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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하는 로봇, 가능할까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4. 12. 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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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술②] 사람을 이해하는 로봇, 가능할까


IoT와 클라우드 결합으로 인지능력 향상 기대



 

미래를 향해 가는 로봇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첨단 기술을 보여 주는 로봇 영화가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로봇 기술을 점점 쉽게 이해하게 됐다. 사람의 가사 노동을 돕는 로봇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며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바이센티니얼 맨’을 비롯해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사회에서 힘든 일을 대신 처리하며 자신만의 감정을 갖고 인간을 도와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로봇에 대항하는 내용을 다룬 ‘I, Robot’을 통해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로봇을 다른 세계의 한 종족처럼 보여 주는 ‘트랜스포머’는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아직까지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기술 수준을 따라가긴 힘들지만 앞으로 발전될 기술들을 상상해 본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미래를 향해 가는 로봇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초기의 로봇은 힘이 들거나 반복 작업이 요구되는 산업 현장에서 이용되었다. 이러한 제조용 로봇은 공장 자동화로 생산력 증대를 가능하게 하여 제조 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공장 자동화를 위해 작은 오차와 빠른 속도로 신속하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짐에 따라 로봇 제어가 중요시 되었고, 다양한 제어 이론이 연구됐다.


사람의 가사 노동을 돕는 로봇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영화'바이센티니얼 맨'


앞으로의 인간 사회는 최근 나타나는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이로 인해 산업 구조 및 생활 스타일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세계 로봇 산업 시장 전망’(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단순 반복 작업을 위한 제조용 로봇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에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인 서비스로봇(personal service robot)의 사용을 기대하게 됐다.

로봇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로봇이 안정되면서도 정확하게 사람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했다. 소니의 알보(AIBO), 타이코일렉트로닉스의 엘모(Elmo), 유고베의 플레오(Pleo), DASA의 제니보(Genibo) 등 엔터테인먼트 로봇들은 센서로 인식하는 자극 반응을 다양하게 해 줌으로써 사람들의 흥미를 끌며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상당히 안정감 있게 동작하고 상황에 맞는 반응들을 했으며, 약간의 오류가 있더라도 장난감이라는 이미지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 뒤로 인간의 실생활에서 청소를 돕는 청소기 로봇이 상업화에 성공했다. 다양한 센서를 이용한 장애물 회피 및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반의 내비게이션 기술, 자동충전 기술 등을 통해 자동으로 방안 곳곳을 청소해 주었다. 이렇게 상업화에 성공한 로봇들은 복잡한 기술을 단순화하여 적용하거나 환경에 특화된 기술을 사용하여 안정된 동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전히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만한 개인 서비스로봇 개발은 진행 중이다. 가사 지원, 교육, 레스토랑 서비스 등 로봇 개발 또한 점점 가속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로봇 상업화 성공

개인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이동하고 물리력이 동원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로봇플랫폼 개발은 물론 주변 사물, 환경 정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로봇의 자율 판단에 의한 작업 수행 및 감정이나 행동 반응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 로봇은 인식·인지 정확성의 한계, 작업 수행 능력 부족, 단순한 반응들로 사람들의 기대에 아직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센서의 해상도, 범위, 정확도의 한계 및 노이즈가 문제로 되고 있다. 또한 컴퓨터의 저장 공간이나 계산 능력 부족, 모터의 속도나 출력 한계, 배터리 용량 면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단순한 트리나 제한된 모델 기반의 알고리즘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한 확률 모델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모델은 제한된 환경에서는 잘 동작하지만 일반(general) 환경에서 적용하기 위한 확장성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개발된 로봇들은 관심을 받다가도 금방 사람들로부터 흥미를 잃거나 심지어 로봇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오동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기술이 바로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Human-Robot Interaction) 기술이다. HRI 기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로봇이 자체 처리하지 못하는 일들을 사람과의 교류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모르는 게 생기면 사람에게 물어 보고, 로봇이 기능 면에서 한계점이 있다면 미리 사람에게 얘기하고 서로 대화를 함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HRI 기술이 개발되면 서비스 로봇은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고, 서비스들을 안정되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적용한 클라우드 로봇 기술


이렇게만 되면 충분한 것일까? 과연 사람들은 주어진 명령에 따른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로봇을 원하고 구매하여 쓰려고 할까?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로봇이 사람에게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점점 로봇이 자신을 완전히 이해해 주기를 원할 것이다. 주변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부하 직원들은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로봇이 자신의 감정, 상황, 스케줄 등을 모두 이해하고 이에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인간과 로봇 사이에는 지능 교류뿐만 아니라 정서 교감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HRI 기술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졌고, 지금은 크게 4가지 파트로 나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하나는 센서들을 통해 주위의 다양한 환경 정보를 인식(perception)하는 부분이다. 또 한 가지는 인식한 다양한 정보에서 현재 상황이나 사람의 의도를 실제로 인지하고 사람과 지능 측면에서 교류하는 인지 상호작용(cognitive interaction)이다.

