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새정부에 제안하는 물정책 핵심 의제
2015. 4. 9. 15:50ㆍ강과 하천/강, 하천, 도랑살리기
[새정부에 제안하는 물관리 정책방향] ① 새정부에 제안하는 물정책 핵심 의제
예로부터 치수의 성패는 국정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의 현실은 임기 내 가시적 치적에만 몰두하는 정권의 물 정책으로 인해 물 관리 정책의 개혁은 미루어져 왔다. 지역·수계마다 수리권, 물 값, 처리시설의 입지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으며,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년간 충분한 준비와 논의 없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국론이 양분되어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이 문제 또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권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순리에 맞게 해결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물개혁포럼, 한국수자원학회, 대한상하수도학회, 대한하천학회, 한국환경회의 등은 물 관리 정책의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과 책임감으로 지난 1월24일 국회도서관에서 전문가와 학계, 시민사회, 정치권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물 관리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여야의 정파적 입장과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진정 물을 살리는 정책의 방향성과 접근방식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은 “물 관리체계 개편이 안 되고는 4대강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결과 대안 마련도 어려울 것”이라며, “새 정부 물 관리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는 물 관리체계의 개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승 선임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 평가가 물 관리 방향을 재설정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4대강을 포함한 수자원 평가 조직 설치를 제안해 많은 토론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물 갈등·격차 해소로 ‘물 복지’ 실현해야
국토부·환경부로 나뉜 정부 물 관리체계 통합 급선무 4대강 사업, 과학적 평가·유역 차원 대안 마련 필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물 정책은 공급 중심, 인간 중심에 무게를 두어 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다가오는 기후변화와 지역적인 강우 패턴의 변동 등을 기존 기조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시설의 확장, 인간의 편의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 자연 본래의 물 순환과 조화되는 물 정책의 근간을 세우고 개혁해야 할 시점이다.
‘물의 세기’라는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목표와 방향을 추진해가기 위한 비전과 로드맵의 설정도 시급하다. 정부 부처나 기관, 정권의 이해 관계에 매몰되어 이루어진 4대강 사업과 향후 추진될 물 산업 분야 비전 또한 새로운 틀에서 점검되어야 한다. 국민은 언제나 그렇듯 안전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물을 기대한다.
국회가 새로 구성되었고, 정부가 바뀌는 현 시점은 물 정책을 새로 세우고, 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며, 앞으로의 우리나라 물 관리의 성쇠를 좌우할 기로라고 할 수 있다. 지혜를 모으고,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물관리기본법」 제정 시급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물 관리체계 개편을 제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이 환경부와 국토부의 물 관리 업무를 둘러싼 부처간 갈등이다. 특히 이원화되어 있는 수도사업을 자기 부처 중심으로 통합하려고 하면서 관리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의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물 관련 업무를 어느 부처로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물 관리 체계 개편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기 힘들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치수에 대한 국가의 철학도 없고, 방향도 없다. 부처와 기관의 정책이나 이해 관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물산업을 놓고 환경부와 국토부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국토부의 하천관리와 환경부의 하천관리가 따로 가고 있다. 환경부의 전문가가 따로 있고, 국토부의 전문가가 따로 있어서, 주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부처와 기관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물 관련 부처의 조직 개편을 넘어서, 물 관리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물 문제의 현안으로 물 관리체계 개편을 꼽는 이유는 국가 차원의 물 관리 정책과 비전,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국가의 물 관리 정책은 없고, 부처와 기관의 물 관리 정책, 정권의 물 사업만이 있을 뿐이다. 개발주의나 환경주의적 관점이 아닌 통합의 관점에서 국가 물 관리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 지구환경의 악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적인 물 개혁의 큰 흐름이 이루어졌다. 국가마다 물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물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21세기의 물 관리 이념, 국가의 물 관리 철학과 원칙을 담은 물에 관한 기본법들이 제정됐다. UN에서 천명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 EU의 물 관리 지침에 나타나고 있는 원칙들, 국제기구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통합 수자원관리(IWRM) 등이 그러한 예이다. 국가 물 관리의 철학과 비전을 세우고, 이를 이해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통합적인 물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환경부로 물 관리가 일원화되든, 국토부로 통합되든, 아니면 국가물관리위원회와 같은 정책의 조정기구가 생기든, 어떠한 방식이든 현재의 분절된 물 관리 체계는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4대강 평가 후 책임 분명히 해야”
4대강 사업은 끝나지만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이 세계적인 자랑거리이며, 이 경험을 토대로 세계 물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던 측에서는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 하천을 망치고, 물 관리를 수십년 퇴보시켰으며, 4대강의 재자연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현재의 시점에서 4대강 문제는 철저한 평가와 갈등의 해결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먼저, 4대강 사업의 평가의 문제는 정치적·정책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초점을 두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이 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 분명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국가 물 관리 정책의 기본방향과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와 제도를 비정상적으로 크게 훼손한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평가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 4대강 평가를 역사에 맡기거나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정치적·정책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갈등 해소 문제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비전과 대안에 초점을 두고 신중하게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공동으로 협의기구를 구성해서 그 지역의 비전과 대안을 새롭게 논의하는 과정은 4대강 유역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4대강 유역별로 향후의 4대강의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고 논의할 수 있는 유역위원회와 같은 협의기구를 구성해, 4대강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4대강 보(洑)의 누수나 안전성 문제는 정치적 논쟁이 필요 없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으로 충분히 평가가 가능한 문제이다. 정치적 개입이 배제되면, 4대강 사업의 평가와 모니터링, 대안의 모색은 의외로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 갈등 해소·물 거버넌스 구축해야” 우리사회의 물 갈등은 수량이 부족해서 생기거나 수질오염이 크게 심각해 생긴 문제보다는 제도적인 결함으로 인해 생긴 갈등이 대부분이다. 수리권 갈등이 그렇고, 부산·경남의 문제가 그렇다.
