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 다니엘 라벤토스

2017. 9. 22. 16:48경제/기본소득 이야기






기본소득의 이론적 정당성부터, 실현 계획까지.

기본소득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 아니다. 실제로 19세기의 노예 해방, 20세기 투표권 확대에 이어 오늘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혁명적 변화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특히 점점 더 극심해지는 불평등과 빈곤 문제, 그리고 다가올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예상되는 대규모 실업이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검토되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는 기본소득의 정치철학적 정당화와 예산 확보 방안에 큰 기여를 한 기본소득스페인네트워크 대표 다니엘 라벤토스의 저작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한주 교수와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체계적인 입문서라는 점에서 직접 선택해 번역하고 한국어판 출간을 의뢰했다. 3대 무상복지 정책의 전격적 시행을 비롯하여 청년배당을 통해 부분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등 기본소득 정책 도입에 있어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유력 정치인이 우리말로 옮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저자소개

저자 다니엘 라벤토스

저서(총 2권)
다니엘 라벤토스기본소득스페인네트워크의 대표이자 바르셀로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다. 모든 사람에게 물질적 생존의 권리가 있다는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납세 자료를 토대로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을 위한 소득세 개혁안을 제시하는 등 기본소득의 이론적, 실천적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적 방법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경제학 외에도 사회이론, 법철학, 사회과학 방법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국제정치 비평지 [허가없이(Sin Permiso)]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 다니엘 라벤토스의 다른 책더보기
Basic IncomeBasic IncomePluto Press (UK)2007.11.01
역서(총 9권)
역자 이재명 (역자평점 6)
1964년 경상북도 안동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성남시 상대원동의 공단에 있는 ‘동아고무’라는 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야구 글러브 공장에 다닐 때 프레스에 왼쪽 팔뚝이 찍히고 마는 산업재해를 당하면서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군대도 면제되었다. 열일곱 살 사춘기 시절 장애인이라는 사실과 희망 없는 현실에 자살도 시도했으나 ‘죽을힘으로 살기로 작정’하고 처절하게 공부에 전념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학교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종합병원 폐업으로 의료 공백이 생긴 성남 본시가지에 시립의료원 설립을 주도했다. 그러나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자 깊은 절망감과 무기력에 빠지면서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바로 시민운동 대신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생활을 시작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시정활동을 이어갔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먼 정치인으로 알려지면서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계파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며 성남시 시민들과 소셜 네트워트 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시민의 복지를 위해서라면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사이다 시장’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2017년 1월 23일, 성남시 상대원동의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그는 “‘적폐청산, 공정국가 건설’이라는 제 꿈이 곧 국민 여러분의 꿈”이라며 대권도전을 정식 선언했다.

목차

옮긴이의 말
한국어판 서문
서문

1장 도전적이며 실현 가능한 제안

기본소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비슷하지만 기본소득이 아닌 것들
지금 기본소득은 존재하는가
기본소득의 오래된 뿌리
지난 20년의 급격한 변화
자유를 박탈하는 불평등에 맞서기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2장 기본소득은 왜 옳은가 1: 규범적 자유주의의 관점
급진적 자유주의와 소득의 평등한 재분배
정의가 평등이라는 주장의 정당성과 자존감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론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는 무엇이 다른가

3장 기본소득은 왜 옳은가 2: 규범적 공화주의의 관점
아리스토텔레스: 타인에게 생존을 의지하는 인간
키케로: 노동 착취와 제한된 노예제
로베스피에르: 모든 시민의 물질적 생존 보장
자유에 합당한 대상은 누구인가
공화주의의 미덕과 중립성
기본소득에 대한 공화주의적 정당성

4장 노동의 세 가지 유형: 유급노동, 가사노동, 자원봉사
보수를 받아야만 노동인가
기본소득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기본소득과 가사노동: 여성의 사회적 자립
기본소득과 자원봉사: 더 많은 봉사의 기회

5장 빈곤과 자유
무엇이 빈곤을 유발하는가
근로빈곤의 심화
빈곤한 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

6장 복지와 기본소득, 무엇이 다른가
복지국가의 시작부터 ‘영광의 30년’까지
완전한 복지라는 환상에 나타난 균열
완전경쟁 시장의 비현실적 조건
복지국가는 왜 필요하고 무엇이 문제인가
최저소득보장의 현실적 문제들
조건 없는 기본소득과 자산 조사 보조금의 비교

7장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이 아닌 것
노동시간의 단축과 제2의 봉급
적극적 고용과 노동연계복지
기본소득과 닮은 정책들

8장 기본소득의 예산: 실현을 위한 세 가지 계획
목표와 범위
자료와 표본
마이크로 시뮬레이션의 주요 개념
도전적인 계획
온건한 계획

9장 도전적인 제안에 따르는 비판과 반론
윤리적 비판과 반론
기술적 비판과 반론

옮긴이 주

참고 문헌



전 세계적 불평등과 빈곤의 종언,
그리고 모두에게 자유로운 삶과 생존의 권리를!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을 위한 이재명 시장의 돌직구!
“기본소득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사회를 위해 상식의 파괴가 필요한 때다.”

