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4대강의 다큐이야기 --김종술

2018. 8. 8. 10:19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강은 살아있고,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전 국토에 걸쳐 이루어진 사업이었고, 시행 전부터 진행 과정까지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상 한두 가지는 누구나 갖고 있을 터, 청보리밭처럼 푸르게 물든 녹조라떼 강물, 처음에는 이름을 부르기도 어려웠으나 어느새 익숙해진 이름 큰빗이끼벌레 같은 장면이 대번에 떠오른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구체적인 과정과 오늘의 상황 그리고 이후 벌어질 일은 얼마나 알려졌을까.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이 워낙 거대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행히 2009년 사업 초기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거의 매일 금강 주변을 탐색하고 기록한 이가 있으니, 바로 '금강요정'이라 불리는 시민기자 김종술이다. 그는 생명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 금강을 너무 사랑했기에 금강이 망가지는 모습을 그대로 둘 수 없었고, 때로는 몸으로 때로는 글로 4대강 사업을 막고 알리고 바로잡으려 애썼다. 이 책은 강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이를 그저 바라보며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바쁜 사람들, 그럼에도 다시 희망을 전하는 강의 생명을 차례로 전하며, 엎지른 물의 일부라도 다시 담으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간과 강이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전한다.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낀 기록이고, 그 기록에 바탕한 자명한 방향이기에, 진실에 비친 현실이 더욱 참담하고, 절망을 딛는 희망이 훨씬 생기 넘친다. 강은 지옥을 견디며 여전히 살아있고, 그렇기에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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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닫혔던 금강의 수문이 열렸다.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4대강 16개 보 중 겨우 몇 개의 수문이 열렸을 뿐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금강에 터를 잡고 살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금강에 나가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변화를 기록한 취재기이다.

말 못하는 새와 수달, 오리의 편에 선 ‘시민’ 김종술과,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한 사업을 밀어붙인 ‘거대권력’ 이명박 대통령의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김종술 기자는 모든 언론이 떠난 자리에 남아 이명박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이 저지른 사건들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 때는 정부가 발표한 물고기 사체의 수를 일일이 확인하고, 건강에 무해하다는 환경부의 주장대로 녹조로 뒤덮인 강물을 직접 마셔보기도 한다.

4대강 공사로 갈아엎은 땅에 사는 농민들과 어민들을 찾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먹고살기가 좋아졌는지 묻기도 한다. ‘사업’의 명목으로 쏟아부은 수십 조원의 혈세와 그 혈세로 파괴된 것들, 그리고 그 파괴된 것들을 은폐하려는 기묘한 행정과 언론 플레이들을 낱낱이 고발한다.




첫문장
강변 모래톱은 나의 휴식처였다. 지역신문 기자를 하면서 화가 나거나 힘이 빠질 때면 무조건 강으로 뛰어갔다.



: 이 책은 강이 죽으면 연쇄적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를 확실히 깨닫게 만들어드립니다. 어찌나 묘사가 생생한지 여러분의 방 안에서도 마치 금강 기슭을 걷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 언젠가 그의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였다. 그가 차분히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 모습을 이야기했다. 기자의 의무감,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대한 분노 이전에, 그가 정말 금강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대상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슬픔, 그것이 김종술의 힘이었다.
전진식 (<한겨레> 기자)
: 그는 저널리즘을 모른다. 책 펴들고 배운 적 없다. 강물에 젖은 옷, 눈물로 빤 손수건, 강변 흙 묻은 신발, 무릎에 날마다 붙이는 파스, 그리고 그가 쓴 1,000여 개 기사. 그것들만이 그를 증거한다. 그는 리얼리즘이다.




최근작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소개 :


한겨레출판   
최근작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체공녀 강주룡>,<마음성장학교>등 총 333종
대표분야 :한국사회비평/칼럼 1위 (브랜드 지수 260,667점), 에세이 9위 (브랜드 지수 385,514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0위 (브랜드 지수 250,996점)


“적어도 그대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처하신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이 책이 4대강의 팩트입니다.” _이외수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대수냐?”
“녹조 좀 생긴다고 호들갑이야!”
죽어가는 금강에 대한 기사를 쓰면 한두 개씩 악플이 달렸다.
생명의 연결고리를 모르는 무지렁이의 말이다.
강에 사는 뭇 생명들의 죽음 뒤에는 바로 우리,
인간이 위태롭게 서 있다.

