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약집 발표를 강력히 촉구한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시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이슈에 편승하여 알맹이 없는 선거를 치르려는 듯 보인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둔 오늘(3일)까지도 정당공약집이 공개되지 않는 등, 정책선거 실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각 정당에 선거 30일 전까지 정당공약집을 발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선거는 유권자로부터 대의를 위임받는 과정이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정당 정책에 한 표, 후보자 정책에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선거에서의 공약은 고용계약서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당공약집 발표가 늦어진다는 것은 정당이 추구하는 선거 강령과 정책공약,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검증 없이 백지위임을 강요하는 대표적인 정치 구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허락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당의 공약을 제시하고, 실천하고, 평가받겠다는 제도정치권의 대국민 약속 때문이다. 따라서 매니페스토본부는 정당공약집 발표가 늦어지고, 내용도 부실하며, 실천 의지도 부족하다면 더는 정당 공천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자기 삶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지역 공약들이 경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선거이기에, 후보자와 정당이 정책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선거에서 매니페스토 문화가 정착되고 많은 유권자가 정책 공약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정책 공약의 중요성을 공감한 대부분의 정당은 정책 정당을 표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에게 정책 공약을 통해 선택을 받겠노라 선거 때마다 약속하고 이곳저곳에서 여러 번 서약까지 하지만, 정작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에는 매우 인색한 듯 보인다. 선거에서 정당에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정당 공약집 발표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정책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당의 준비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특히 당원의 뜻을 정당 정책에 반영하였던 전국순회 정책 전당대회도 이번에는 찾아볼 수 없어 그 우려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 있어서 정당 공약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비단 정당과 유권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약 1만 명에 가까운 후보자들에게도 정당 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에서 정당의 정책 공약은 정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 미래의 방향 등을 제시해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후보자들이 적극적 실천 의지를 담은 구체적 공약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지향이 담긴 공약이 없다면 후보의 정책 방향이 정당의 그것과 다르게 설정될 수 있고, 이럴 경우 선거에서 당선이 되더라도 공약이행 가능성은 불투명해지게 된다. 그리고 심할 경우 사회적 갈등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매니페스토본부는 그동안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지방선거 정당 공약의 폐해를 탈피하여, 구체적 정책 공약과 공약가계부가 포함된 지방선거 정당공약집을 선거 30일 전까지 발표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유권자에게 대의를 위임받기 위한 공당의 가장 기본적 조건임을 분명히 밝힌다.
2018년 5월 3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