이와 함께 인식된 센서 정보나 상황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로봇의 감정을 생성하여 다양한 감정 반응을 통해 정서 교감을 이루려는 감정 상호작용(emotional interaction)과 로봇의 이성 행동(rational behavior) 및 감정 행동(emotional behavior), 즉 로봇의 의도를 사람에게 잘 전달시키기 위해 동작·표현(action & expression)하는 부분도 포함된다.


상황의 불확실성 제거가 과제

HRI 기술의 처음 시작은 if-then이라는 일차 알고리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로봇 기반 행위(behavior based robotocis)처럼 특정 상황에서 로봇의 특정 행동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정해 주면 로봇이 충분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상위 계층(hierarchical) 구조인 트리(tree) 구조와 알고리즘 기반 모델들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알고리즘들은 특정 상황에서만 적용할 수 있고 다른 일반 상황들에 적용하기 위한 확장성이 부족했다. 특히 데이터 양의 한계로 다양하고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 놓이는 로봇들에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황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확률 기반의 베이시언 네트워크(bayesian network), △은닉마르코프모델(hidden markov model), △사람 뇌의 동작을 모사한 신경망모델(neural network model), △주어진 환경에 맞춰 스스로 진화해 가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유전성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 △인간의 사고나 판단의 모호함을 수량화시켜 나타내고자 한 퍼지 논리(fuzzy logic) 등 다양한 방법론이 제안되고 각각의 방법론도 서로 통합되어 이용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확장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고, 로봇 개발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적응 모델(adaptive model)이나 학습과 모방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이 제안됐다. 이러한 적응이나 학습에서도 중요한 요인이 바로 데이터의 양과 질이다. 결국 앞으로는 개발된 알고리즘에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접목시켜서 HRI 기술의 현재 한계점을 극복하고 큰 도약을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수많은 정보를 클라이언트인 데스크톱,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일시 저장하고 인터넷 상의 서버에 영구 저장하는 컴퓨터 환경이다.

이것을 로봇에 적용한다면 다음 그림과 같이 각기 다른 환경에 존재하는 많은 클라이언트 로봇이 센서에서 얻는 수많은 정보, 학습된 데이터를 동시다발로 서버에 저장해 빅데이터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들은 빠른 속도로 전송 및 업데이트되어 로봇으로 하여금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또 이러한 클라우드 로봇 기술을 이용하면 로봇은 전혀 새로운 환경을 접하거나 모르고 있던 작업을 수행하게 되더라도 빠르게 학습해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안정되게 제공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 로봇 산업 시장 전망


사람에 대한 이해가 관건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인간의 행동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빅데이터는 중요한 정보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가능하게 된 것은 컴퓨터 발달, 저장 공간 및 처리 속도 증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이를 통해 센서들로부터 얻는 정보를 더욱 정확하게 인식하고, 새로운 물체나 환경도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지·감정 상호작용에서도 상황이나 환경 및 사용자의 의도·감정과 사람의 필요를 센서, 이메일정보, 사람의 음성·얼굴·감정 정보, 스케줄, 히스토리 정보 등을 기반으로 로봇이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에 관해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하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또한 로봇의 행동과 표현에도 사람, 환경, 분위기에 따라 다양하게 로봇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로봇은 데이터 수집 방법에서도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로봇의 센서를 통한 정보 수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변 환경의 사물들에서도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로 가능해질 것이다. IoT 기술은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데스크톱, 노트북,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존재하는 여러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거의 1인 1기기 시대가 됐다. 따라서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센서는 IoT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들로 얻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해결해야 할 기술 과제가 있다. 우선 올바른 정보를 유효하게 선별해 의미 있는 자료를 저장하고, 저장된 많은 양의 자료에서 유용한 정보를 검색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축적될 경우 오히려 사람의 요구나 주변 환경을 잘못 이해하여 로봇의 오동작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보안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영화 ‘프라이버시’에서 보여 주듯 스마트폰 카메라가 해킹당한다면 중대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료가 집약된 곳이 해킹당할 경우 많은 양의 개인 정보가 유출됨으로써 범죄에 이용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지금도 사람을 이해하고 정서로 사람과 교류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5년 2월 일본 시판을 앞두고 있는,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인 ‘페퍼(Pepper)’는 클라우드 인공지능으로 서로 연결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세계 최초의 패밀리 로봇이라 불리는 소셜 로봇인 ‘지보(JIBO)’를 개발, 가정 내에서 필요한 모든 IT 기기의 기능을 하면서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듯 앞으로의 로봇은 IoT,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빅데이터 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HRI 기술 발전의 혁신이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로봇은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의 상황과 감정 상태까지도 이해함으로써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상상해 보기 바란다.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며, 상황을 잘 알고,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한다. 이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진정한 미래로봇의 모습이 아닐까? 앞으로 연구해야 할 기술이 많이 남아 있지만 서비스 로봇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진정한 정서 공유 동료(affective companion)가 됨으로써 개인 서비스로봇의 상업화 또한 가속화될 것이고, 미래에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글=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권동수 KAIST 교수
권동수 교수는 서울대와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로보틱스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간-로봇 상호작용과 햅틱스, 의료용 로봇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로봇융합포럼 의장, 미래의료로봇연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Tech &Beyond (201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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