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들, 신년사에 어떤 메시지 담았나
새해를 맞아 각국 정상들이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해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빈곤퇴치를 향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를 통해 장기집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화자찬’ 트럼프 “2018년은 미국을 위한 위대한 한 해”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새해 인사를 했다. 그는 자신의 취임 첫 해 업적을 스스로 평가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지난 한 해 동안 군인, 경찰, 각국 정상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담은 3분28초 분량의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보수 대법관 임명, 불법이민 단속 강화, 감세 법안 통과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동영상에 “대단한 한 해였다. 이제 막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 행복한 새해!”라는 설명을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파티에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아들 배런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위터 메시지에서 “미국은 더 강력하고 더 똑똑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모든 친구들, 지지자들, 적들, 싫어하는 사람들, 심지어 정직하지 못한 가짜뉴스 미디어까지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를 맞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2018년은 미국을 위한 위대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린 다른 트위터 메시지에서도 “행복한 새해. 우리는 그 누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과 새해 첫날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보냈다. 마라라고에서 열린 연말 파티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두고 보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집무실로 돌아간 시진핑 “3년 내로 빈곤퇴치”
시 주석은 31일 관영 중국중앙(CC)TV, 중국국제방송, 중국인민라디오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는 19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새 여정을 시작했다”면서 “19차 당대회에서 중국의 향후 30년의 청사진을 그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20년까지 농촌 빈곤인구의 탈빈곤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장엄한 약속”이라며 “2020년까지 전 사회가 일어나 최선을 다해 새로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3년 후 이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이는 중화 민족 수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절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시 주석은 2020년까지 현재의 기준에서 모든 중국인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의 완성을 기초로 하겠다고 천명해왔다.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올해 목표로 탈빈곤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관련 부처와 지방 정부의 탈빈곤 정책도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관영 중국중앙(CC)TV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 책상이 아닌 인민대회당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던 시 주석은 올해는 다시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붉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시 주석의 등 뒤로 만리장성 그림이 걸려있고 왼쪽 뒤 서가에는 시 주석이 젊은 시절 군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이 놓여있다.
그는 또 세계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이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확실히 수호하고, 세계기후변화 대응의 약속을 준수하겠다”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강조한 것은 최근 미국 등에서 제기 되고 있는 중국의 대북 역할론 등 위협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날 신년사에서도 여러 고시, 속담 등을 인용했다. 탈빈곤 성과를 거론할 때는 당대 시인 두보의 시 ‘모옥위추풍소파가’(茅屋爲秋風所破歌) 속 시구인 ‘안득광하천만간대비천하한사구환안’(安得廣廈千萬間,大庇天下寒士俱歡顔·어찌하면 천만 칸의 넓은 집 짓고, 천하의 빈한한 선비들 환한 얼굴 짓게 할 수 있을까)을 인용했다.
■최장수 총리 노리는 아베 “2020년 이후를 응시”
아베 총리는 연두소감(신년사)을 통해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국민과 함께 손을 잡고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2020년, 나아가 그 이후를 응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실행의 1년”이라면서 “지난해 총선거에서 약속했던 정책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의욕을 보이며 장기 집권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내각(재임 기간 2798일)을 넘어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의연한 외교를 전개해 어떠한 사태가 있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이날자 산케이신문 대담에서 “자위대의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개헌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집권 자민당은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목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연두 소감에서 올해가 현대 일본의 출발점인 메이지(明治) 유신 150주년임을 언급하면서 “국난이라고 부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대화를 단숨에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원동력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일본인이다. 여러 일본인의 힘을 결집시켜 독립을 지켜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지금 다시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라는 국난이라고 부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최근 5년 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개선과 고용 증가 등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누구라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1억 총활약사회’를 만든다면 일본은 또다시 강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앞둔 푸틴 “단결과 우정, 사랑” 호소
3월 대통령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단결과 우정, 조국에 대한 사심 없는 사랑이 훌륭한 행동과 높은 성과를 향한 우리의 힘을 키운다”며 군인과 의사, 조종사 등에게 각별한 축하 인사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과 조국에 대한 믿음, 노동과 그 결과에 대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믿음과 상호 이해가 항상 우리와 함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개인과 가정의 삶이 개선되고 모두가 건강하며, 아기들이 태어나 그들이 우리를 기쁘게 만들기를 바란다”며 “모든 국민의 성공과 안녕, 위대한 러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메르켈·마크롱 “유럽 통합 중요” 한목소리
유럽 통합의 ‘기관차’로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결속을 강조했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2단계 협상이 올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남아있는 회원국들에 더 강력한 결합을 주문한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TV로 방송된 신년 연설에서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민족주의자들과 회의주의자들에게 굴복해선 안된다”며 “나는 EU가 경제·사회·환경·과학 분야에서 강력해져 중국·미국에 대적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강한 유럽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신년 연설에서 “EU 27개 회원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해야 한다”며 “유럽은 경제적으로 강하고 공정해야 하며, 우리의 국경과 우리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EU 결속 강화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통합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두고 독일인들이 이렇게 분열된 적이 없었다”며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대화할 때 진심으로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이 이 발언은 지난 9월 총선 후 연정 구성이 3개월 이상 지연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신년 연설 방송을 촬영하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사에서 “1년 전 취임하면서 2017년은 평화의 해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는데 불행히도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2018년 새해를 맞아서는 세상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은 깊어졌고 새로운 위험이 부상했다”면서 “핵무기에 대한 세계의 불안은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옵션 경고 등으로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는 우리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고,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끔찍한 인권침해를 목도하고 있고,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는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미국 정부 등 전 세계적으로 배타적 민족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 현실을 위험 신호로 평가한 것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대응책으로 통합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갈등을 해결하고 증오를 극복하고 공통된 가치를 방어할 수 있다”며 “다만 우리는 함께해야만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세계의 지도자들을 향해서도 “차이를 좁히고 분열을 메우고 국민들을 공통의 목표로 이끌어 신뢰를 회복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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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베이징·도쿄|박영환·박은경·김진우·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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