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기자 입력 2017.01.09 11:50 수정 2017.01.09 12:00 댓글 68개
손학규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칩거’다.
대권 주자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경력과 이력에도 늘 대중성 부족을 지적받는 그다.
질풍노도와 같은 그의 가슴에 좌와 우를 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은 영국 유학 시절 때였다.
―의지도 좋지만 친문 그룹이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지 않나.
- 前 민주당 대표
광장민심, 대통령제 극복 요구… 시스템 못바꾸면 실패한‘촛불’
개헌, 원칙만 세우면 바로 가능… 안되면 대선후 처리 ‘고리’필요
2~3월 ‘정치적 빅뱅’ 있을 것… 정치 새판짜기 중심에 서겠다
親文, 가장 강력한 패권집단… 야권통합, 시대 뒤떨어진 논리
개헌반대는 집권 후 패권 발상… 광장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
대통령 되는 건 목표아닌 수단… 통합·개혁의 시대정신 갖춰야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손학규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칩거’다.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도지사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그보다 앞서 덥수룩한 수염, 닭 치는 모습, 시골 암자의 겨울나기 등을 떠올리게 한다. 대권 주자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경력과 이력에도 늘 대중성 부족을 지적받는 그다. 하지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늘 새로운 세상을 꿈 꿨고, 민심에 귀 기울였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그는 정치권에서 보기 드물게 흐트러지지 않은 삶, 도전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서울대 시절엔 문리대 학생운동 리더로 법대 조영래, 상대의 김근태 등과 운동권 트로이카를 구성했다. 졸업 후 노동운동, 빈민운동, 기독교운동을 벌이면서 수배와 투옥을 반복했다. 질풍노도와 같은 그의 가슴에 좌와 우를 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은 영국 유학 시절 때였다. 옥스퍼드에서 수학하면서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었고 귀국 후 잠깐의 교수생활을 거쳐 1993년 광명시 보궐선거로 국회에 발을 디뎠다. 그 뒤 25년 간 여야를 거치는 변전을 겪었지만 “늘 통합을 생각하면서 누군가 가야 할 길을 걸었다”고 회고했다. 2년 여의 강진 흙집 칩거를 끝내고 정치권 복귀와 대권출마 의지를 밝힌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5일 불교방송 건물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손학규의 정치 브랜드는 무엇인가.
“통합이다. 내가 민주당에서 두 번 대표를 했는데 모두 다 분열됐던 야권을 통합했다.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 땐 한·약 분쟁을 해결했다. 경기지사를 하면서는 4년간 일자리를 74만 개나 만들었는데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 만들어진 일자리 100만 개의 4분의 3이다.”
―통합이나 일자리는 시대적 과제와도 일치하는 것 같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불평등·양극화 해소와 경제성장, 안보에서는 동북아시아 안정과 남북 평화교류다.
―손학규가 갖는 단점은.
“좀 더 대중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랄까. 기자나 교수 같은 지식인들이 꼽는 ‘제일의 대통령감’인데 대중적인 지지율은 안 올라간다. 시원하게 톡톡 질러대지도 못하고.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패권주의적 당파성을 갖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 말씀은 약점인 듯 장점인 듯하다. 현실 정치를 피해 산(강진)에 너무 오래 계신 것 아닌가.
“내려오려고 간 게 아니다. 솔직히 강진에 완전히 살 생각으로 갔었다.”
―다시 정치권으로 나오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뭔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으로는 강진으로 가고 1년이 좀 지났을 때다. 조선산업이 무너지고 해운업이 무너지고 하면서, 한 번은 해운사의 배 한 척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사진을 봤다. 귀항하지 못하고 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충격을 받았다. 멀쩡한 나라가 있는데 세계 7위의 해운사 소속 배가 입항도 못 하고 빙빙 떠도는 게 이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그런 거를 그냥 보면서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 내가 그냥 있어서 될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4·13총선 당시 왜 민주당의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나.
“김종인 전 대표가 전화로 지원 요청했지만 나는 ‘생각해보겠다’고만 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야권을 통합했던 사람으로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분열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돕는 게 통합정치의 철학과 맞지 않았다.”
―정치지도자의 덕목으로 뭘 꼽나.
“시대정신을 갖는 게 제일의 덕목이다. 선장이 할 일은 배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고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배의 위치와 방향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이게 국가 최고경영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국가 최고경영자, 대통령이 되는 게 정치적인 최종 목표인가.
“목표라기보다는 수단이다.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나라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이 되려면 지지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자신의 지지기반은 뭔가.
“지지기반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국민이 알아서 해주는 거다. 산토끼 집토끼 이런 얘기는 정치공학적인 얘기이다.”
―손학규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할 의원들이 얼마나 되나.
“그것도 정치공학적인 얘기다. 세력화에 신경을 썼다면 내가 당을 떠나지 않았겠지. 손학규와 같이하는 의원이 몇 명이냐 카운트하고 있지 않다.”
