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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아닙니다..심상찮은 '컬러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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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 아닙니다..심상찮은 '컬러 빙하'



원호섭 입력 2016.11.18 16:06 댓글 0

얼음으로 이루어진 빙하. 독일지질학연구소 연구진은 이처럼 색이 첨가된 빙하가 햇빛을 반사하는 효과를 약 13% 떨어뜨리면서 빙하의 녹는 속도를 가속화시킨다고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는 "빙하에 조류가 번성하면 그 지역은 마치 싱크홀처럼 움푹 파이게 된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는 것이 원인인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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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그을음·녹조류 번식에 다양한 色 띠기도
투명성 잃으며 햇빛 더 많이 흡수..온난화 가속
녹색 빙하(왼쪽), 빨간 빙하(가운데), 검은 빙하. [사진 제공 = 블랙앤드블룸]
얼음으로 이루어진 빙하. 우리는 항상 '하얀색' 빙하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검은 빙하, 빨간 빙하, 녹색 빙하 등 빙하의 색은 다양하다. 색이 화려한 빙하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면 달갑지만은 않다. 햇빛을 많이 흡수해 빙하가 녹는 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2000년 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문에는 '수박눈'이 등장한다. 빨간 빙하를 지칭하는 이 용어는 현미경이 개발돼 그 속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미스터리였다. 원인은 단순했다. 빙하 속에 살고 있는 작은 미생물 때문이었다. 검은 빙하의 원인은 그을음이었다.

신기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빙하들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지질학연구소 연구진은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령의 스발바르 제도와 스웨덴 등지 빙하에서 조류를 포함한 40여 개의 미생물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빙하에는 다양한 녹조류가 살고 있으며 빙하가 녹으면서 조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조류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은 빙하의 주원인은 산불이다. 지난 5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두세 달 뒤 북극에서 검은 빙하가 발견됐다. 산불로 발생한 그을음이 대기를 떠다니다가 빙하에 내려앉아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색을 띤 빙하가 '알베도 효과'로 인해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는 사실이다. 알베도 효과란 태양으로부터 나온 빛에너지가 물체나 대기에서 반사되는 비율을 말한다. 빙하에 '색'이 첨가되면 하얀색 빙하보다 햇빛을 많이 흡수해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빨리 녹게 된다. 땡볕에 세워 놓은 차량 가운데 검은색 차량이 흰색 차량보다 뜨거운 것과 같은 이유다.

독일지질학연구소 연구진은 이처럼 색이 첨가된 빙하가 햇빛을 반사하는 효과를 약 13% 떨어뜨리면서 빙하의 녹는 속도를 가속화시킨다고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알베도 효과를 13% 증가시키는 것은 상당한 양의 햇빛을 흡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상희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북극이 녹으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습기가 생기면서 미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며 "결국 빙하의 녹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빙하에 조류가 번성하면 그 지역은 마치 싱크홀처럼 움푹 파이게 된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는 것이 원인인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알록달록한 빙하로 인해 빙하가 더 빨리 녹으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영국 브리스틀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이런 현상을 연구하고 막기 위해 '블랙앤드블룸(Black and Bloo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비만 해도 연간 400만달러에 달한다. 연구진은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이 7m나 상승하는 만큼 빙하가 빠르게 녹는 원인을 파악하고 향후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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