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지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복지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데 힘을 싣고자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케어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주거비, 보육비, 의료비 등 생활형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공급확대·세입자보호 등으로 주거부담 완화
서민과 중산층 보호를 기치로 내건 한국당은 집주인의 채무로 인해 집을 처분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전세금반환보증보험료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3억원 이하의 아파트·다세대·단독주택·오피스텔을 대상으로 1억원 기준 1년 보험료를 5만원으로 하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맞벌이부부,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의 1인가구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40% 할인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전세가 상승과 월세 확대 등으로 주거비부담이 커지고 있는 세입자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별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할당제 실시를 주요 주거 정책으로 내놨다. 지자체별로 공공임대와 사회임대주택 공급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하게 한 후 공급성과에 따라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민주평화당은 무주택 세입자와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택·상가 임대료의 인상 한도를 1년 5%에서 2년 5%로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세입자가 재계약을 원할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돕도록 계약 갱신권을 강화해 소득 안정도 꾀했다.
정의당은 공공택지의 민간매각을 중단시키고 건축비 또한 시장가격을 기초해 거품을 뺌으로써 공급가를 대폭 낮춘 이른바 '반값 임대주택'을 확대해 매년 15만호 이상을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소형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한편 월세거주자의 경우 부모의 세액공제를 확대해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육아휴직제도 확대로 보육부담 줄인다
(사진=PHR 제공)
민주당은 만3~5세 유아에게 제공하는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 지원해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 상태인 국공립 어린이집 또한 단계적으로 현재보다 40%를 더 늘리는 한편 2022년까지 고교무상교육 완성, 중산층 이하 가정까지 실질적 반값 등록금 혜택 확대 등을 통해 교육 전 과정에 대한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한국당은 보육 부담 완화를 위해 현행 최대 5일까지 가능한 아빠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최대 한 달까지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육아휴직의 분할 횟수를 현행 1회에서 3회로 늘리는 한편 부부 동시 육아휴직 가능, 부부합산 2년 사용 후 3개월 추가 부여 등 육아휴직의 이용 여건도 대폭 완화했다. 산후조리원 이용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담보하기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또한 제시했다.
바른미래당도 같은 자녀에 대한 부부 동시 육아휴직 사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함은 물론 1년의 육아휴직을 마친 직후 1년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연이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육아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한부모 가정은 자녀 1인에 대해 2년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보장할 방침이다.
평화당은 공공산후조리원을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에 최소 1개소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한편 지자체가 지역별로 최적화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사회서비스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모든 아파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정부가 직접 설치하고 민간아파트는 국공립으로 전환할 경우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현재 핀란드가 도입하고 있는 마더박스(Mother Box)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마더박스란 체온계, 침구, 수유제품 등 육아에 필요한 물품을 종합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핀란드는 100만원 수준의 최고급 육아용품을 출산가정에게 제공하고 있다.
◇보험 급여·검진 확대로 의료 사각지대 축소…지역 불균형도 해소
(사진=청와대 제공)
비급여의 급여화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최근 수요가 급증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비용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치매의 경우 정부가 직접 치료를 책임지는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피시술자가 늘어나고 있는 임플란트의 본인부담금 인하 등도 공약에 담았다. 한국당은 자살자가 있는 가정을 위기가정으로 지정해 24시간 상담서비스와 의료비를 제공하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최근 사고, 재난 등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정신질환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항목에 정신건강도 추가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간호, 간병 인력 부족으로 의료서비스가 부실한 지역의 사정을 감안해 지역공공병원의 간병비를 한시적으로 전액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영유아 사망원인 2위지만 접종비용이 20~30만원에 달해 부담이 적지 않은 로타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공약했다.
평화당은 수도권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인력이 집중돼 발생하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균형 수가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를 지역별로 차등화해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지역의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의당은 본인부담 의료비가 연간 누적 100만원을 넘을 경우 국가가 100만원 초과분 전액을 부담하는 무상의료정책을 18세 미만의 국민부터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의원에 아동주치의를 배정해 0~12세 아동의 경우 주치의로부터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각 당이 복지와 관련해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없는 내용을 무리하게 전면에 내세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 보험 비급여의 급여화, 육아휴직 활성화 등은 정부 부처의 정책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유리한 상황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민주당의 복지 공약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다만 과거와 달리 한국당이 복지 공약 제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 지자체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현금성 복지사업을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는 평화당의 공약 등은 과거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