댐 용수 사용료를 둘러싸고, 강원도, 경기도, 서울시가 한국수자원공사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법원의 판정에 불복하고 수리권제도 자체의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간에 소송이 이어지고,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세금과 국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수리권 제도가 현실의 물 관리에 맞게 개편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댐 용수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리권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댐 용수 사용료 외에도 물이용부담금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하고 있고, 하천관리를 둘러싸고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과 책임의 범위가 합리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동안 물 값과 수리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통합적인 취수부담금제의 도입과 유역통합관리기구의 설치에 대해서 제안해 왔다. 부산시와 경남도, 한국수자원공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지역의 식수 공급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하류 간의 공생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고, 유역 내의 지자체 간 소통과 합의를 위한 유역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물 서비스 지역·계층간 격차 해소해야”
기존 정부들은 물 정책의 미래 비전으로 물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21세기는 세계적으로 물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물 부족과 수해가 심각해질 것이므로 세계 물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 주요한 취지였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수도사업의 구조개편을 추구했으며, 이로 인해 민영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의 경험을 수출한다며 또 다른 차원의 물산업 육성계획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물산업 육성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앞으로 물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이 대부분 국내적으로는 농어촌지역이고, 대외적으로는 개도국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물산업 육성 정책은 한계가 있다. 수도사업의 운영관리와 대규모 수자원개발사업 위주의 물산업 정책보다는 40억 명이 넘는 BOP(Bottom of Pyramid, 최하 소득계층) 시장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개도국의 빈곤층의 수요에도 부합하고, 우리의 물 관련 중소기업과 물 산업 생태계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물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물산업보다는 물 복지라는 차원에서 국내와 국외의 물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또, 세계적인 물 기업 육성보다는 다양한 물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건전한 물산업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물산업의 선두주자인 대규모 물 기업들인 극구 물산업과 물 시장이라는 용어를 피하면서, 왜 세계물포럼이나 물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활용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공급자의 관점이 아니라 수요자 혹은 주민의 관점에서 국내의 물 격차를 해소하고 국제적인 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속에서 물산업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물순환 개선 등 물 복지 확대 필요 우리 국민들은 수돗물을 얼마나 믿고 마실까? 어떤 통계에서는 음용률이 2%도 안 된다고 하고, 어떤 통계는 3%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어느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정수기를 집집마다 들여놓고 있는 나라는 없다.
부산시나 대구시도 낙동강 물을 먹을 수 없다며 새로운 수원으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이는 지역간의 큰 갈등 사안이 되고 있다. 안전한 식수라고 믿고 물을 마시는 인구가 2∼3%에 불과한 것은 물 전문가에게는 말이 안 되는 통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물에 대한 신뢰도이다. 국민만 정부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 춘천시, 경기도의 지자체들도 정부를 대신해서 물을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에 물 값을 못 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 못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질관리 등에는 투자를 안하고, 수익만 챙긴다는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4대강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고, 이제 세계의 물 시장을 향해 물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도 안심하고 마시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믿고 물 값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물산업을 잘 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이 다 끝난 지금까지 국론이 갈라져서 서로 갈등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물 관리 강국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국민들은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되는지, 4대강 사업이 과연 옳은 것인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물 관리의 현실이다. 국민 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가 이러한 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어려운 물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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