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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사업 추진 진영의 몽니
새만금 간척종합개발 기공식 사진 자료. 새만금사업은 1991년 11월 28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렸다. 87년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정치인들의 정치적 거래에 의해 착공된 측면이 많다. (부안군 새만금 홍보관에서 촬영) ⓒ 이철재
90년 대 초부터 새만금사업에 대해 서울대 김정욱 교수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화호나 새만금사업 모두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갯벌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전환되던 시기였다. 이 당시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상근활동을 했던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1994년 초에 MBC에서 방영된 <갯벌은 살아있다>를 보고, 갯벌에 가치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해 새만금사업의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1996년 호주 람사르 총회는 국내 갯벌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기폭제가 되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전국적인 반대 운동이 조직됐다. 새만금사업 반대 운동의 또 하나의 기폭제는 1996년 죽음의 호수가 돼버린 시화호 사건이었다. 새만금사업 역시 담수호를 조성해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시화호 사례는 담수호의 수질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1997년 대선 이후 구성된 정권 인수위에서는 시화호, 새만금, 경부고속철도 등을 김영삼 정권의 3대 부실 사업으로 규정했고, 이후 1998년 감사원 새만금사업 감사까지 이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내에서 서로 다른 입장들이 돌출했다. 농지가 아닌 새만금 복합개발을 주장하는 전북도청과 달리 농림부는 농지 목적을 고수했지만, 당시 해수부는 신항만 건설계획을 철회하는 등 새만금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고, 환경부는 담수호 수질에 대해 난망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DJ 정권 때 탄생한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도 새만금사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새만금 사업이 강행된 배경은 역시 정치적 선택이자, 추진 주체들의 막무가내 몽니 때문이었다. 생태지평 명호 사무처장은 “97년 당시 정권인수위가 새만금사업을 부실로 지정한 것은 시화호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새만금 사업은 이전 정권에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서 부실로 규정했다는 것으로, 실제 당시 김대중 당선자는 새만금사업에 해외 투자사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는 등 새만금 사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남준기 기자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숨은 욕망을 지적한다. 시화호 사건이 있었음에도 한국수자원공사가 내부 개발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농어촌공사는 미래 자신들의 먹거리를 위해 새만금사업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업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의 몽니도 크게 한 몫 했다.1999년부터 2000년까지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 전문가들이 결합한 민관공동조사단이 운영됐는데, 찬성 측 전문가들은 담수호 수질을 개선할 수 있고, 새만금사업이 통일을 대비한 식량 기지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민관공동조사단장이 개인적 의견을 전체의 의견 인 냥 왜곡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당시 정권은 2001년 전북지역 재·보궐 선거 패배에 따른 부담 등을 핑계로 2001년 새만금사업을 친환경 순차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재개 시켰다.
그리고 새만금 행정소송도 진행됐다. 2003년 7월 1심에서는 본안소송 판결 선고까지 방조제 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공사를 중단할 것이 결정됐지만, 곧이어 벌어진 2004년 1월 2심에서는 1심 결정이 취소되고 공사가 다시 재개 됐다. 2005년 1월에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으로 공사가 중단됐지만, 2006년 3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공사가 최종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새만금사업은 2006년 4월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진행됐고, 2010년 4월 외곽방조제를 준공 했다. 새만금 개발을 위해 2008년 재정된 ‘새만금사업추진및지원에관한특별법’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방문해 새만금 개발 지원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말 개정됐다. 이를 근거로 새만금개발청이 만들어졌는데, 6개 부처로 나눠졌던 새만금 내부 개발 사업이 하나로 통합해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 새만금개발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새만금 피해
이 사이에 원래 농지가 70%였던 새만금사업 계획은 농지가 30%로 줄어들고 나머지는 산업단지 등 복합개발로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남준기 기자는 당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보였다. 대법원은 새만금 사업이 농지 중심이 아니라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추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농지 중심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데, 이를 대법관들이 몰랐다는 것은 직무유기 이거나 무능 둘 중에 하나”라면서 “쌀은 남아서 못 팔고, 조개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만금 사업이 타당 하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내부 방수제 공사 이후 가속화된 패류 폐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지난해 6월 전주환경연합이 주최한 새만금사업 토론회에서 전북대 지구환경과학부 오창환 교수는 “새만금 개발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사상누각”이라면서 “마치 MB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개발 계획을 확정하기 이전에 꼭 필요한 계획된 개발의 성공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새만금 개발의 핵심은 담수호 조성 및 수질 개선인데,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만경강 및 동진강의 수질이 지난 10여 년 동안 1조 5천억을 투입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10년 동안 2조 4천억 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지만, 새만금 방조제 때문에 해수 유통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어 수질 개선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진단했다.
