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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행성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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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행성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연합뉴스 | 입력 2016.05.20. 10:01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요즘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가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에서 재해와 이상기온, 이상기후는 물론 동물 떼죽음도 잇따라 벌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 절벽 무너지고, 홍게 떼죽음…가뭄에 동남아 농사 망쳐

#.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퍼시피카 해안에 있는 아파트와 가옥 주민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건물들은 파도로 침식된 해안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상태로, 조만간 벼랑 아래로 추락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지난해 성탄절 미국 뉴욕주 콜리어스빌의 호수에서 한 시민이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성탄절 미국 뉴욕주 콜리어스빌의 호수에서 한 시민이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 [AP=연합뉴스]
마이크 플래니건 앨버타대 교수는 이달 초 시작돼 여전히 꺼지지 않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대형 산불을 두고 "날씨가 따뜻할수록 불이 더 잘 난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앨버타주 기온은 31~32℃로 높았다. [연합뉴스TV 자료영상]
마이크 플래니건 앨버타대 교수는 이달 초 시작돼 여전히 꺼지지 않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대형 산불을 두고 "날씨가 따뜻할수록 불이 더 잘 난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앨버타주 기온은 31~32℃로 높았다. [연합뉴스TV 자료영상]

#. 이달에는 캘리포니아주의 뉴포트 비치와 라구나 비치, 헌팅턴 비치 등 서부 해안가에 수만 마리의 홍게 떼가 몰려와 백사장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1~3인치(2.5~7.6㎝) 크기의 홍게들은 지난해에도 서부 해안가에 수천여 마리가 몰려들었다.

홍게들은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먼바다에 주로 사는데, 그곳의 수온이 오르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동남아는 극심한 가뭄과 '살인 무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태국 북서부 도시 메홍손은 지난달 28일 낮 최고 기온이 44.6도를 기록해 태국의 역대 4월 기온으로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무더위에 극심한 물 부족까지 겹쳐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쌀·설탕·팜유의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 '역대 최강 엘니뇨'가 이상기후 불러

위 세 가지 사건의 공통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약해져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보통 호주 북동부와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뭄이, 중남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나타난다. 엘니뇨 현상이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겨울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에서 일어난 최악의 홍수 사태와 미국의 '초여름 크리스마스' 현상도 엘니뇨의 여파로 여겨진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1982∼1983년, 1997∼1998년에 이어 지난 겨울이 관측 이래 세 번째인데, 특히 이번 엘니뇨는 다른 둘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엘니뇨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돼 5월 들어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9도 높은 수준으로, 온도 차이가 비교적 안정됐다고 발표했다.

◇ "지구 온난화와 관련 있다" 경고도

최근 일어난 기상 이변들은 자연적인 기후 체계의 범주 내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 편에서는 엘니뇨에 더해 지구 온난화가 이상기후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지표면과 해수를 합친 지구 온도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4월로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역대 최고 월간 기온' 기록 행진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추세로 볼 때 올해는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많은 과학자는 이것이 엘니뇨 탓만은 아니라며 '기후 비상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많은 이들의 살 터전과 먹을거리를 앗아간 이상 현상. 혹시 인간의 관심을 요구하는 지구의 '경고'가 아닐까?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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