기본소득의 이론적 정당성부터, 실현 계획까지
기본소득에서 길을 찾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기본소득의 고전

전 세계적 불평등과 빈곤의 종언,
그리고 모두에게 자유로운 삶과 생존의 권리를!


기본소득은 모든 개개인에게, 일을 하든 안 하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국가에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그런데 이 기본소득이 최근 언론에서 유례없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를 비롯해 20여 개 자치단체가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 중이고, 국내에서도 최근 스위스에서 있었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등 우리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 시작했고, 이미 노동당과 녹색당은 4.13 총선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기본소득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 아니다. 실제로 19세기의 노예 해방, 20세기 투표권 확대에 이어 오늘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혁명적 변화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특히 점점 더 극심해지는 불평등과 빈곤 문제, 그리고 다가올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예상되는 대규모 실업이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책은 기본소득의 정치철학적 정당화와 예산 확보 방안에 큰 기여를 한 기본소득스페인네트워크 대표 다니엘 라벤토스의 저작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한주 교수와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체계적인 입문서라는 점에서 직접 선택해 번역하고 한국어판 출간을 의뢰했다. 3대 무상복지 정책의 전격적 시행을 비롯하여 청년배당을 통해 부분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등 기본소득 정책 도입에 있어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유력 정치인이 우리말로 옮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기본소득은 왜 옳은가

기본소득의 급속한 확산에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얼핏 급진 좌파적 복지 정책의 하나라고 보일 수 있는 기본소득이 정치적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좌파적 복지제도보다는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오랜 보수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본소득의 궁극적 목적이 최소한의 생계를 사회로부터 보장받음으로써 인간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주의적 자유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정당화하는 작업에 천착해온 저자는 ‘자유롭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며, 이 공화주의적 자유는 재산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재산이 부여하는 자립, 물질적 생존, 그리고 자치의 기반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하는 데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며, 따라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공화주의적 자유의 증대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들, 특히 가장 빈곤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생존권과 개인적 기회는 기본소득으로 보장된 공화주의적 자유에 의해 크게 증진될 수 있다.
기본소득은 복지와 마찬가지로 빈곤을 없애자는 제안이지만,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빈곤을 없애는 것은 자유의 실현을 위한 조건이다. 이 같은 전향적 관점에서 자유의 추구와 불평등의 해소는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다른 면일 뿐이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기본소득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정치적 스펙트럼 안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왜 복지가 아니라,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하는가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 정책과 마찬가지로 빈곤을 없앰으로써 불평등과 실업 문제에 대응하자는 제안이지만 정당성의 획득, 시행 방식, 그리고 효과 면에서 매우 다르다. 이 책은 최저소득지원, 노동연계복지, 제2의 봉급, 음의 소득세, 참여소득, 적극적 고용정책 등 시행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논의된 여러 정책들이 기본소득과 대비해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 철저히 파헤쳐본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로는 자산 조사의 여부다. 가령 기존의 자산 조사를 통한 선별적 보조금은 자신의 빈곤을 증명해야 하기에 모욕감을 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벌면 복지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수가 낮은 노동이나 파트타임직 등에 대해서는 노동 의욕을 가질 수가 없다. 수급자 선별에 따르는 터무니없이 높은 행정 비용도 큰 단점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러한 단점이 없다. 자산이 얼마든 조건 없이 지급되기에 모욕감을 주지 않고, 수급자 선별에 따르는 행정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소득에 계속 누적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지도 않는다.
이외에도 생존을 위해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에 노동력이 상품화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과 고용주에 대한 노동자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본소득이 보장하는 소득의 안정성 덕분에,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이 아무리 나쁜 직업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기본소득은 어떻게 실현 가능한가

저자는 11만 474건의 실제 세금 신고 자료를 표본으로 하는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통해 기본소득의 세 가지 현실화 방안을 제시한다. 모든 성인에게 연간 5,414유로를 지급하는 도전적인 계획부터 각각 2,707유로, 2,132유로를 지급하는 두 가지 온건한 계획까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체적인 수치와 세밀한 조건 설정을 통해 알아본다. 도전적인 계획의 명목세율은 49.9퍼센트인데 이 경우 상위 10퍼센트만 높은 실질세율이 적용되며 이득을 얻는 사람은 80퍼센트에 달한다. 지니계수 역시 극적으로 떨어진다. 두 가지 온건한 계획에서는 현재의 세율에서 큰 변화 없이도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본소득의 세밀한 개념 정립부터, 정당성의 입증, 예산 확보 그리고 윤리적 기술적 비판에 대한 꼼꼼한 반론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기본소득의 고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본소득을 처음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지금껏 부자들의 특권이었던 무언가를 가난한 사람이 (아주 제한적이나마) 할 수 있을 때, 흔히 의존 혹은 기생이라는 비난이 뒤따른다. 부유한 사람들이 상속받은 부로 일생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가난한 사람이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 삶을 잠시라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소득은 가장 부유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었던 것을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으며 생존하는 것이다.
아직도 못마땅한 비판자는 사도 바울이 오래전 테살로니키인들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강요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라는 원칙이 진정으로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토지나 자본이 없는 그 누구도 배고픔을 견디거나 굶어죽는 것이 선택지가 아닌 이상에야 더 나은 것을 찾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현재의 직업을 그만둘 수는 없다. 임금을 받기 위한 노동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이 가능성은 설령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모두에게 열릴 것이다. 오늘날 현실에서 사도 바울의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라는 ‘정의로운 원칙’은 오직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부자들은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고픔을 느낄 일이 없다.
-228~229쪽, 〈9장 도전적인 제안에 따르는 비판과 반론〉