―때론 정치공학도 필요하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캠프에서 하는 거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대권 도전을 도와주는 팀은 있나. 대권 수업은 얼마나 되어 있나.
“2012년 대선에 대비해 2년간 매주 전문가들과 분야별로 정책 공부를 했다. 그동안 시간이 흘렀으니 다시 해야겠지.”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물론 시대가 흘렀고 경제나 안보환경이 바뀌고 했으니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야겠다는 시대정신과 결단의 문제다.”
―광장 민주주의, 촛불 민심은 뭘 요구하고 있다고 보나.
“우리 광장의 민심이 요구하는 건 ‘내가 나를 대표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박근혜를 퇴진시켜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나를 대표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강력한 요구가 있다. 대통령 탄핵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런 광장의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대선 전에 이런 민심을 반영한 정치 빅뱅이 있을 거다. 2월이나 늦어도 3월까지 정치의 새판짜기로 가게 될 거다.”
―정치 빅뱅의 중심에 서겠다는 건가.
“그렇다. 그 차원에서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를 발족하는 것이다. 국민운동체이기 때문에 정당,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 폭넓게 개혁 의지를 갖는 사람들에게 개방돼 있다.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에 몸담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도 참여할 수 있다. 지금은 정당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두고 봐야지.”
―새 정치 주체를 만드는데 포함될 인물과 그룹은 또 누가 있나.
“패권주의자는 안된다. 개혁 의지가 투철하고 그것을 위한 자기청산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
―누가 패권주의자인가.
“새누리당은 이미 우리 정치의 핵심 변수가 아니다. 문제는 제1야당인 민주당 내 강력한 패권 집단이다. 친문(친문재인) 집단이 야권을 지배하고 국회를 뒤덮고 광장 민심까지 덮고 있다. 광장 민심은 국정농단을 만들어내는 체제를 바꾸라고 하지만 패권세력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눈앞에 닥친 권력(대권)을 집어먹을 수 있는데 왜 개헌하느냐 이러고 있다. 과거 적폐를 청산하겠다면서 새로운 적폐를 만들고 집권 뒤 새로운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거다. 광장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구체적으로 어떤 개헌을 생각하나.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좋은 모델이다. 정치적 안정과 정책의 연속성을 꾀할 수 있는 체제다.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합의제 민주주의와 연립정부 체제가 정치적 안정, 통일, 번영, 복지,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이 기민련 헬무트 콜 총리에 의해 완성됐다. 녹색당의 원전 폐기 정책이 기민련에 수용돼 2020년이면 완전히 폐기된다. 이번 광장 민심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자는 거다. 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면 광장민주주의는 실패한 혁명이 될 것이다.”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까.
“이미 많은 논의가 돼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와 특권을 제거한다는 원칙만 세운다면 바로 개헌이 가능하다. 의지, 결단, 선택의 문제다.”
―의지도 좋지만 친문 그룹이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지 않나.
“그게 패권의식이다. 만약 대선 전에 안된다면 대선 후라도 반드시 되도록 ‘고리’를 만들어놓는 것까지는 해야 한다. 이번에 출범한 국회 개헌특위가 안을 다 만들어놓고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뒤 누가 당선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개헌안이 통과되도록 설정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 고리도 없이 막연한 공약만으로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지키지 않는다. 누가 5년 임기 동안 보장된 막강한 권한을 나누고 임기를 줄이려고 하겠나. 지금 친문 패권 그룹이 여론에 떠밀려 대선 후 개헌 얘기를 하는데 그건 개헌하지 않겠다는 거다.”
―친문 쪽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야권 통합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다. 지난 4·13총선 이후 다당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국민은 양당제 아래에서 싸움질만 하는 정치권을 더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제 쉽게 합치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대선 빅 텐트 얘기가 나온다. 대선 주자 간 개헌연대를 제안할 생각이 있나.
“(개헌을 매개로 연대해야 한다는) 뜻은 이미 전해졌다. 개헌연대라는 표현 보다는 새 정치 주체 형성을 위한 뭐 그런 게 되든지… 연립정부로 가야 하니까.”
―차기 정부의 개혁과제를 대선 주자들이 분담하는 연립정부를 구상하는 건가.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그런 방식을 배제할 수 없다. 연립정부는 권력의 분점인데 그게 시대적 과제이니까.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을 주자들이 개혁과제별로 맡는 형식을 배제할 수 없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젊으니까 그런 건데, 나라 경영은 경륜으로 하는 거다. 경륜은 경험과 지혜다.”
―빅 텐트와 관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는 만날 계획인가.
“당연히 만날 생각이 있다.”
―새누리당은 어떤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청산 노력과 결과에 따라 빅 텐트 참여가 가능한가.
“두고 봐야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손학규의 성장론은 뭔가.
“정책이론은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들이 할 일이고 난 통합의 리더십을 세우면 된다.”
정리=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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