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시민 참여 속 스마트시티 플랫폼으로 진화
주목할 만한 스마트시티 ‘암스테르담’
[테크M = 강진규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12세기경 암스텔 강 하구에 둑을 쌓아 만든 도시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마약(마리화나), 성매매, 동성결혼, 안락사 등이 합법화 된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수년 전 부터는 또 다른 의미로 많은 도시들이 암스테르담을 주목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도시들이 유비쿼터스시티, 스마트시티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암스테르담이 추진하는 스마트시티는 다른 모습이다.
기존의 도시들이 시정부나 특정 대기업 주도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것과 달리 암스테르담에서는 시민들과 기업, 스타트업 등이 참여해 스마트시티를 만들고 있다. 이는 암스테르담 특유의 자유로운 정신과 관련 있다. 시민들, 스타트업은 IT기술을 활용한 도시 생활 관련 아이디어와 서비스, 제품 등을 제안하고 이런 제안들이 실제 스마트시티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이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한 것은 2009년부터다. 지역 주민, 정부, 기업 등이 공동으로 20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스마트시티 구축을 주도하는 곳은 ASC(Amsterdam Smart City)다.
ASC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ASC가 주도하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은 정부 기관 비중이 14.2% 수준이다. 기업 비중은 40.1%, 스타트업이 14.9%, 연구기관이 13.9%, 재단이 4.6% 수준으로 오히려 민간 부문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많은 도시들이 정부가 주도하고 필요한 부분을 민간 부문에서 조달하는 방식과는 180도 다르다.
암스테르담은 민간이 주도하고 시정부가 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ASC는 6개 분야로 나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프라 스트럭처와 테크놀로지’, ‘에너지, 물, 쓰레기’, ‘이동성’, ‘순환도시’, ‘거버넌스와 교육’, ‘시민과 생활’이다.
인프라 스트럭처와 테크놀로지는 암스테르담의 IT 환경을 개선하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암스테르담의 인터넷 트래픽이 27% 증가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또 15개의 대서양 횡단 데이터 케이블 중 11개가 암스테르담과 연결돼 있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에너지, 물, 쓰레기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 에너지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다. 암스테르담은 궁극적으로 모든 시민들에게 태양열 패널을 제공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또 도시 폐기물을 전기나 건축자재 등으로 재활용하고 빗물과 폐수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동성 프로젝트는 자전거의 편리한 활용과 자동차 공유에 관한 것이며 순환도시 프로젝트는 제품 생산과 소비, 재활용의 순환 체계를 만들어보자는 개념이다. 거버넌스와 교육은 암스테르담 내의 대학, 교육기관 등과 연계해 시민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내용이며 시민과 생활 프로젝트는 높은 인구 밀도 상황에서 주거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같은 6대 분야에서 4500여명의 시민, 전문가, 기업인들이 암스테르담을 바꾸는데 참여하고 있다.
ASC의 세부 프로젝트 중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하다. 암스테르담 혁신 경기장 프로젝트는 암스테르담의 축구경기장에 IT 기술을 적용해 팬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시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닛산, 필립스, 화웨이, 허니웰 등 기업들도 참여했다. ASC는 각종 센서 등으로 수집한 경기장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기장을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시설 유지보수를 최적화했다. 또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대용량 배터리를 활용해 경기장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의 특징은 단순히 도시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고용을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발전소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ASC는 가정에 태양 전지 패널과 전기 저장용 배터리를 설치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도시에서 추진하는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와 유사하다. 그런데 ASC는 50가구를 묶어 가상 발전소를 만들었다. 50가구에서 태양 전지 패널로 전기를 생산해 저장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전기가 부족한 가정에 전기가 남는 가정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50가구가 생산한 남는 전기는 외부에 판매할 수도 있다.
천상의물(Hemelswater)은 도시문제 해결이 사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폭우와 방수 대책과 관련이 있다. 천상의 물은 암스테르담 건물 지붕에 방수처리를 하고 빗물을 모으고 이를 정수처리해 맥주로 만드는 것이다.
버려지는 빗물을 활용하고 사업도 만든 것이다. 2016년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친환경적이라고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면서 첫 번째 생산 물량이 매진되는 등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스마트 시티즌 킷(Kit)도 제작되고 있다. 스마트 시티즌 킷은 습도, 소음 수준, 온도,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2), 광도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된 도구다. 이 기기를 인터넷과 연결하면 주변의 환경 정보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은 주민들이 스스로 이 도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도 제안을 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스마트 벤치 개발 업체 스테오라(STEORA)는 ASC에 스마트 벤치를 설치하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스마트 벤치는 스마트폰 충전, 모바일 인터넷 등을 제공하며 거리의 환경 정보를 수집한다. 스마트 벤치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은 태양광 발전 등을 활용한다.
불가리아 기업 플레이그라운드 에너지는 스마트 놀이터를 만들자고 ASC에 제안했다. 태양광, 풍력 등 녹색 에너지를 활용해 놀이터에 새로운 놀이, 교육 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신생기업 투게더(Toogethr)는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ASC에서 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지자체와 카풀 서비스 업체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상반된 상황이다.
지금도 ASC에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제안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에 공기질을 확인하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달자는 아이디어부터 암스테르담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데 줄리엣(Jouliette)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토큰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의 교훈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시민, 기업 등이 누구나 제안을 하고 그중 좋은 제안이 자연스럽게 호응을 얻어 실제 스마트시티 서비스로 구현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교훈은 스마트시티를 행정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신사업 창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오픈 플랫폼으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자연스럽게 사업화를 지원하는 모델은 일자리 창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있게 볼 대목이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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