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4. 18:20ㆍ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전문직이 사라질 2030년을 상상하라
김슬기 입력 2017.05.24. 17:26 수정 2017.05.24. 17:26 댓글 3개
◆ 이 시대가 읽어야 할 경제경영서 / 인구와 일자리의 미래 ◆
기술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최종적으로 '인간의 일'을 다시 설계한다. 유발 하라리부터 일론 머스크까지 이미 세계적인 엔지니어와 석학들은 '일자리 없는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는 어디서 올 것인가. 이 책은 법률가이자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 자문위원회 회장인 리처드 서스킨드와 영국 총리실의 정책자문관을 지낸 대니얼 서스킨드 부자(父子)가 함께 쓴 '직업의 미래' 예측서다.
우선 의사, 법률가, 교사, 회계사, 건축가, 언론인 등 전문직의 사회에서 '오늘' 벌어지는 일을 보자. 37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버드대에서는 실제로 수업을 듣는 사람보다 온라인 과정에 등록하는 사람이 더 많다. 건강 웹사이트인 WebMD의 월 방문자 수는 미국 모든 의사가 진료하는 사람의 수보다 많다. 허핑턴포스트가 6년 만에 확보한 방문자 수가 164년 역사의 뉴욕타임스를 뛰어넘은 지도 오래다. 2014년 세무전문가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접 세무신고를 한 사람도 4800만명에 달한다. 전문직이 보유한 기술은 '인쇄 기반 산업 사회'의 핵심적 역할이었다. 하지만 '기술 기반 인터넷 사회'에서는 비전문직이 운영하는 기계가 이들 작업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전통적 전문직의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이 그린 미래다.
교육분야에선 반론이 있을 법하다. 수세기 동안 교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습의 방법이 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캘리포니아의 자율형 공립학교 9곳은 등교 시간의 4분의 1을 학습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교육에 사용한다. 교육의 '개인화'는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비좁은 강의실 수업과 '온라인 무대에 선 현자'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법률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은 이제 입소문만으로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에이보(Avvo)에는 미국 변호사 20만명의 평판이 저장돼 있고, 법률자문사를 온라인 경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놀라운 무작위 대입 처리능력과 무한에 가까운 저장능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빛의 속도로 이뤄지는 의사소통, 전례 없는 소형화, 급속한 부품 가격 하락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전문직의 산업화와 디지털화, 이들 업무의 상품화, 전문직의 중개자 지위 박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진단이다.
실용적 전문성을 '공유재'로 누리게 될 사회에는 윤리적 질문이 필요하다. 누가 실용적 전문성을 소유하고 통제해야 하느냐는 것. 기술의 완전 '자유화'와 '봉쇄'라는 두 의견 사이에서 앞으로 각 국가는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만 한다. 저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통해 이 딜레마의 해법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무지의 베일' 뒤에 놓은 다음, 기술 기반 사회에서 실용적 전문성을 어떤 식으로 공유할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런 조건에서라면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봉쇄보다 자유화를 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법률, 뉴스, 경영지원, 회계적 통찰, 건축 노하우가 대부분 무료 또는 저가로 사용되는 사회는 향후 10~20년 내에 올 것이라는 게 이 책이 그린 미래다. 명쾌한 결론을 내리면서도 이 책은 불안해하는 독자들에게 "물론 현존하는 직업 중 전문직이 가장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한다. 기계와 인간의 전쟁을 다룬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 마무리된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전일제 일자리, 일의 목적 그리고 일과 여가의 균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매일경제·예스24 공동 선정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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