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측은 지난달부터 전국 1000명의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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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7일 교수신문은 설문조사 결과 ‘파사현정(34%)’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밝혔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파사현정’을 꼽은 김교빈 호서대 교수(동양철학)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의지가 담겨 있다”라며 “내년 한 해, 특히 온갖 사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 세우는 희망을 담았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교수신문은 매년 연말 그 해의 사회상을 담은 사자성어를 꼽아 발표하고 있다. 2016년에는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됐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는다"는 뜻으로 '순자 왕제편'에 실려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ㆍ‘그릇된 것 깨고 바른 것 드러낸다’…
대학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를 잘 표현할 만한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이 뽑혔다고 17일 밝혔다. 파사현정은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최경봉 원광대 교수(국어국문학)와 최재목 영남대 교수(동양철학)가 추천한 이 사자성어는 응답자 중 34%의 선택을 받았다. 최경봉 교수는 “사견과 사도가 정법을 짓누르던 상황에서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교수는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사현정에 이어 2위로 꼽힌 것은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이었다. 이 사자성어는 “국정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출범한 새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바르게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응답자 18.8%의 선택을 받았다.
이 밖에 ‘수락석출’(水落石出·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남),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재건함), ‘환골탈태’(換骨奪胎·낡은 제도나 관습 등을 고쳐 새롭게 거듭남) 등도 올해의 사자성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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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현정
동의어 파사즉현정(破邪卽顯正), 파현(破顯), 파신(破申) 다른 표기 언어 refuting error to appear correction , 破邪顯正연원 및 변천
한역 경전권의 대승 중관사상은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의 대표저작인 『중론(中論, Madhyamaka śāstra)』과 『십이문론(十二門論, Dvādaśamukha śāstra)』, 그리고 그의 제자인 제바(提婆, Āryadeva: 170~270)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백론(百論, Śataśāstra)』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았던 중국 삼론종(三論宗)의 구마라습(鳩摩羅什, Kumārajīva: 343~413), 승숭(僧嵩), 법도(法度), 승랑(僧朗), 승전(僧詮), 법랑(法朗), 길장(吉藏: 549~623) 등 세칭 칠대상승(七代相承)을 통해서 발달했다.
이것을 총 정리한 것이 길장이 지은 『삼론현의(三論玄義)』로, 이 책은 팔부중도(八不中道)를 강조하는 파사(破邪)와 현정(顯正)이라는 이문(二門)의 구조로 되어 있다. 산스끄리뜨어 중관 관련 저서들에 등장하지 않는 ‘파사현정’이란 개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것은 이후 삼론종을 포함한 한역 경전권의 불교를 넘어 ‘그릇됨을 버리고 올바름을 행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내용
중관사상은 상견론(常見論, Śāsvatavādin)과 단견론(斷見論, Ucchedavādin), 즉 상주론과 단멸론이라는 양견(兩見)을 모두 논파하여 중도(中道)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논박자의 주장을 논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곧 파사다. 삼론종에서는 무소득공, 또는 무소득 중도를 주장했다. 무소득공이란 어떤 견해, 즉 상견이나 단견을 취하는 것을 유소득(有所得)이라 하고, 논파를 통해서 이런 삿된 견해들이 없는 것을 무소득(無所得)인 공(空)으로 정의한다.
현정의 경우는 두 가지의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파사와 현정을 나누는 것과 파사즉현정(破邪卽顯正), 즉 파사 자체가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인 현정이라는 뜻이다. 『삼론현의』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파사와 현정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파사는 외도(外道)의 여러 논리들, 소승의 유부[비담(毘曇)], 당대에 소승의 논서인지 대승의 논서인지 논란이 되었던 『성실론(成實論, Satyasiddhi śāstra)』, 그리고 중관사상이 아닌 여타의 대승론인 대집(大執)을 논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정은 중관사상의 창시자인 용수를 상찬하는 인정(人正), 그리고 용수의 『중론』 등을 올바른 대승의 이치라고 주장하는 법정(法正)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원래 의미에서 파사현정은 파사즉현정이 아닌 삼론종의 종파적인 우수성을 선양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오늘날처럼 파사현정이 파사즉현정으로 해석된 것은 『백론』, 「제10장 파공품(破空品)」이나 용수의 후기 저작으로 알려진 『회쟁론(廻諍論, Vigrahavyāvartanī)』에 걸쳐 등장하는 ‘나의 주장은 없다. 다만 그대의 주장을 논파할 뿐!’이라는 비판주의의 영향이다. 예를 들어, 『백론』, 「제10장 파공품」 6에 등장하는 ‘공(空)을 설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주장[執]이 없다.’는 제바의 언급이나 『회쟁론』 29번 게송에서 ‘만약 나에 의한 어떤 주장이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나에게 그 오류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나에게 (어떤) 주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결코 어떤 오류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용수의 언급처럼, 상대방의 주장을 논파하는 것 자체가 현정이다.
현황
종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생겨난 이 개념이 불교를 넘어 관용어로 ‘파사즉현정’이라는 뜻으로 굳어지게 된 것은 언어적 표현을 극도로 자제한 선종(禪宗)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역 경전권의 ‘필터 역할’을 했던 중국의 교학불교가 중앙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반면에 보리달마(菩提達磨, Bodhidharma: ?~528?)를 초조(初祖)로 삼는 선종은 지방 호족의 지원을 통해서 점차 중앙 정계로 진출하는 형태를 취했다. 역대 왕조의 중심지에서 체계화된 교학을 바탕으로 당대의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했던 다른 종파들과 달리 『금강경(金剛經)』으로 약칭하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이나 『능가경(楞伽經, Laṅkāvatārasūtra)』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았던 남북 선종에서는 다른 종파들과 비교하여 그다지 복잡한 교학 체계가 필요하지 않았다.
삼무일종법난(三武一宗法難)으로 대별되는 불교에 대한 탄압 속에서, 특히 26만 여명의 출가자를 강제로 환속시키며 4만 여개에 달하던 절을 없애버렸던 당(唐) 무종(武宗)에 의한 회창법란(會昌法難, 840~846)으로 대부분의 다른 종파들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그 법맥마저도 위태로워진 상황 속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하여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던 선종은 상대적으로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살아남아 이후 한역 경전권의 대표주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특히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았던 6조 혜능(慧能: 638∼713)에서 비롯된 남선종은 오가칠종(五家七宗)으로 발달하며 불립문자(不立文字)와 돈오(頓悟)를 수행 전통으로 삼았다. 이 남선종이 추구하는 ‘돈오’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것은 파사와 현정이라는 구분 자체가 없는 ‘파사즉현정’이었다.
한국 불교도 교학불교의 시대를 통과하여 선불교로 수렴되는 유사한 과정을 겪었던 관계로, 그리고 조선시대 숭유배불(崇儒排佛) 정책 속에서도 선불교가 민중 신앙으로 살아남은 불교와 함께 큰 흐름을 형성했던 관계로, 파사현정이 ‘파사즉현정’이라고 해석되었다.
의의와 평가
삼론종에서 강조하는 진속이제(眞俗二諦)나 팔부중도와 달리 대중화된 파사현정은 자기 종파를 옹호하기 위해서 출발한 것이지만 선종의 활약 덕분에 관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원래 중관사상에서 뜻하는 파사는 자신의 주장을 세우는 것이 아닌 논박자의 망상과 아집을 버리게 하기위한 방편으로 붓다의 가르침인 중도의 추구를 그 목적으로 한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 공사상을 체계화시키며 등장한 중관학파의 비판주의가 한역 경전권의 관용어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