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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쿠바] ① 쿠바 초등학교의 ‘특별한 선물’

세계와 여행이야기/쿠바

by 소나무맨 2015. 6. 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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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하는 쿠바] ① 쿠바 초등학교의 ‘특별한 선물’
    • 입력2015.03.09 (13:56)
    • 수정2015.03.11 (06:10)
  • 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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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쿠바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무엇일까?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으로 상징되는 라틴음악의 로망?

      2차대전 직후의 미국 차들이 아직도 도로를 돌아다니는 ‘살아있는 자동차박물관’ 아바나 거리?

      카리브해의 거친 파도에 맞서 당당히 뻗어있는 말레꼰의 연인들, 또 쿠바 사회주의혁명 뒤 그 과실을 즐기기보다 또다른 혁명을 하겠다며 아프리카로 떠난, 세계 진보의 아이콘 체 게바라도 있다.

      이 모든 쿠바의 독특한 이미지들을 보러 사람들은 쿠바를 찾는다. 구소련의 붕괴, 미국의 경제 봉쇄로 신음하던 지난 수십년 간, 쿠바가 외화 획득을 위해 집중 육성한 게, 이런 쿠바의 이미지들을 파는 관광산업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이나, 미국 등 외국에 사는 친척들의 송금보다, 쿠바에 더 많은 외화 수입을 가져다주는 게 있다. 쿠바 외화 획득원 1위는 바로 서비스 수출이다. 쿠바 같은 가난한 공산주의 국가에서 무슨 서비스 수출인가? 놀랍게도 의사와 교사, 즉 의료와 교육 서비스 수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폐쇄된 북한의 형제나라, 지구상의 몇 남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 쿠바는 지금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그 변화되는 모습을 생생한 현지취재를 통해 오늘부터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1> 쿠바 초등학교의 특별한 선물


      쿠바 외화획득원 1위는 서비스 수출?

      쿠바의 의료와 교육에 대해 간간이 들려오는 뉴스들은 다소 의아하다. 전국민 무상의료에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160여명, 평균수명과 영아사망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쿠바는 미국보다 영아사망률이 낮게 나올 때면, 항상 국제언론에 보도자료를 낸다. 이처럼 쿠바 의료는 그들에게 최고의 자랑이다. 교육은 어떤가? 의사와 의료에 대한 사회적 선망이 강하고, 교육에 대해서는 늘 해법을 찾지 못한 우리에게는 쿠바의 의료가 더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쿠바의 교육도 의료 못지않게 대단하다. 쿠바의 문맹률은 0.02%다. 쿠바에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선 게 1959년이다. 쿠바 문맹률이 0%에 가깝다는 것은, 혁명에 성공한 쿠바 사회주의 정권이,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을 위한 재교육에도 힘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글을 못 읽는 나이 든 사람들도 글을 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쿠바에 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은 순진하지만 똑똑하다. 뭔가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게 가능한, 제대로 배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배고프거나 아파서 죽게 놔두지 않겠다, 누구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들겠다” 이런 대의들은 모든 사회주의 정권이 내세우는 최대 캐치프레이즈고, 아직도 살아있는, 쿠바 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가 가장 강조해온 사명이기도 하다. 전국민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쿠바 정부는 국가 재정의 25%를 쏟아붓는다. 가중되는 경제난 속에 정부 스스로도 힘겨운 일이라고 고백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어쩌면 ‘사회주의’ 쿠바 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다.



