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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직업, 정해진 틀 벗어라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5. 8. 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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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직업, 정해진 틀 벗어라

 

장윤옥 기자작성일 2015.08.02 16:24

 

 

 


“로봇 하나가 때로는 1000명의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나누어질 이익을 한 사람의 수중에 넘긴다. 기계가 새롭게 개선될 때마다 숱한 가정의 빵이 강탈된다. 로봇이 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거지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머지않아 모든 돈이 수천 가문의 수중에 들어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걸하는 사태를 예상할 수 있다.”

어떤 전문가가 미래 우리 사회를 예견한 것처럼 충격적이고 생생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글은 오늘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18년 독일의 한 신문에 게재된 글 중 단어 하나만 바꿔놓은 것이다. ‘로봇’이란 말이 들어 있는 자리에는 원래 ‘증기기관’이란 단어가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 신문에 실린 글의 예측은 빗나갔다. 증기기관의 발명을 계기로 촉발된 산업혁명은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경제의 규모는 물론 개인의 부를 늘렸다. 가내 수공업은 몰락했지만 전체 일자리의 수는 더 늘어났고 생활수준도 높아졌다.

그럼 앞으로도 일이 그렇게 전개될까.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대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직업의 양극화 낳는다
기술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전망을 하기도 한다. 영국 옥스포드대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는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자동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에 한정됐던 로봇과 인공지능이 다루는 작업범위가, 정형화되고 반복되지 않은 업무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거나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일, 매우 정교한 정확성이 요구되는 일 등은 사람보다 컴퓨터 또는 로봇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일들이 이 같은 작업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중간층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계와의 경쟁’이란 저서로 유명해진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가장 위협받는 이들은 기술이 없거나 중간 정도의 기술을 지닌 노동자들로, 이 그룹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기술이 직업의 양극화를 낳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기술혁신에 의한 미국 내 고용현황을 분석한 사례를 보면, 신제품 개발에 따른 직종별 고용창출은 중위권 연봉(4만 7000달러)의 생산직보다 고임금(연봉 8만 5000달러)의 고급엔지니어나 저임금(연봉 2만 5000달러)의 판매직에서 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 역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고용을 분석해보면 생산직은 감소하고 연구개발직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한 예는 수없이 많다. 오랫동안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도 이제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세계의 쇼핑몰을 자임하는 아마존은 물류창고에 키바란 로봇 1만 5000대를 투입,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는 것은 물론 오류율도 대폭 줄였다. 아마존은 이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드론을 이용한 배송서비스까지 추진하고 있다. 생산 공장에서 로봇이 활약한 지는 이미 오래다. 독일이나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로봇을 도입,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퀴즈쇼에서 승리해 화제가 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암 진단 분야에서 이미 의사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15억 명의 임상사례와 증상, 연구 성과를 분석해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금융, 법률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2030년까지 90%의 저널리스트가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로봇저널리즘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미국 증권거래소 초단타매매의 80%는 컴퓨터가 맡고 있고 조만간 컴퓨터가 모든 판례와 법률을 분석해 판결을 정확하게 예측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이뤄지고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지만 쉽게 이 배에서 뛰어 내릴 수는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이나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진격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근거 없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줄였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것. 미국 MIT대학 데이비드 아서는 2014년 ‘폴라니 패러독스와 고용성장 형태’란 보고서를 통해 “90년대 이후 중간층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의 부상과 닷컴버블이 붕괴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2030년이 되면 20억만 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지만 그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로봇연맹 역시 로봇과 관련해 240만~430만 명의 추가 고용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봇에 생산직들이 일자리를 내주는 대신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설계, 관리, 지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 분야의 경우 전통적인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금융공학 지식을 갖추고 알고리즘을 설계, 운용할 수 있는 인력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든 그렇지 않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미래의 우리 직업이나 일자리가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이란 점이다. 로봇이나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축소되거나 없어지고 다른 역할의 일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공학 역량 중요해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3년 말 ‘미래의 직업연구’란 보고서를 통해 미래 직업세계 변화와 관련된 6가지 메가트렌드를 선정했다. 디지털화와 자동화, 고령화, 아시아로의 부의 이동, 환경과 윤리, 일상적 안심, 개성화가 바로 그것이다.

또 이 같은 트렌드를 바탕으로 새롭게 부상할 10개의 직업을 꼽았다. 오감인식기술자(인간 데이터 분석전문가), 바이오프린팅 개발자(인공장기 및 조직 개발), 엑소스켈레톤 연구원(외골격 로봇 개발자), 글로벌 인재채용 전문가, 도시 대시보드 개발자(IoT 기반의 도시정보를 종합제공), 사물데이터인증원(IoT표준 인증), 기억대리인(개인정보 기록 대행), 데이터 소거원(개인정보 소거 대행), 아바타 개발자(홀로그램 등 아바타 개발), 문화갈등 해결원(다문화 갈등 조정) 등이다.

이들 직업의 대부분은 공학 전공자들이 진출하거나 최소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이 눈에 띈다. 공학적 지식, 또는 이를 활용하는 역량이 앞으로 부상할 직업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보고서는 스마트 디지털의 역량이 고용가능성이나 사회양극화를 유발시키지 않도록 실질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해결 도구로서 다양한 디지털 지식과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지를 교육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사전문업체 가트너는 비정형적이고 이동성이 높으며 인지.조작 협응능력, 판단 및 창의력, 감성적 대인스킬 등이 중요할수록 사람이 계속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와는 반대로 노동 강도나 저임금 문제로 인력을 손쉽게 구하기 어렵거나 특허나 법률처럼 관련지식이 빨리 늘어나고 업무가 복잡할수록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어떤 직업을 택하든 컴퓨터나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업무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이미 의료분야에서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로봇팔 수술을 비롯해 웨어러블 로봇, 디지털비서 서비스 등이 앞으로는 더 일반화 될 것이다.

데이비드 아서 MIT대학 교수는 “숙련 근로자의 수요를 늘리는 기술발전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며 “인적 자본에 투자해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인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많은 중간 숙련도의 업무가 컴퓨터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대체되기보다 서로 보완하는 선에서 공존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미래 직업의 기본 임무는 방대한 정보의 신속한 처리, 오류 없는 정확한 수행 등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는 한편 인간의 창의력과 공감능력 등을 활용해 새로운 성과를 내는 것이 될 것이다.

SW개발자 같은 공학 분야는 물론이고 의사나 변호사 작가 같은 전문 직업 종사자들도 기술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 커뮤니케이션, 협력, 창의 등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을 더욱 키워야 자신의 직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된 직업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미래에는 직업별로 업무가 정해지지 않고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미래의 직업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다.

<본 기사는 테크M 제28호(2015년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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