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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포장지 정책, 청년펀드

경제/경제와 경영, 관리

by 소나무맨 2015. 9. 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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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포장지 정책, 청년펀드

우석훈 |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정부에서 몇 달이 멀다고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여간 풀어줄 수 있는 건 다 풀어주고, 동원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했다. 별의별 대책을 다 쓰면서 전세 대책이라고 하기도 하고, 월세 대책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전·월세 상한제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다. 이걸 하면 전·월세 폭등은 잡는다. 그렇지만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좀 불편해진다. 이런 구조적 접근을 중장기적으로 하면 풀 수 있는 방안은 절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핵심을 ‘집값 부양’이라고들 본다. 집값을 지지하는 것, 이건 박근혜 정부의 근본 정책이다.

이제 다시 정부가 청년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2016년 예산으로 2조원 약간 넘는 돈이 잡혀 있는데, 대부분 인턴 대책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대부분 기업들에 퍼주기 식이다. 이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건 청년대책이 아니라 불황을 맞은 기업에 대한 단기 자금지원 성격으로 보인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라고 거창하게 포장한 것들도 뜯어보니 제일 덩치 큰 게 외교부에서 1000억원 넘게 쓰는 해외봉사단이다.

애초부터 해외에 사용되어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추가적 일자리라고 하는 것,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이다. 고정성 해외지원 사업에 청년들이 봉사하러 가는 것, 이게 청년 대책, 그것도 직접 고용대책인가? 이런 식이면 전형적인 열정페이로 분류되는 펜션 ‘스태프’들에게 파티에서 밥 주고 재워준다고 월급 안 주는 것도 일자리 대책이다. 정부의 청년 대책들이 2조원이나 쓰면서 인턴을 뽑게 하거나, 인턴이 되기 위해서 훈련받는 것, 그런 게 거의 대부분이다.

물론 한국에는 최고급 인턴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데는 고위직 자녀들이 부모 줄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실업을 호소하는 청년들에게는 별 해당 사항이 없다. 인턴의 양극화, 이게 정부의 청년 대책이 만든 새로운 트렌드이다. 간단히 정부의 청년 대책을 정리하면, 2조원가량의 정부 돈을 들여 고급 인턴이 못된 불쌍한 청년들을 하위직 인턴으로 만들겠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2조원을 가장 허무하게 쓰는 법이 되겠다.

우리 사회가 청년을 대하는 눈이 다정하지는 않다. 매섭게 보거나 딱하게 보거나, 감정이 너무 많거나 감정이 너무 없거나, 두 극단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면 정부가 청년을 보는 눈은? 포장지로 보는 것 같다. 비즈니스적 관점이다. 자기 장사하는데 어떻게 하면 더 예쁜 포장지를 쓸까, 정책과 예산으로 본 정부 대책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포장지 중에서도, 보자기처럼 오래오래 두고 쓰는 명품급이 아니라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 포장지, 딱 그렇다. 언제 쓰나? 선거 때 쓴다. 선거 끝나면? 또 다음 세대 청년을 위해서 새로운 인턴제를 도입한다. MB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정부 정책의 연장선에서 보면,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는 전형적인 ‘1회용 포장지’ 정책이다. 기왕 포장지를 쓰는 김에 좀 더 화끈하게 국민들도 끌어들이자, 이렇게 보인다. 포장지 전법에 국민들도 끌어들인다. 뭐 좋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고용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펀드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기가 막힌다고 생각한 것은, 이 펀드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원금을 회수하겠다는 게 대통령 방침이라는 점이다. 청년의 삶이 지속가능해야지, 펀드가 지속가능한 것이 목표라니 맙소사! 이 기막힌 현실 앞에 한마디만 하고 싶다.

청년은 1회용 포장지가 아닙니다! 40년 이상 일하면서 가정도 꾸려나갈 인간이며 동등한 국민입니다! 정부와 대통령에게 1회용 포장지 취급받아도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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