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6. 13:30ㆍ이런저런 이야기/작은 집이 아름답다
낡은 집을 낭만의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다
남해 독일마을, 오래된 이 집은 처음에는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은 채 수년 간 방치된 집은 결국 매물로 나왔다. 여행이 취미이자 삶인 정혜란 씨는 이를 눈여겨 보고 게스트하우스로의 개조를 결심했다. 70평 면적에 5개의 침실과 4개의 화장실은 게스트하우스를 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고, 2개월 간의 대수선을 거쳐 2012년 10월, 드디어 ‘독일마을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집에 대한 로망을 예쁘게 실현한 집인 것 같아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참 좋아요.” 투숙 중이던 여행객의 입을 통해 들은 집에 대한 감상은 아마도 제일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흙 속에 파묻혀있던 진주를 찾아내 고이 매만진 결과물인 주택은 이렇듯 여행객들에게 한국 속에서 만나는 외국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장 본인이 여행을 다니며 느낀 숙소에 대한 모든 것을 반영한 집인 만큼, 공간구성에서부터 각종 소품까지도 다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가진다. 타일의 간격과 크기까지 고려된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관리하기도 쉽다. 빈티지한 가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만질만질해지며 더욱 편안해질 것이다.
독일마을게스트하우스의 Before & After.
바닥에는 보일러 배관을 설치했고, 타일과 벽지도 컨셉에 맞췄다. 구조는 바뀌지 않은 대신, 빈티지 컨셉의 포장을 입은 게스트하우스는 한층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관문의 컬러풀한 타일 매치와 미니 화단이 설치되었고, 주방에서 야외로 바로 나갈 수 이 있는 옥외공간을 추가로 설치해 필요시 식당과 티룸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멕시칸 스타일을 표방한 주방 인테리어는 각종 컬러 타일의 활용과 빈티지한 페인트 마감으로 흡사 멕시코의 한 가정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열된 컵과 식기, 각종 소품은 집주인이 여행을 다니며 모은 소장품으로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결정할 때, 정혜란 씨가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2층 침대를 공간에 딱 맞춰서 튼튼히 짜 넣어줄 수 있는가?” 였다. 손님이 오르락내리락하기에 1년만 지나도 삐걱거리는 철제침대 대신, 나무로 짜 넣은 2층 침대는 손님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책임진다. 유리문 사이에 끼운 레이스는 차폐와 데코의 효과를 동시에 갖는 포인트이고, 침대 헤드의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거울과 옷걸이를 설치했다.
미니화단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쪽문을 제작해 공간을 구분지었다. 봄이 되면 이곳에 각종 꽃을 심어 게스트하우스를 화사하게 꾸밀 예정이다.
알면 보이는 숨은 공간들 수납공간이 확보되면 여행객들은 좀 더 쾌적하게 공간을 쓸 수 있기에 침대를 오르는 층계를 서랍으로 만들었다. 또, 침대의 머리맡에는 선반과 미니 전등을 설치해 불빛으로 타인의 잠을 깨우지 않도록 배려했고, 콘센트를 배치해 개인 가전을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
남성 여행객에 대한 배려 여성 여행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1층에 욕실이 딸린 큰 방은 남성 전용으로 사용한다.
벽난로의 정취 벽난로는 지인에게 선물받은 제품이다. 국내 제품과 달라 까다로운 공사방식에 애를 먹었지만, 이 난로 덕분에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난방비 절약에도 한 몫 하는 벽난로 앞은 손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선배에게 배운다 게스트하우스 창업 알짜배기 팁!
Tip 손재주가 부족하다면 리모델링은 업체에 맡겨라!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도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손재주가 없다면 시간만 버리고 돈은 돈대로 날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돈과 시간 사이에서 어떤 것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 명확히 결정하자.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공간의 이미지를 그리고, 내 손발이 되어줄 인테리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Tip 흔히 볼 수 없는 건축적 요소를 활용하라!
하룻밤 묵어가는 게스트하우스이지만, 가정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장치 하나쯤 있다면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2층까지 트인 높은 천장고와 주방의 멕시칸스타일 타일, 장작 때는 벽난로 등 독일마을게스트하우스는 아파트나 주택에서는 보기 어려운 건축적 요소들 덕분에 더 이국적이고 흥미로운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Tip 철거하며 나오는 폐자재를 재활용하자!
무조건 버리고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 보자. 옛 주택의 문짝과 뜯어낸 목재들은 공간 사이 칸막이와 포인트 아이템으로 독일마을게스트하우스 이곳저곳에 활용되었다. 어디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빈티지 아이템인 셈. 주방 후드 또한 멀쩡히 작동했기에 페인트만 새로 칠해 재사용하고 있다.
Tip 이곳저곳에 묵어보며 여행객의 ‘필요’를 파악하자!
