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지방단체장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다. 행정자치부는 올해를 주민이 주인이 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그동안 지방자치가 남긴 성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제도를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안 잠가고 있다가 어렵게 부활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과거 임명제 단체장 시절 인사권자의 눈치만 살피던 것에서 탈피, 주민의 의식한 행정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들이 각 자치단체별로 추진되고 있고 과거 권위주의적이고 탁상행정에서 친절해지고 현장행정으로 변모한 것이 일정부분 성과로 꼽힌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의 지방자치가 제자리를 잡았다고 자부하기에는 운영상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걸핏하면 터지는 의원들 간 자리싸움과 무분별한 해외연수 등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다. 특히 일부 기초의회 의원들의 상식 이하의 추악한 행동들은 주민들의 질타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기초의회 폐지안까지 나온 상황이다.

지방행정을 최 일선에서 담당해야할 집행부 역시 복지부동의 자세를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편의를 앞세우면서도 행정편의적인 행정집행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게다가 주민을 위해 일을 하라고 뽑아놓은 지방단체장들이 그 권한을 악용해 끊임없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지방자치가 성년이 되었는지 의심할 정도다.

물론 아직도 지방자치와 관련한 법규 미비 등 우리 지방자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이 강화되면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앙정치권의 끊임없는 견제 속에 지방자치가 반쪽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 문제가 여론화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를 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방자치의가 정착할 수 있는 터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방의 단체장이나 의회가 정신을 차리고 제 역할을 수행하고 주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처럼 주민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재정이나 권한을 더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방의 단체장이나 의원 모두 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외치며 다녔던 선거 때를 되돌아보고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성년 맞은 우리 자방지가가 바로서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