지 늘어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탄소 중심 문명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인 석유기업 BP(British Petroleum)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석유 확인매장량은 약 1조 6976억 배럴로 추산된다. BP는 현재 수준으로 석유를 소모했을 때 약 50년이면 석유가 다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천연가스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은 186.9조 입방미터로 약 53년간 채굴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50년 후 자원이 똑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원의 사용 효율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 또 셰일가스처럼 기존에 채굴을 못했던 자원을 발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장 큰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문제는 온난화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역시 중요한 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작년 10월 발간한 온실가스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750년대 당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 불과했다. 불과 250년 만에 120ppm이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갈수록 더 상승할 것이다.

사진 2. 이제는 한 문명만의 붕괴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노력할 때다. (출처: shutterstock)

물론 과학기술로 온난화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다. 지구공학자들은 태양반사율을 높이거나 온실가스를 제거해 온난화를 해결하려 한다.

지구공학은 온난화를 해소하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여럿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인공 나무를 만들고, 바다 속 플랑크톤을 활성화시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는 등이다. 대담하게 지구 바깥에 거대한 우주 거울을 설치하자는 발상도 있다.

다만 실질적인 효능이 얼마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기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행위 자체가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온난화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화석연료에 기반한 탄소문명 자체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 길은 현재의 편리함을 다소 포기해야 하는 지난하고 귀찮은 길이 될 수도 있다. 육식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타고, 여름엔 좀 더 덥게, 겨울엔 좀 더 춥게 지내야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올 여름 모두가 깨달았듯이 온난화는 이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명한 위협이다. 과학자들에게만 인류 문명의 미래를 맡기기엔 붕괴(collapse), 소멸(die-off)의 길은 넓고 연착륙의 길은 좁다.

글: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