지금 게스트하우스를 차릴 예정이 없더라도, 여행하며 늘 ‘필요’를 기억해둔다면, 나중에 공간을 구성할 때 분명 유용하다. 게스트하우스를 차릴 계획이 없던 이곳의 주인장도 각 국가를 여행하며 숙소에서 느낀 부족함과 만족스러운 점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에 꼭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디자인만큼 명확한 것은 없다.
여행객의 모임 공간
낯선 여행객이 모일 수 있는 거실을 넓게 내서 모임 공간을 만들었다. 2층까지 넓게 트인 이곳은 게스트하우스의 트레이드 마크. 거실의 창문을 열면 데크로 나갈 수 있는데, 원래는 없었던 데크를 공사하며 설치, 대형 체스와 야외 의자를 두어 봄부터 가을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버리는 자재의 재탄생 오래된 유리 문짝과 주방 후드 등은 언뜻 지나치면 버려질 아이템이었지만 디자이너의 멋진 솜씨로 훌륭하게 재활용되었다.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지에서 묵었던 경험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길잡이가 되어줬어요”
- 남해 독일마을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정혜란 씨
“저기 딱 게스트하우스 하면 좋을 텐데...”
정혜란 씨가 남해 독일마을의 빈 집을 볼 때마다 늘 하던 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간 집에는 거실 깊이 들어오는 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해 독일마을은 처음 와봤는데 분위기가 참 좋네요.
여기가 원래는 더 고즈넉한 분위기였는데, 드라마 촬영이다 뭐다 하며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관광객이 많아지더라고요. 요새는 겨울에도 주말이면 남해가 북적북적해요.
게스트하우스의 컨셉이 궁금해요.
고쳐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기로 하고, 인테리어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전체적인 컨셉을 잡았어요. 여행객들이 하룻밤 기분 좋게 자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게 처음 의도였어요. 제가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손때 묻은 감성을 좋아해요. 디자이너에게 ‘멕시칸스타일로 타일을 많이 사용하고, 빈티지한 감성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넌지시 건넸더니 주방과 타일, 컬러를 제 마음에 쏙 들게 뽑아주셨더라고요. 오히려 저보다 손님들이 더 좋아해요. 이모네 별장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여행자를 편하게 해주시는 비결은 뭐에요?
젊은이들끼리 오거나 서로 금방 친해져서 어울리는 때에는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지만, 반대로 서먹한 분위기로 거실에 모여 앉아있을 때에는 가서 말 한마디 건네며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는 해요. 제가 나이가 지긋한데, 어린 손님들은 딸 같고 아들 같아서 다 예뻐 보여요.
이용객들의 연령대는 주로 어떻게 되나요?
2012년 늦가을에 오픈해서 아직 겨울을 채 지나지 않았잖아요. 올 겨울에는 기차 여행객들과 대학생들이 많더라고요. 요새 젊은이들은 열심히 구경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유럽여행을 가면 서둘러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바쁜데, 아직 그런 사람은 몇 못 본 것 같아요. 젊은 사람도 느긋하게 즐기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이하게 거실에 앉아서 책보며 쉬다가는 손님도 두어 명 있었어요. 혼자서 난로도 피우고, 낮잠도 자고. 얼마 전에는 2주 만에 다시 와서 이 앞바다에서 낚시하며 이틀을 묵고 간 남자 손님도 있었고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재미나요.
인테리어도 재밌고, 건물도 특이해요.
소품들은 다 제가 마련한 것들이에요. 스위스 어느 마을에 갔더니 대형 체스판이 있기에 ‘예쁘다’ 하고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집 고치다 보니 데크에 두면 참 좋은 오락거리가 되겠다 싶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서 대형 체스 말을 사고, 판은 바닥에 직접 그렸죠.
인테리어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주택 자체가 웅장해서 클래식한 분위기가 있어요. 층고가 높아서인지 모던한 느낌도 함께 들고요. 건물 정면이 북동향이라 아침에 창 너머로 일출을 볼 수 있고, 오전에 큰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도 기분 좋아요.
실내의 가구들도 직접 선택하셨나요?
을지로 가구 거리를 몇 바퀴 돌며 발품을 좀 팔았죠. 가구는 공간과 어울려야 하니까 직접 보고 사는 게 제일 정확해요. 거실에 이런 의자는 미국에서 70년대 유행하던 스타일인데, 이곳에 두면 좋을 것 같아서 골라온 것들이에요.
간판이 없다는 게 신기해요.
게스트하우스를 다 만들고는 간판을 달까 말까 고민 많이 했어요. 무슨 호기(豪氣)인지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어도 저절로 찾아오는 그런 집으로 만들자! ’ 하는 마음에 간판은 과감히 포기했지요. 근데 초행길인 분들이 찾는데 애를 먹는 것 같아서, 요즘에는 조그맣게라도 달아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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