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이논과 상사화로 유명한 우키하초는 우리지역 동부산악권과 유사하게 산림이 전체 면적의 2/3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고산지대로 농경지가 적고 척박하지만 청정 이미지와 자연경관을 활용해 관광산업에 성공한 지역이다. 기타큐슈는 철광도시로 일본경제의 100년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60년대부터 심각한 공해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시민과 기업, 행정이 손잡고 공해극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생태도시로 재탄생했다. 에코타운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에코타운은 환경에 대한 교육과 체험관광 자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생태관광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으나 도시지역의 생태관광 추진에 참고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를 소개한다.
△우키하 다랑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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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키하 다랑이논. |
후쿠오카에서 히타시를 가다보면 우키하초라는 작은 도시가 나타난다. 바짝 신경쓰지 않으면 IC를 그냥 지나칠 정도로 주변에 도시 등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그린투어리즘으로 유명한 쓰쓰라(葛籠)지구의 다랑이논은 IC를 나와서도 15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저수지를 끼고 하늘을 향해 치닫는 듯한 좁은 산길을 따라 가다보면 네비게이션도 혼동을 겪는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랑이논이 누더기 이불처럼 켜켜이 포개져 있다.
이 곳의 다랑이논은 농촌의 고령화로 더 이상 경작이 불가능한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이를 다시 살려낸 것은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지난 1995년께부터 스스로 그린투어리즘연구회를 조직하여 ‘아이나 손자가 자랑할 수 있는 고향 우키하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도농교류를 추진해왔다. 계단식 다랑이논에 상사화를 심었고, 다랑이논 오너제도 등을 통해 도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가을철이 되면 붉은색 상사화가 벼의 황금물결과 어우려져 장관을 연출하게 됐고, 이를 활용해 축제를 열고 있다. 지금은 우키하 인구(3만5000명)의 수 십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매년 우키하를 찾고 있다.
그러나 다랑이논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많다고 해서 곧바로 주민들의 관광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전반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더 큰 성과로 꼽힌다. 실제로 일본의 국도 주변에는 지역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미찌노에키라는 판매장이 있는데, 미찌노에키 우키하는 일본 안에서 가장 인기 있고 성공적인 곳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우키하라 쓰쓰라지구의 다랑이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연구회를 구성해서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환경청 선정 일본 명수(明水) 100선, 산림청 선정 숲 100선, 계단식 논 100선 선정, 반딧불 만들기 장관상 등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과 뛰어난 경관이 성공을 지원하는 힘이 되었다. 주민들도 ‘경관 10년, 풍경 100년, 풍토 1000년’이라는 주제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경, 그리고 역사문화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타큐슈 에코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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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물로 만든 건축자재. |
기타규슈는 1901년에 근대식 용광로를 가진 국립 야하타 제철소가 들어와 일본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4대 공업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60년대 들어서면서 인근 도이카만은 공업 및 생활폐수 등으로 대장균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죽음의 바다가 됐고, 하늘은 일곱색의 연기라고 할만큼 매연이 심각해 빨래조차 널 수 없을 정도였다. 어린이 천식환자가 급증하자 어머니들이 부인회를 조직해 환경에 대한 조사에 나서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라는 8mm 영화를 만들어 계몽활동을 벌였다. 이후 시민과 행정, 기업, 연구기관이 일체가 되어 환경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는 도이카만에 100여종 이상의 어패류가 살고 밤하늘이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생태도시가 됐다. 실제로 케냐 출신으로 환경운동가이자 아프리카 여성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 박사는 ‘환경문제는 기타큐슈시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남겼으며, OECD는 2011년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기타큐슈시를 그린성장시티 프로그램의 모델(환경과 경제가 공존하는 도시발전 모델)로 선정했다.
기타큐슈시는 이러한 공해극복의 노하우를 살려 개발도상국 등과 함께 다양한 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역내에서는 재활용 환경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에코타운 사업과 함께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후대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에코타운은 97년 정부로부터 플랜을 승인받아 와카마쓰구 히비키나다지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01년 6월에 개관했다. 모든 폐기물을 다른 산업분야의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가능한 한 폐기물이 제로가 되도록 하는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접한 학술연구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환경분야에 대한 교육과 기초연구에서부터 실증연구,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는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폴리에스테르를 만들거나 재생 PET 팰렛을 생산하는 기업, 폐기된 사무용 기기를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기업, 의료용구를 파쇄해 고체연료나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 하는 기업 등이 자리 잡고 있다. 71년 중앙부처보다도 먼저 공해대책국을 설치하고 중앙정부의 법률보다 엄격한 ‘기타큐슈 공해방지 조례’를 제정해 시행했던 시 당국이 입주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맺으며
일본의 생태관광을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때묻지 않은 훌륭한 자연경관, 다랑이논, 람라르 습지 등 우리와 유사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역사나 문화, 여건 등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배울점도 적지 않다. 우키하나 구로카와 온천지구, 에코타운 등의 사례를 보면 주민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우리나라의 올레길을 도입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환경적으로 죽었던 도시를 살려내 오히려 환경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례 등은 열린 마음과 발상의 전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역사와 어우러진 환경교육은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자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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