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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술①] 글로벌 IT 기업들 미래 로봇시장을 잡아라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4. 12. 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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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술①] 글로벌 IT 기업들 미래 로봇시장을 잡아라


개인 서비스에서 우주, 군사 등 활용성 다양



2007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한 잡지의 기고에서 로봇산업과 30년 전 PC산업이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PC산업처럼 로봇 분야도 표준을 만들어야 하고, 하드웨어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게이츠는 MS가 로봇 분야에서 표준 운영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운영 시스템으로 PC산업처럼 로봇산업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당시 MS는 실제로 로봇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MSRDS(Microsoft Robotics Developer Studio)를 출시했다. 이후에도 MS는 MSRDS와 X박스360의 동작 인식 장치인 키넥트를 접목, 로봇 개발 환경을 구현하는 등 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MSRDS는 게이츠가 공언한 것처럼 로봇 기술의 표준이 되지는 못했다. 그동안 로봇 기술과 산업이 예상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표준 선점 다투는 MS와 소프트뱅크

비록 게이츠의 예상과 도전이 조금 빨랐지만 로봇산업의 중요성과 로봇 기술의 표준화에 관한 통찰은 유효하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글로벌 기업이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기술면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아마존, 구글 같은 IT 기업들도 후속 사업을 위해 로봇 기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6월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페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과 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학습 기능도 있어 사람과 대화할수록 더 똑똑해진다. 중요한 건 소프트뱅크가 단지 똑똑한 로봇을 만든 것이 아니라 MS가 하지 못한 시장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는 페퍼가 다리 대신 바퀴로 움직이고 연결된 인터넷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을 이용해 로봇 가격을 낮췄다. 내년 2월 판매 예정인 페퍼의 가격은 약 200만원(19만 8000엔)이다. 가정마다 로봇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소프트뱅크의 전략은 단순한 로봇 판매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 간단하게 페퍼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앱이 개발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도 제공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페퍼를 중심으로 개인서비스용 로봇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키바시스템즈의 물류 로봇을 적용한 아마존의 물류 창고


아마존·애플은 제조용 로봇에 관심

소프트뱅크가 개인서비스용 로봇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 로봇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제조용 로봇이다. 국제로봇연맹(IFB)에 따르면 2012년 로봇 시장 규모는 133억 달러였다. 용도별로 보면 제조용 로봇은 약 87억 달러로 65%에 이르지만 전문서비스용은 약 34억 달러(25.7%), 개인서비스용은 약 12억 달러(9.2%)밖에 되지 않는다.

IT 기업 가운데에서도 아마존은 제조용 로봇과 깊게 관련돼 있다. 아마존은 2012년 3월 키바시스템스(Kiva Systems)를 7억 75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키바는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에 키바의 로봇을 적용,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로봇을 다른 업체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또 아마존은 지난해에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2015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로 연간 9억 1600만 달러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 역시 제조용 로봇에 관심이 많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아이폰과 아이패드 생산을 위한 로봇 설비 도입에 10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되는 로봇 설비는 절삭과 테스트를 위한 장비다. 로봇은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밀한 전자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애플의 생산 공장인 폭스콘이 공장자동화를 위해 애플의 경쟁자인 구글과 협력한다는 점이다. 폭스콘은 그동안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또 최근에는 중국의 인건비마저 상승하면서 공장 자동화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폭스콘은 생산라인에 로봇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구글과의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구글도 지난해 연달아 사들인 로봇 기업의 기술을 통합하기 위해 테스트 환경이 필요해진 만큼 두 기업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 구글

구글은 2013년 한 해 동안 8개의 로봇 기업을 사들이며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을 확보했다. 구글이 사들인 기업은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 ‘샤프트(Schaft)’, 비행기 모양의 연을 이용한 풍력 발전 기술을 쌓은 ‘마카니 파워(Makani Power)’, 2족·4족 보행 로봇 제작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로봇 시각 기술이 탄탄한 인더스트리얼 퍼셉션(Industrial Perception), 로봇 팔 제작 업체 레드우드 로보틱스(Redwood Robotics)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최근 주목을 가장 많이 끄는 기업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샤프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보행 기술에서 기술력이 누구보다 월등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이다. 4족 보행 로봇을 발로 강하게 차도 넘어지지 않는 영상이나 시속 40㎞ 이상으로 달리는 로봇 영상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림팩 훈련에 참가한 4족 보행 로봇 LS3가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36㎞를 병사들을 따라 다니며 130㎏의 짐을 운반, 로봇을 실전에 적용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이기도 했다.


