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 국왕은 취임 2년 만에 “국내 총생산(GDP)이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GNH)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부탄은 그 후 건강·시간 활용 방법·생활수준·공동체·심리적 행복·문화·교육·환경·올바른 정치 등 9개 분야의 지표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부탄처럼, 생산 측면에만 집중된 국내총생산 지표를 보완해 삶의 질이 반영된 행복지수를 개발하려는 나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신뢰성있는 행복지수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34개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한 결과 26위로 하위권이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행복지수의 세계적 중요성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경제의 양적인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지속 가능한 성장 개념이 세계적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오는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유엔(UN) 지속가능개발회의에서 행복지수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몇 선진국에서 행복 또는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지표개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가 적극적이다.
프랑스는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 지시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스티글리츠 교수를 의장으로 한 ‘경제성과 및 사회적 진보 측정위원회’를 설립해 총체적인 경제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은 2010년 캐머런 정부가 정기적인 국민 행복도 조사 방침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기구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국가별 행복지수가 발표되고 있다.
2006년부터 나온 유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HDI)’는 소득, 교육, 빈곤, 실업, 건강, 종교 등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를 기초로 측정하는 행복지수다. 지난해 한국의 인간개발지수 순위는 187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행복지수(Better life Initiative)에서 한국은 전체 34개국 중 26위로 하위권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행복지수 상위권은 주로 북유럽과 앵글로-색슨 국가들이었다. 한국은 교육(2위) 일자리(11위), 안전(11위) 등에 비해 주거(28위), 환경(29위), 일과 생활의 조화(30위) 공동생활(33위)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 4월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는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강소국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고 한국은 156개국 중 56위를 차지했다. 유엔 보고서는 조사 대상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주관적 행복지수’다.
보고서는 “다양한 행복지수가 등장하고 있지만 삶의 질이 매우 주관적이어서 아직은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유엔 인간개발지수 같이 객관적 지표에 비해 설문조사 방식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은 경향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높은 경제적 자유, 복지함정 탈출, 신뢰성 있는 사회 인프라 구축 등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유럽 강소국 사례에 주목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정책과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 전체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행복의 기초 정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