      풀뿌리 의료의 힘

      아바나 외곽 쿠바의 지역 종합병원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전국민 무상의료 시스템인 쿠바에서 병원은 기본 복지 시스템이다. 안내를 맡은 병원 관리실장은 이곳 저곳을 자상하게 소개해준다. 쿠바 외교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취재여서인지 촬영에도 제약이 없다. 병원 관계자와 함께 다니는 우리에게 ‘저는 찍지 마세요’ 하고 거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자랑하는 쿠바의 지역 병원에서, 나는 한국의 종합병원에서 느끼던, ‘최신식 시설에 최첨단의 장비가 갖춰진, 내가 정말 내 몸을 맘 놓고 맡겨도 될 곳’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건물은 낡았고, 장비도 오래돼 보이는데다, 의사나 간호사들의 가운조차 색이 바랜 듯하다. 이게 어찌 세계 최강인가? 그런가 하면 병원장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다. 감기 하나 치료할 병원을 고를 때도 어떤 대학병원 출신의 무슨 과목 전문의에게 갈까 따지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병원에 부설된 의대생 임상 교육원에서는,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쿠바 의학을 배우러 온 유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쿠바 의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핵심은 의사 1인당 환자수를 160명까지 낮추게 만든 가정주치의 제도다. 전국에 걸쳐 120가구 당 한 명의 가정주치의가 마을에 상주한다. 의사 1명 간호사 1명으로 이뤄진 가정주치의 팀은 마을의 기초진료소에서 숙식을 하며 120가구 모든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관찰, 진료한다. 이 기초진료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예방과 질병 조기 발견이다. 쿠바의 영아사망률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는 건, 백신 접종을 체계적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 기초진료소에서 쿠바 의료의 70%가 이뤄진다. 병이 커지면, 지역종합병원, 거기서도 치료가 어려우면 전국 종합병원으로 가는 시스템이다.

      일상적 기초 진료와 예방이, 사람들의 질병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 수명을 늘리고, 국가 전체 의료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다. 의과대학에서 만난 다른 나라의 유학생들도, 쿠바 의학의 가장 큰 강점으로 이 기초의료를 꼽는다.

      120가구 당 1명의 의사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보다 일반의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쿠바는 국가정책적으로 전문의보다 일반의 양성에 중점을 둔다. 전문의는 국가에서 해마다 과목별로 필요한 전문의 숫자를 분석해, 부족한 과목이 없도록 조정한다. 돈이 안 벌리는 흉부외과나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 지원자들이 없어서, 머지않아 아이를 받아줄 의사도, 심장병에 걸리면 수술해줄 의사도 없을 거라고 걱정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의대생들을 인터뷰했다. 상투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일반의가 좋은가, 전문의가 되고 싶은가, 다른 나라보다 의사가 돈을 많이 못 버는데 어떤가, 앞으로 계획이 뭔가? 글쎄다, 외국 언론에게 그들 역시 상투적으로 대답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담담하게 “아직 전문의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돈 버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아프리카 등 쿠바 의료를 필요로 하는 나라에 가서 진료를 하는 게 꿈이다”라는 대답들을 내놓았다.

      의사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오히려 병을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시스템은 무너져가는 한국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많은 걱정을 한다. 간단한 병에 걸려도 종합병원에 가야 해, 하지 않아도 될 비보험 과잉진료를 하면서 의료 보험 재정이 많이 든다든가, 의사들이 미용, 성형, 돈 되는 수술, 빨리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과목에 치중하면서 진짜 죽을 병 고칠 의사가 없다든가.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중앙통제적 사회주의 국가라서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열악한 시설로도 최상의 결과를 내는 그들의 시스템에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 바로가기 <뉴스9> [쿠바에 부는 변혁의 바람] ‘세계 최강’ 의료 비결은?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이른 아침인 7시 반 무렵, 학교 앞은 등교하는 학생들로 줄을 잇는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은 주로 부모의 손을 잡고 걸어서, 드물게는 부모가 태워주는 오토바이나 차로 등교하는 경우도 있었다. 북한 방송 화면에서 익숙했던 어린 학생들의 교복, 여기도 마찬가지다.