DARPA 로봇틱스 챌린지에서 1등을 차지한 로봇'샤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기와 달리 샤프트는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의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다. 샤프트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1차 결선에서 우승, 기술력을 확인시켰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로보틱스 챌린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재난 상황을 가정한 8가지 미션 수행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샤프트는 참가팀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미션을 완수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구글은 기술력이 뛰어난 로봇 기업들을 사들였지만 목적에 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성한 추측만 낳은 상황이다. 다만 일련의 로봇 사업을 이끄는 사람이 안드로이드 사업을 총괄한 앤디 루빈이라는 점에서 구글이 로봇 운영체계(OS)를 개발하려 한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봇 OS 개발은 MS, 소프트뱅크의 로봇 산업 전략과도 겹치는 부분이어서 향후 로봇 시장에서 치열한 소프트웨어 주도권 경쟁도 예상된다.


심해에서 우주까지 다양한 전문 로봇

로봇 시장에서 벌어지는 IT 기업 간의 경쟁은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하면 소프트웨어와 표준이 중요해진다는 게이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로봇산업에서 기업들의 경쟁 지점이 발전된 하드웨어 기술을 통제할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하드웨어에 치우친 것은 아니다. 지능형 로봇에 비해 낮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하는 전문서비스용 로봇 시장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표 분야가 의료용 로봇 산업이다.

수술은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막기 위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술 방법도 절개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 다시 복강경 수술에서 로봇 수술로 발전해 왔다. 절개 부위가 작고, 수술 시간이 짧으며, 출혈량이 적을수록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르고 통증이 감소하는 등 수술 후 경과가 좋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부위를 대체할 인공관절에 맞게 뼈를 깎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히 깎지 않으면 인공관절이 빨리 마모되거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관절 수술의 주요 대상인 고령 환자는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가 많아 뼈를 깎는 과정에 오차가 발생하기도 쉽다. 숙련된 외과 의사도 오차가 2~3㎜정도 되지만 수술 로봇의 경우 오차가 0.1㎜도 되지 않아 더욱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그래서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깎아 주는 수술 로봇을 이용할 경우 재수술률이 15~20%에서 1%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현재 수술 로봇 시장은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 만든 복강경 수술 로봇 ‘다빈치(da Vinci)’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100%에 이른다. 다빈치는 전립샘비대증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다른 수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수술 분야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미래컴퍼니, 고영테크놀로지, 현대중공업 등이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특허와 임상 시험 문제로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개의 로봇 팔을 이용하는 복강경 수술은 다빈치의 특허 장벽이 높다. 대안으로 단일 경로를 통해 수술 도구를 삽입해 인체 내부에서 로봇 팔을 분사하는 방식이 시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세월호 수습 과정에서 실망감을 안겼지만 해양 로봇도 세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해양 로봇은 수상 로봇과 수중 로봇으로 나뉘며, 특히 수중 로봇에 개발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수중 로봇은 해저 자원 개발이나 탐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케이블이나 무선 통신을 이용해 원격으로 제어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미국 NASA의 발키리


한국은 해양 플랜트 건설 등 수중 건설 작업 로봇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년 동안 8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수중 건설 로봇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군사용 로봇 가운데 현재 전장에서도 활용되는 로봇은 무인정찰기다. 무인정찰기는 다른 로봇과 달리 비행기에 각종 센서와 측정 장치 또는 무기를 장착하는 형태이지만 무인 비행 등에 로봇 기술이 적용된다는 측면에서 로봇으로 분류된다.

상 로봇은 구글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여 준 인상 깊은 모습과 달리 바퀴나 무한궤도를 이용해 이동하며, 병사를 대신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군수 업체인 노스롭그러먼(Northrop Grumman)이 만든 카멜(CaMEL)은 연료 주입 한 번으로 24시간 작동하며, 수류탄 투척기나 대 전차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와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병사들은 로봇에 장착된 각종 식별 기기로 상황을 인지하고,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해 임무를 수행한다.

전문 로봇 가운데는 우주 활동을 목표로 하는 것도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가장 유명하다. 탐사 이외에도 우주정거장 수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로봇이 다양하게 있다. 최근에는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 발키리(Valkyrie)가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 나가 화제가 됐으나 단 한 점도 획득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한국, 2차 지능형로봇기본계획 발표

한국도 7월 제2차 중기 지능형로봇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로봇 분야 연구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년 동안 2조 6000억원을 투자해 로봇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그동안 투자나 지원이 미미해 온 만큼 이번 계획으로 한국 로봇 기술과 산업 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업계의 경우 정부의 투자나 지원 갈망이 높은 상황이었다. MS, 소프트뱅크, 구글에서 보급하려고 하는 로봇 OS 분야만 보더라도 한국은 이미 자체 개발한 로봇 OS를 갖추고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가 진행한 ‘루피’ 프로젝트와 산업자원부가 추진한 ‘스파이어’를 통합해 2009년 오픈소스로 공개한 ‘오프로스’다. 하지만 후속 지원 부족으로 활용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오프로스의 경우 현재 출시된 다른 로봇 OS와 비교해도 충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로봇 업계의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또 DARPA 로봇 챌린지에서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2개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한국 로봇 기술의 경쟁력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에 발표된 제2차 중기 지능형 로봇 기본 계획을 내실 있게 추진한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머니투데이(2014.8.26) 글=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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