새만금사업으로 방조제 완공 전 1~2 등급이었던 수질이 2010년 3~4 등급으로 악화돼, 새만금 생태계도 급격히 변해버렸다. 새만금 갯벌의 특산품인 백합, 동죽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고, 멸종위기종 대추귀고동과 바다민달팽이, 짱둥어가 절멸했다. 방조제 외곽 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며, 토종고래인 상괭이가 대량으로 폐사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전주환경연합 이정현 처장은 “돌고래 제돌이 한 마리 방사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마당에 상괭이 24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방조제 완공 이후 갯벌이 감소하면서 철새들도 줄어들었다. 현재도 새만금 일원에서 철새를 조사하고 있는 주용기 전임연구원은 “새만금 사업 전 약 19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현재는 2천에서 많아야 4천 등 80~90%가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폐사한 도요새. 현장 조사 전문가에 따르면 새만금 갯벌에 날아들던 도요물떼새의 80~90%가 격감했다고 한다. 사진은 2006년 촬영된 붉은어깨도요의 사체로서 발에 인식표가 달려있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차인환
![]() 새만금 어민들의 피해. 새만금 주민들을 조사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맨손어업은 몰락했고, 어선어업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새만금의 미래는 찬반진영 모두 난제 생태지평 명호 사무처장은 “새만금 찬성 측이나, 반대 측 모두 신기루를 대상으로 싸워왔다. 새만금사업은 어느 한 진영이 문제라고 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드러내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사업은 실패를 넘어 참극이 될 것”이라 말한다. 수질, 경제성, 생태계 파괴, 지역 공동체 파괴 등 모든 것이 애초 예견했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지만, 1앞으로도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는 새만금 내부 개발 계획이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만금이 녹색희망? 새만금 사업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 버리게 했고, 앞으로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희망'이 아닌 '참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이철재
또한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광활한 갯벌을 매립할 석산 등도 없는 상황에서 현재 내부 방수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새만금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진단하고 있다. 해수유통을 공식화 한다는 것은 이 사업의 공식적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책임 문제도 뒤따르는 상황이며, 내부 개발에 필요한 용수 공급 문제에 관련해 용담댐 용수 및 금강 하구둑 문제와도 연결돼 있는 상황이다. 새만금 갈등이 단지 새만금만의 문제로 정리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 새만금 갯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있어 보인다. ⓒ 영화 <해안선 화면 갈무리 지난 8일 부안군 변산면 해창갯벌을 찾았다. 한때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조성된 장승촌은 이미 퇴락해 각시를 잃어버린 대장군만 있거나, 목이 잘려 나뒹구는 장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장승 옆으로 1미터 높이의 침엽수가 자라고 있는 것이 말라붙은 따개비가 없었다면 원래부터 육지였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말라버린 장승들이 다시 바다를 꿈꿀 수 있을까? 새만금사업은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형이다. 심각하는 것은 개발에 따른 이익은 소수가 갖고, 그 이익에 따른 비용과 피해는 자연과 국민들이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만금사업은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 새만금사업에 우리가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한 해수유통과 내부 방수제 공사부터 중단하고 과거 대립적 구도를 벗어난 자세로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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