책속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행위의 가장 큰 도덕적 강점 중 하나는 단순히 끔찍한 불평등의 증거를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소득과 부의 거대한 격차로 인한 자유의 침해에도 관심을 조명해준다는 것이다. 평등과 자유는 별개의 목표가 아니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은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부자유, 즉 자신들의 주인인 부유한 자들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노동계급의 부자유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킨다.
빈곤은 단순히 궁핍이나 물질적 욕구의 불충족 또는 소득 격차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자의적인 변덕과 탐욕에 대한 의존, 자부심의 소멸, 고립, 가난한 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도 빈곤이다. 자신의 물질적 생존이 불확실할수록 ‘첫 일자리 계약’, 임시 계약, 계약 부재, 불안정성, 직무 ‘유연성’ 그리고 어떠한 사회적 보호도 없는 완전한 실직 등의 형태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어 더욱 고통받게 된다. 이러한 자유의 침해는 나아가 금융소득이나 기업소득은 하늘을 찌를 듯하면서도 실제 월급은 감소하는 현상, 불안정한 퇴직연금, 공공 서비스와 기반 시설의 취약화 또는 사유화 등의 형태로 물질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중략)
이 같은 심각한 불평등이 어떻게 절대다수의 자유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42~43쪽, 〈1장 도전적이며 실현 가능한 제안〉 중에서

또한 기본소득은 자영업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크게 줄일 것이다. 여기에서 한 달에 960유로를 버는 바티스타의 예로 돌아가 보자. 그에게 매월 430유로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고 해보자. 그는 위험을 감수해 세 명의 다른 사람과 함께 란제리 가게를 열고자 한다. 바티스타와 그의 동업자들은 가게를 차리기 위해 3만 유로의 돈을 빌린다(일인당 7,500유로의 대출은 현실적이다). 한 달에 430유로의 돈을 받아서 생기는 안정감과 하루의 시간이 전부 빈다는 것은 바티스타와 그의 동업자들이 창업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좋은 출발점이다. 우리가 바티스타와 동업자들이 유난히 낮은 위험 기피성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에 주목하자. 만일 그랬다면 그들의 사업 규모는 앞의 예보다 훨씬 컸을 수도 있다. 소상공업의 초창기에 기본소득은 창업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기피를 극복하게 해주는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위험 기피를 줄여주는 것뿐 아니라 더 큰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116~117쪽, 〈4장 노동의 세 가지 유형: 유급노동, 가사노동, 자원봉사〉

우리가 자유와 평등은 따로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공화주의적 원칙에서 출발한다면, 다른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등한 상황에 있는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수백만 인구의 자유가 거대한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빈곤한 사람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대로 빈곤한 사람이 겪는 자유의 박탈과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상황은 오늘날의 불평등한 현실을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기본소득은 빈곤을 없애자는 제안이다. 이 제안이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추구할 만한 목표라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모든 시민의 물질적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빈곤을 없애는 것이 자유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빈곤을 없애야만 사람들은 평등해질 수 있다. 이는 서로 간에 자유롭다는 말이고, 물질적 생존의 수단을 갖춤으로써 자유롭다는 사실을 서로 인지한다는 뜻이다.
-149쪽, 〈5장 빈곤과 자유〉

이제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흥미로운 세 가지 예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가장 야심찬 첫 번째 예를 보자. 이 예는 연간 5,414유로 또는 매월 451유로의 성인 기본소득과 그 절반인 미성년자 기본소득을 중립적으로 지원(말하자면 현재와 같은 조세수입과 기본소득에 필요한 만큼의 조세수입을 합한 액수를 징수한다는 것이다)할 수 있는 비례세율을 알아낸다는 개념이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필요한 명목세율은 49.9퍼센트였다. (중략)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이 시뮬레이션은 49.9퍼센트의 일률 과세를 필요로 한다. 당연히 명목세율은 실질세율과 매우 다를 수 있다. 이 내용은 표 8.5에서 십분위로 정리되어 있다. 이 정도 세율이면 표본 내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의 예산(236억 1,350만 유로)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의 소득세율을 적용한 세입(95억 110만 유로)을 포함해도 충분한 세원(326억 1,980만 유로)을 마련할 수 있다.
-215~216쪽, 〈8장 기본소득의 예산: 실현을 위한 세 가지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