      교감선생님과 교무선생님이 정문 앞에까지 나와 취재진을 맞았다. 한국 취재진의 방문이, 그들에게 무척 공식적인 일이었던가 보다. 한국에서도 교육청을 거친 공식 섭외로 학교 취재를 여러 번 갔었지만, 이렇듯 극진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무슨 꼬투리라도 잡힐까 싶어 짧은 취재 뒤 내쫓기듯 했던 기억까지 있다. 쿠바 외교부의 공식 취재 비자를 받고 당국의 섭외를 거친, 이른바 당국에서 내려보낸 손님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학교 측은 친절하게 학교의 시스템, 교육 방침, 수업 내용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원하는 모든 촬영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전 세계 여느 초등학교가 그리 특별할까? 아무리 ‘교육’이 자랑인 쿠바라지만, 병원처럼 학교 역시, 낡은 건물에, 유치원생들은 로비에서 놀이를 하고, 교실은 학생들로 꽉찬, 걷보기엔 여느 개발도상국가의 초등학교와 다르지 않아보였다. 이것저것 촬영을 하고, 4학년 학생들을 인터뷰하러 갔다. 나에게, 쿠바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충격을 던진 것은 바로 그 매우 평범한 인터뷰였다.

      학생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질문, ‘학교에 오면 뭐가 좋은가’ 물었다.

      “선생님요,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이 좋아요”
      “선생님요, 선생님과 얘기를 하는 게 좋아요”
      “선생님요, 선생님요, 선생님요....”


      나는 이 말에 왜 그리 충격을 받았단 말인가.

      대여섯 명의 학생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가 좋은 첫 번째 이유로 선생님을 꼽았다. 친구를 만나서 즐겁다던가, 어떤 과목이 재밌다던가, 배우는 게 즐겁다던가... 이런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이런 인터뷰에 선생님을 언급하는 학생을 본 적이, 나는 사실 한 번도 없다.

      쿠바 초등학교 시스템의 가장 독특한 점이 바로, 담임교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 내내 한 선생님이 가르친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한 선생님! 이 학교가 시골의 없어지기 직전의 분교 같은 데라서가 아니다. 그게 쿠바 교육 시스템이다. 학생과 교사가 전인적인 관계를 맺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부모나 형, 누나처럼 학생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학생들의 가정환경, 가족관계, 고민에 대해, 또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완전 무상교육인 쿠바에서, 교사와 학부모간의 유착, 차별, 편중, 이런 건 이슈가 아니었다. 학교도 마치 가정처럼, 학생들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다.

      공교육이 교육의 처음이자 끝인 나라여서 사교육이란 게 없다. 학교에서 수학, 외국어부터, 음악, 무용까지 다 배운다. 뒤떨어진 학생의 보충수업, 똑똑한 학생을 위한 특별 교육도 다 학교에서 한다. 거기에 마치 가족 같은 교사까지, 이른바 ‘강한 공교육’이 말 그대로 실재하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는, 한국의 과거 사범학교와 같은, 교사 양성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될 수 있지만, 교사로 재직하면서 학사, 석사, 박사 등 계속 공부를 한다고 소개했다.

      쿠바 초등학교의 특별한 선물

      교장선생님 인터뷰를 끝으로 돌아가려는 내게, 교감선생님이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아랫층에 내려가면, 당신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준비돼있습니다”고 했다. 선물? 무슨, 뭐 먹을 거라도 주려나? 기념품이라도 주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아래층에 내려가자, 도서실 옆 넓은 공간에서, 학생들이 무용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재진 일행이 보이자, 음악과 함께 공연이 시작된다. 머리를 단정히 말아올리고, 하얀색 원피스 무용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라틴음악 연주에 맞춘 공연이다. 그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는 정말 깜짝 놀랐고, 무용 공연을 보는 내내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리가 이렇게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구나, 이들의 선물은 이런 것이구나, 아이들이 참 예쁘구나. 여기가 쿠바구나... 나는 쿠바 초등학교에서, 한국 어디에서도 받아본 적 없는, 우리 취재진만을 위한 공연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쿠바 초등학생들의, 학교에서 배웠지만 실력까지 출중한, 매우 특별한 무용 공연을 함께 나누고 싶다.



      ▶ [변화하는 쿠바] ① 쿠바 초등학교의 ‘특별한 선물’

      ▶ [변화하는 쿠바] ② 더 이상 구걸하지 않는 쿠바 사람들

      ▶ [변화하는 쿠바] ③ ‘닫힌’ 북한과 ‘열린’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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