월급 받는 기자도 아니고 그냥 시민기자,
‘금강요정’ 김종술 씨의 좌충우돌 4대강 취재기


개고생 취재에 나선 기자가 있다. ‘금강요정’이라 불리는 김종술 씨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되고 2010년, 굉음을 울리며 쳐들어온 중장비들이 공주시 백제 큰다리의 바위덩어리 보호공을 잘라버렸다. 강물을 가로막고 있던 돌무더기가 무너져내리자 갑자기 본류의 수위가 낮아졌다. 겨울잠에 빠졌던 물고기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모래무지, 누치, 끄리, 마자, 피라미, 붕어, 잉어 등 물고기 수천 마리가 물 빠진 모래톱에 허연 배를 드러내고 죽어갔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재해의 시작이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계약직 금강지킴이의 눈물이 터졌다. 서러움에 북받친 그는 ‘죽어가는 물고기 세 마리를 살리려고 집으로 옮겨서 애쓰고 있는데… 금강에 나올 때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있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았다. (…) 그날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썩은 내가 풍기는 강변에서 나 혼자 살아 있다는 것이 악몽이었고 치욕이었다. _86쪽 〈물고기 떼죽음: 열흘의 기록〉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이어졌다. 규모가 수십 만 마리에 달했다. 강변에 방치된 물고기의 사체에서는 침전물이 흘러나왔다. 구더기가 들끓고 강물이 썩었다. 물고기 주검들 사이에서 노숙을 하며 열흘을 취재했다. 현장은 그가 난생처음 겪은 생지옥이었다. 취재를 마치자 밤마다 가위에 눌렸다. 악몽에서 깨면 두통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괴롭고 힘들었던 것은, 물고기 떼죽음 기사에 달린 악플과 매일같이 걸려오는 항의전화였다. 팔도의 욕지거리를 다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가 기사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김 기자야말로 금강을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요정이다. 보지도 않고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92쪽).” 그러자 거짓말처럼 악플이 사라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금강요정’이라 부른다.



“나는 기록한다, ‘탐욕의 사업’이 재연되지 않도록”
#4대강은_누구의_탓인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10만~20만 원. 차량 기름이 떨어질 때면 대리운전도 하고 ‘노가다’도 뛴다. 전 재산 5,600원이 남았을 때는 강가에서 풍찬노숙을 하다가, 4대강 사업이 탄생시킨 괴생명체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해 특종을 터뜨렸다(125쪽 〈5,600원어치 취재〉).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금강”에 터를 잡은 4급수 최악의 오염지표종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 녹조를 전해주려고 유리병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는 끝내 경호원들의 철통 경비에 막혀 그를 만나지 못했다. “저들은 골리앗, 나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새와 수달, 너구리, 오리의 편에 선 다윗이었다(34쪽).”

지난 2009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닫혔던 금강의 수문이 열렸다.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4대강 16개 보 중 겨우 몇 개의 수문이 열렸을 뿐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금강에 터를 잡고 살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금강에 나가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변화를 기록한 취재기이다. 말 못하는 새와 수달, 오리의 편에 선 ‘시민’ 김종술과,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한 사업을 밀어붙인 ‘거대권력’ 이명박 대통령의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김종술 기자는 모든 언론이 떠난 자리에 남아 이명박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이 저지른 사건들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 때는 정부가 발표한 물고기 사체의 수를 일일이 확인하고, 건강에 무해하다는 환경부의 주장대로 녹조로 뒤덮인 강물을 직접 마셔보기도 한다. 4대강 공사로 갈아엎은 땅에 사는 농민들과 어민들을 찾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먹고살기가 좋아졌는지 묻기도 한다. ‘사업’의 명목으로 쏟아부은 수십 조원의 혈세와 그 혈세로 파괴된 것들, 그리고 그 파괴된 것들을 은폐하려는 기묘한 행정과 언론 플레이들을 낱낱이 고발한다.

