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의 조건..."유효기간 5년 넘는 과감한 투자 필요"
[테크M=황치규 기자]정부가 ‘5년내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화두로 던졌다. 스마트시티를 키워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세종과 부산을 국가 시범 도시로 선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확실하게 밀어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종은 에너지와 교통, 부산은 워터시티 콘셉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정부는 세종과 부산 외에 시범 도시를 추가 선정하는 동시에 기존 도시들을 상대로도 스마트시티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특성을 살린 ‘스마트 혁신도시 선도모델’도 추진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 속에 스마트시티 관련해 그럴듯한 슬로건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진다. 말들의 잔치는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쏟아지는 말들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면 한국이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데 토를 다는 전문가는 없다. 정권의 임기와 함께 하는 유효기간 5년짜리 정책만으로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도 하는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실성 갖춘 실행 파일 찾아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스마트시티 계획과 관련해 큰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스마트시티는 정부가 나서 군불을 지펴줄 필요가 있고, 정부 계획은 전체적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부 정책은 여기저기에서 태클이 걸린다.
태클의 성격은 단기 대책 성격이 강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점, 겉보기 달리 여전히 정부 주도적인 색깔이 강하다는 점, 스마트시티 확산에 걸맞는 제도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것, 보다 공격적인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계획인 만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이슈다. 서두르면 겉만 번지르한 졸속 행정에 그칠 수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스마트시티 계획도 단기적인 목표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융합서비스 CP는 “해외 선진국들은 10~15년 뒤까지 내다보고 스마트시티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시의 경우도 고민에 1년, 설계에 1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한국도 스마트시티로 퍼스트무버 모델을 만들려면 좀더 앞을 내다 보고 비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따라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주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도 “정부 정책을 보면 다른 나라들이 스마트시티로 먼저 치고 나오다보니 조급해 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면서 “조급하면 단순 서비스로 뭔가 보여주고 마는 식의 사업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포인트. 변성준 다쏘시스템코리아 스마트시티 담당 이사는 “그동안 스마트시티는 운영과 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최적화할지가 핵심이었다. 반면 세종과 부산은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다. 이런 상황에선 먼저 계획(플래닝)에 집중해야 한다. 도시는 계속 진화한다. 필요한 기술 기준도 수시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기술에 너무 집중하는 것 보다 도시에 대한 철학을 먼저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사람들로하여금 ‘여기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없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요인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플래닝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황종성 미래전략센터 연구위원은 “지금은 스마트시티를 서비스 관점에서 보는 이들이 많지만 판을 크게그리려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도시는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다닐 수 있는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로 나눠질수 있다. 지금과 같은 도시 구조를 유지하면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달리기 어렵다. 어떤 스마트시티를 고민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수준 차이가 엄청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스마트시티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것에서 탈피해 수요자와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한 열린 도시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톱다운(top down, 하향식 방법) 성격이 강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아래로부터 참여가 확산되는 바텀업 스타일이 버
무려지지 않을 경우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유시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정책을 보면 정부가 큰 방향을 잡고 접근하는 톱다운 스타일이 강하다. 반면 유럽은 시민들의 참여에 기반해 작은 서비스부터 시작해 키워 나가는 바텀업 방식이 주류다. 한국은 톱다운과 바텀업을 적절하게 버무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스마트시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꼽힌다. 민간 참여가 부족한 한국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없으면 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무대에서 의미 있는 스마트시티 사례로 통하는 것도 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시티 확산에 필요한 제도적인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스마트시티 개념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스마트시티, U시티 한계 뛰어넘을 해법 찾아라 (0) | 2018.05.04 |
---|---|
스마트홈에서 스마트시티로...거물급 회사들도 속속 참여 (0) | 2018.05.04 |
도시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스마트시티, 데이터 공유 강조하는 이유 (0) | 2018.05.04 |
세계 각국 스마트시티 열기 확산...왜 싱가포르를 주목하나 (0) | 2018.05.04 |
美 시카고, 공공 데이터 활용 편해지니 스마트시티 생태계 확산 (0) | 2018.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