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 잡지 '스켑틱', 과학 대중화 위한 콘퍼런스 개최]
'2525년의 세상' 이란 주제로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저명학자들과 가진 강연·토론
30일 오전 8시 미국 패서디나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이른 아침부터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800여 명 앞에서 고생물학자 도널드 프로세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 강연에서 그는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암울한 전망을 숨 가쁘게 쏟아냈다. 석유 시대는 2050~2100년이면 종언을 고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과 런던이 지도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구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일 뿐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그의 결론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30일 ‘스켑틱’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마친 뒤 연단에 걸터앉아 청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패서디나=김성현 기자
올해 콘퍼런스의 주제는 '2525년의 세상(In the year 2525)'. 1969년 빌보드 차트에서 6주간 1위를 차지했던 '재거와 에반스'의 히트곡 제목에서 착안했다. 500년 뒤의 세상을 예측하는 '불가능한 임무'에 이날 도전한 과학자는 모두 11명. 이들은 여성과 환경, 언어와 천체물리학 등 각자의 전공에 따라 강연자와 토론자로 잇따라 나섰다. 사회심리학자 캐롤 태브리스는 "여성들이 엔지니어와 군인, 야구장의 핫도그 판매원까지 진출하고, 과학자의 30%는 여성일 만큼 역사상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면서 "2525년이면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신기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학자 존 맥워터는 "영어를 비롯한 20여개의 언어가 소수 언어를 마구 집어삼켜서 현재 6000여개에 이르는 언어가 2180년이면 60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 이마에 붕대를 감고도 참석한 석학 리처드 도킨스.
이날 콘퍼런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해 12시간 동안 계속됐다. 회당 강연 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콘퍼런스의 속도감을 높였다. 종료 시각이 5분 남으면 남은 시간을 알리는 모니터의 화면 색깔이 초록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며 강연자를 재촉하는 진행 방식도 이채로웠다.
발표자들은 휴식 시간에 팬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붉은 상의를 입은 다이아몬드는 '대형 참사와 일상적 위험'을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객석에 앉아 청중과 함께 다음 발표를 경청했다.
도킨스는 이틀 전 브라질 공항에서 넘어져 안경이 깨지는 사고를 겪었지만 이마에 붕대를 감고 참석해 문화적 상대주의와 진화 생물학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