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스마트시티 열기 확산...왜 싱가포르를 주목하나
[테크M=황치규 기자]싱가포르가 스마트시티 생태계에서 주목 받는 것은 가상 공간 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먼저 시뮬레이션 해보고 나서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트윈(Twin) 환경을 체계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나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것으로 현실 세계에선 돈 문제나 사고 부담 때문에 해보기 힘든,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한다. 시설물 관리를 예로 들면 가상환경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먼저 시뮬레이션한 뒤 효과가 좋은 것들만 현실에 접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가상 공간에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드는 건 하고 싶다고 뚝딱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기업이면 경영진, 국가면 정부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이 담보되지 않으면 중간에 유야무야 되거나 가더라도 엉뚱한 곳을 향할 가능성이 큰 것이 바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다쏘시스템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플랫폼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대표하는 사례로 부상했다.
국가 주도 스마트시티 확산 모델 주목
싱가포르 사례는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점,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 중심으로 꾸려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스마트시티 육성에 나선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관광과 무역, 금융 중심지로 560만여명의 인구를 보유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ICT 융합에 주목하고 1981년부터 도시의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2014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스마트 네이션은 ICT를 활용해 도시 효율성을 높이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시티 개념을 국가 차원에서 확대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네이션을 현실화하기 위해 총리 산하에 스마트 네이션 프로그램 오피스(SNPO)를 두고 스마트시티 사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도시 교통, 물 관리, 공공 데이터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IBM, 시스코시스템즈 등 글로벌 기업, 국내외 대학 등과의 ‘스마트네이션 펠로우십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으며, 국영 통신사인 싱텔(Sing tel)은 스마트 네이션 사업 주관사 역할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를 국가 차원의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 주요도시 시장들이 참여하는 세계도시정상회의(WCS, World Cities Summit)을 격년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교통, 물관리 등 도시 솔루션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도 적극참여하고 있다.
신기술과 도시 인프라 융합에도 공격 행보
신기술을 적극 수용하려는 성향도 싱가포르 정부의 특징 중 하나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로보틱스,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는데 적극적이다.
차세대 모빌리티 수단으로 통하는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도시 북부 지역에 민간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실험할 수 있는 공공 도로도 오픈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다.
정부 정책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 델피에 인수된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누토노미는 사업 운영의 핵심을 보스턴에서 싱가포르로 옮긴 상황이다. 누토노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이미 자율주행차를 위한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됐다.
누토노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여서 규제와 관련한 혼란이 적다. 미국의 경우 시, 주, 연방 정부 간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는 규제가 단순해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자율주행차 기술 확산에 적극적인 것은 중장기적으로 교통 혼잡을 줄이고, 노년층과 거동이 불편한 국민들에게 이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누토노미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싱가포르에서 차량수를 30만대에서 80만대까지 줄일 수 있어, 교통난 해소 및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네이션 전략은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오픈 데이터 플랫폼을 기업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을 구현해, 정부가 공공 플랫폼처럼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임을 강조한다.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가상의 시민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업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투자자는 투자가치가 있는 기술에 개한 직접투자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민들이 허가한 상태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보유한 국민들의 신원 데이터베이스는 8개 상업 은행이 고객들을 검증하는데 사용할 수 있고, 공공 보건 서비스 앱은 아이들의 백신 접종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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