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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새들과 총선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5. 9. 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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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새들과 총선

2015년 09월 23일 (수) 임병식 편집국장 montlim@sjbnews.com

 

 

   

 

당적을 자주 바꾸는 정치인을 철새라고 한다. 소신도 철학도 내팽개친 채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불쾌하겠지만 정작 불쾌한건 철새들이다. 철새는 매년 일정한 경로를 따라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간다. 그것도 일관된 방향을 가지고 서식지와 번식지를 규칙적으로 이동한다. 원칙도 없이 왔다 갔다하는 정치인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과학자들은 수 천㎞를 비행한 뒤 정확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철새의 공간 인지 능력에 경이로움을 표한다. 그런 철새를 소신도 없이 출렁이는 정치인들에게 비유했으니 철새들이 불쾌한 것이다. 엊그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도 철새라는 표현을 거론하며 자신에게 쏠리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

정치 시즌, 정확히는 총선이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것은 정치 철새들 때문이다. 정치 철새에는 선거철만 되면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기웃거리는 이들까지 포함한다. 다음 달이면 이런 류의 정치 철새들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 정확히는 서울발 정치 철새들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출마 변은 “고향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로 집약된다.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저마다 소신을 가지고 뛰어들었기에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미덥지 않은 건 분명하다. 화려한 수사로 포장한 이들일수록 허망한 뒤끝을 허다하게 접했다. 낙선과 함께 선거가 끝나면 이들은 자신의 서식지인 서울로 회귀한다. 설령 당선 되도 서울에 주소지를 두거나, 임기가 끝나면 조용히 돌아간다.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이들은 안다. 장관, 차관, 군 장성, 공기업 대표를 지냈다는 이른바 잘나가던 이들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은 “중앙에서 쌓은 인맥과 경험을 활용해 봉사하고 싶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곰곰이 되새겨보면 그들에게 고향은 시혜의 대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잘 나가는(혹은 한때 잘나갔던) 나를 활용해야 고향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오만함이다. 왜 국회의원만 되서 봉사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낳아주고 길러준 고향에 진심으로 봉사할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과장되게 말하면 당장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부터 쓸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만 고집하니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평소에는 잠잠하던 고향 사랑이 선거철만 되면 일어나는 것도 우습다. 결국 그동안 누리던 기득권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국회의원을 선택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중앙집권이 심각한 한국정치가 낳은 우울한 단면이다. 돈과 사람, 권한이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누가 중앙과 연줄을 가지고 있느냐가 능력 판단의 척도가 된다. 그렇다하더라도 마지막 봉사를 정치로 하겠다는 주장에는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정치가 아니라도 얼마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릴 일은 있다.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간 덕분에 그들은 입신양명했다. 그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기득권을 연장하는 방편으로 출마를 꿈꾸는 이들을 문제 삼는 것이다.

고향은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애잔한 곳이 아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처럼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이다. 고향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시혜를 베풀거나 가르치겠다는 오만한 생각은 내려놓아야 한다. 낙선하더라도 고향에 머물며 봉사하는 게 옳다. 그런 면에서 전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 중앙에서 활동했다는 경력을 밑천으로 내리 꽂는 전략공천은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 봉사하고 땀흘린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게 오히려 합당하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검증을 통과한 이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서울 일극중심의 병폐를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지방식민지 독립선언’이란 책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서울같은 대도시는 없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몰려 있는 실태를 고발한다. 인구 50%,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기관 51%, 공공청사 80%, 정부투자기관 89%, 예금 70%의 기형적인 구조다. 정치 철새들을 견제하는 것도 지방자치에 다가가는 길이다. 지방식민지 독립선언은 정치 독립에서 가능하다는 말이다. /임병식 편집국장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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