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진은 디아 비컨 미술관(왼쪽)과 허드슨 강. |
뉴욕 맨해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에서 출발해 허드슨 강을 끼고 약 1시간30분쯤 가면 한적한 시골마을 비컨시가 나온다. 그 시골마을을 5분 정도 걷다보면 마을 언덕배기에 공장 같기도 하고 화물창고 같기도 한 커다란 건물 뉴욕 디아 비컨(Dia Beacon)미술관(정식 명칭 Dia : Beacon, Riggio Galleries)이 위치해 있다. 거대한 성전이나 도서관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개념의 작품을 위해 지어졌으나 관광객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뉴욕의 또 하나의 미술관이다. 나는 다행히 뉴욕에 오래 살았던 터라 뉴욕의 유명한 곳은 다 둘러 본 후 색다른 미술관을 찾다가 가게 된 곳이기에 그곳의 분위기와 향기가 여전히 내 기억을 자극한다. 한 때 교통의 중심 역할을 했던 기차역을 개조한 파리의 오르세 박물관, 테임스강가의 발전소를 개조한 런던의 테이트 현대미술관 그리고 뉴욕의 디아 비컨 미술관 이들 미술관의 공통점은 모두 이전에 다른 용도로 쓰이던 건축물을 외형은 유지하면서 그 거대한 실내 공간을 작품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다. 땅값 비싼 뉴욕시에서는 설치하기 힘든 실험적인 대규모 작품이 많이 전시돼 디아 비컨은 미술관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4대 박물관이자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구겐하임(Guggenheim Museum), 모마(MoMA)와는 또 다른 의미의 미술관으로 건물 규모와 작품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 | ▲ 도심하천 재생방향 |
허드슨 강변을 바라보는 운치 있는 업스테이트 뉴욕, 비컨에 위치한 디아 비컨 미술관은 1929년경에 세워진 나비스코(미국 크래커 ‘오레오’ 회사)의 포장 박스 인쇄공장을 2만3100여㎡ (7000여평)에 달하는 실내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시켰다. 현대미술의 중심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거대한 전시 공간을 자랑하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현대미술관으로 탄생되었다. 오픈한지 10년이 조금 지난 새 미술관이지만 외양은 낡은 공장건물 그대로였다. 내부도 공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창고 분위기를 그대로 풍겼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시를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허드슨 강변의 울창한 숲을 에워싼 허드슨 밸리의 숨은 보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시간30분의 기차 여행이었지만 허드슨 강이 주는 평안함에 힐링도 되고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친구가 있어 그러하기도 했었지만 차창너머로 보이는 맨해튼의 동쪽을 가로지르는 허드슨 강의 풍경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허드슨 강변을 따라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왼쪽으로는 산과 강을, 오른쪽으로는 수풀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동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기찻길이 강가와 매우 인접해 있어 강을 바라보는 쪽 창가에 앉은 나는 물위를 떠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컨역에 도착할 즈음에는 강 한가운데 섬에 우뚝 솟아 있는 배너맨 캐슬(Bannerman Castle)이 등장하였는데 19세기 중반 세워진 이 성은 군용 창고로 쓰였다 한다. 생각해보면 디아 비컨에서 얻은 교훈은 허드슨 강의 운치에 눌려 비컨에 도착하기도 전에 또 보기도 전에 뭔가를 많이 얻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이 끝나기도 전에 미술관의 거대함에 또 작품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짧은 미국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역사를 만들고 계획된 도시를 만들고 계획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그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스토리를, 그 스토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더하고 가치를 더한다. 버리지 않고 그 존재를 존중하고 기본을 헤치지 않으며 그 기본을 충실히 실천한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자연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배워야 할 것이다. 미국 친구가 아주 오래된 사진기를 많은 수리비를 주면서도 고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물어 본적이 있다. ‘그 돈이면 더 좋은 디지털 사진기를 살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는 오래전 그의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그 아버지가 또 그에게 물러준 주신 거라 하였다. 그 사진기엔 그만의 스토리가 있었고 그 가치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낡았다고 버리고 쓸모없다고 버릴 수 있겠지만 낡음에, 쓸모없음에 스토리와 철학이 더해진다면 역사로 기록될 것이며 더 많은 가치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신들이 동천에 투영된다면 결코 새로움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뉴욕의 허드슨 강은 동천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규모이지만 자연이 주는 따뜻함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힐링과 더불어 도시하천으로서의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을 흐르는 오염된 동천을 정화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천을 흐르는 물을 정화하면서 그 주위를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도시 속에서 환경적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의 환경은 부산시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더럽고 악취가 나고 다듬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깨끗이 정비되고 여가를 즐길 곳이 충분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공간이 곧 복지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공간을 두고도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서, 동천에서 자연을 찾는 방법, 그것은 우리 주변에 있는 시냇가를 찾아내고 이 시냇가를 자연스럽게 가꾸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고 앞으로는 전 국토가 도시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도시 속에서 자연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굳이 찾지 않더라도 동천은 바로 우리 옆에 있지 않은가? 단지 더럽고 냄새난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고 천덕꾸러기 신세에 놓여 있긴 하지만 많은 나라의 도시에서 인공공원을 만들고 인공호수를 만들고 인공하천을 만들지 않는가? 뉴욕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처럼 뉴욕의 대도시 속에 인공자연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동천은 적어도 그런 노력은 들이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동천의 재생방향은 인간중심+자연중심의 도시하천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또한 역사와 문화, 환경이 공존하는 동식물의 생태계 순환하천으로 조성되어져야 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하천은 우리뿐만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생물에게도 행복과 기쁨을 준다. 그곳에 가면 우리 마음이 평안해지고 저절로 자연에 흠뻑 젖는다. 그 곳에 가면 생명이 있다.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동천과 우리 문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우리가 버릴 수 없다면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고치고 깨끗하게 만들어 함께 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혜택을 통해 윤택하고 건강한 도시 속의 복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천에서 살아야 할 생명체들을 살려야 하고 우리 모두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생명과 함께 하는 ‘동천문화’를 회복하여야 한다. 거기서 행복과 공존의 길을 찾아내면 생명이 넘치는 행복한 동천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닌 버려진 것에 가치를 불어 넣어 보자. 부산사람이 가진 근성과 함께 우리 모두가 조금만 더 동천에게 사랑의 힘을 불어 넣으면 충분히 풍성한 이야기가 있는 곳,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곳, 머물고 싶은 곳, 한번쯤 찾아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또한 그 가치의 중심에는 항상 부산의 시민단체인 숨쉬는 동천(숨동)이 함께 하고 있으며 숨동이 추구하는 동천과 동천의 지천들 살리기 프로젝트의 기적을 늘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물고기가 뛰어 노는 동천을 상상한다. | | | ▲ 황미경 지오커뮤니케이션 대표 숨쉬는 동천 홍보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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