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의 기본소득’ 실험공동책임자 아미라 예히아 ,,“기본소득 120만원 줘도, 일 관두지 않더라”

2016. 7. 11. 12:56경제/공유경제



 



독일 ‘나의 기본소득’ 실험공동책임자 아미라 예히아

“기본소득 120만원 줘도, 일 관두지 않더라”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ㆍ기부금 모아 추첨 당첨자에 1년 동안 매달 일정액 지급
ㆍ“반대론자 ‘노동의욕 저하’ 주장
ㆍ‘포퓰리즘’ 증명하는 게 목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제공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제공

지난달 스위스는 역사적인 ‘유토피아 실험’을 국민들의 선택에 부쳤다. 모든 국민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30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열린 것이다. 투표는 77%의 반대로 부결됐다. “포퓰리즘적이다” “노동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왔다.

매달 먹고살 만한 돈이 통장에 날아든다면 아무도 일하지 않으려 할까. 독일의 기본소득 프로젝트인 ‘나의 기본소득(Mein Grundeinkommen)’ 공동책임자 아미라 예히아(30·사진)는 4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런 우려야말로 포퓰리즘임을 증명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나의 기본소득’은 자발적인 기부자들에게서 돈을 모은 뒤 추첨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이다. 당첨자에게는 1년 동안 매달 1000유로(120만원)를 준다. 지금까지 4만5000여명이 참가했고 46명이 돈을 받았다. 예히아는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사례를 모으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논의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사람들에게 그것(기본소득)을 줘 보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내와 작은 건설사무소를 운영하는 볼커라는 남성은 35번째 당첨자다. “당첨일이 4월1일이어서 처음에는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폐질환을 앓는 그는 “돈 걱정 없이 건강관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지난 3월 31번째 당첨자가 된 리사라는 여성은 남편과 함께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 걱정 없이 논문도 쓰고 2세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예히아는 “일을 그만두거나 받은 돈으로 사치품을 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했다. “왜 사람들은 이웃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을 그만두고 게을러질 거라고 생각할까. 자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스위스 여론조사에서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을 완전히 그만둘 것이라는 답변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답변은 30%가 넘었다. 예히아는 “인생에서 뭔가를 성취하려는 욕구는 모두가 똑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다”라고 했다.

‘나의 기본소득’은 100명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목표다. 8000만 독일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수치여서 이들의 실험결과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무 조건 없이 소득이 주어지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그는 세계의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만 생겨나는 현실에서 “기본소득 구상은 미래의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는 부결이었으나, 찬성이 23%에 이르렀다는 것만 해도 이전의 투표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세계의 관심도 높았다. 예히아는 7일부터 10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열리는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에 참석해 한국의 기본소득 활동가들과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Read mor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041638001&code=970100#csidxb8ddfa81b33b27fa1d7cf8c99687f1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