“때때로 괴물들과 싸우면서 나 또한 괴물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홀로 강변에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뱀에 물리고 공사 인부한테 두들겨 맞으면서도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 추악한 삽질을 세상에 알리다 몸이 망가지고 마음이 찢어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경제적 재앙이 남아 있었다. 텅 빈 주머니, 매일 시달리는 빚 독촉에 모든 걸 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_228쪽 〈나는 왜 환경전문 기자가 되었나?〉

더는 길이 없다 싶을 때, 그와 함께 4대강을 취재하는 ‘4대강 독립군’들이 힘을 보태어 다음스토리펀딩을 시작했다. 그의 사연이 널리 알려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후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 씨가 그를 찾기도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2017년 출간)에 4대강을 죽인 자들을 응징하는 기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김종술 기자가 모델이라고 했다(216쪽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이외수가 작가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대한민국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적어도 그대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처하신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이 책이 4대강의 팩트입니다. 이 책에 4대강의 가감 없는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부정과 불의를 혐오하고 상식과 정의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열정과 영혼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_9쪽 〈이외수 추천의 글〉


자연의 권리, 생명의 연결고리, 그 생태계의
원리를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일에 대하여


김종술 기자가 지난 2016년 세종보를 찾았을 때다. 보 하류에 하얀 기름띠가 흘러내렸다. 기름띠 주변으로 물고기들이 머리를 쳐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저거 기름이 아닌가 물었다. 기름인데, 친환경이라고 했다. 기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기름통에 적힌 빨간색 경고문구를 확인했다. ‘삼키면 유해함.’ 기자는 그들이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로 기름을 빨아들일 때까지 내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에게는 기사를 쓰는 일보다 환경이 파괴되는 상황을 중단시키는 게 시급했다(239쪽 〈숨겨질 뻔한 기름유출사고〉).

그를 움직이는 것은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분노만도 아니다. ‘한낱’ 강변 모래톱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 금강 새들목에 발을 내딛던 날을 기록한다(27쪽 〈새들목에 생긴 일〉). 해질녘 무리를 지어 쉼터를 찾아가는 백로의 몸짓에 넋을 잃었다. 죽은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도 들렸다. 고라니는 환약처럼 생긴 까만 똥을 쌌다. 강변 모래톱에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잠이 들면서, 모래가 내 몸만 정화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가늘고 고운 입자의 모래는 물의 오염을 걸러내는 필터다. 그는 자연을 글이 아니라 몸으로 배웠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은 글로 쓰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글은 꾸밈없고 절실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순수하게 경탄하고, 이름 모를 풀과 꽃, 야생동물과 인간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생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기자의 취재기로만 머물지 않고, 자연 그 자체를 보여주는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가 된다. 기자는 말 못하는 자연의 변호인임을 자처하며, 자연의 권리와 생명의 연결고리를 모르는 일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가와 국민은 수동적으로 환경보전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국가는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자연에도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줘야 한다.” _320쪽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1979년 미국 환경단체가 제기한 ‘팔릴라 소송’에서 법원은 “하와이의 희귀조인 팔릴라도 고유한 권리를 지닌 법인격으로 법률상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에콰도르 헌법은 “자연은 헌법이 명시한 권리들의 주체”임을 선언한다. 김종술 기자는 대한민국이 말뿐인 환경권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 미래가 담긴 새로운 환경권을 제시한 헌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땅에 다시는 ‘4대강 사기극’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강은 그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은 물안개의 강이자 백로와 고라니의 강이며 사람의 강이다. 예전처럼 다시 살아날 강을 기다리며 강의 변화를 기록한다. 강이 깨어나면서 숨을 토하는 하얀 새벽 강가에서 나는 지금도 공존의 강을 꿈꾼다. 강에서 살아가며 강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며 강으로의 ‘소풍’에 동참할 것이다. 이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_328쪽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