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언급한 대로 지식을 어렵게 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인터넷, 위키피디아, 구글검색, 무료온라인
대학과정 등에서 수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많은 미래학자가 예고한 ‘대학의 종말’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진단이다. 게다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다.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일자리를 찾는 장년, 노년층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대학의 생존이 보장되느냐 하는 반전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 변화는 무료
온라인대학강좌인 ‘무크(MOOC)’가 주도할 것이다.
세계적 석학 최고의 강좌
무료나 싼 비용으로 수강
학위 프로그램까지 등장
코세라·유다시티 등 유명
다양한 언어로 제공 늘어
국내 대학은 걸음마 단계
요즘 학생들은 교수나 교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양한 지식공급체에 접근한다. 특히 머지 않은 미래에 구글검색이 가능한 구글안경, IMB왓슨 슈퍼컴퓨터, 구글 글로벌브레인 등 다양한 지식을 두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기가 나와 순식간에 정보를 개인의 뇌로 전달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의 트렌드를 빨리 파악한 다프니 콜러 코세라 창업회장 등은 무료온라인대학강좌인 ‘무크(MOOC)’를 2012년에 오픈했다. 현재는 코세라 외에도 유다시티·유데미·에드x 등이 나왔으며, 이들 온라인에 접속하여 4~12주에 걸쳐 무료 대학과정을 듣고 약간의 돈, 즉 한화로 6만원을 지불하면 수료증도 받는다. 이러한 무료강좌는 이제 차츰 유료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돈은 대학수강료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가장 비싼 강좌는 ‘나노 학위(NanoDegree)’를 주는 유다시티(Udacity)로, 한 달에 20만~25만원을 낸다. 그래도 이 비용은 대학교 수강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지난 6월 유다시티의 창시자 서배스천 스런은 이제 신기술 솔루션을 짧은 코스 과정으로 훈련시켜서 고용할 회사와 연결시켜주는, 신기술 초기 수요기간 내에 졸업시키는 동시에 일자리를 보장하는 나노 학위 프로그램을 내놨다. 유다시티의 나노학위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기술을 3~4개월에 훈련시켜 취업시키는 다빈치연구소의 마이크로칼리지와 비슷한 과정이다.
나노학위 및 마이크로칼리지는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유는 바로 곧장 취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다시티는 기업과 손을 잡고, 이 과정을 듣지 않으면 원서를 낼 수 없는 과정을 내놓았다. 값도 한 달에 20만원 정도이며 6개월에서 1년 과정이다. 가장 먼저 AT&T라는 회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반드시 유다시티의 과정을 들어야만 취업의 자격이 주어지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상당수 대학에서 무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보단계이지만, 계속 진화하는 정보화사회는 무크의 발전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무크는 무료가 기본이므로 빈부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교육수단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학생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대학입시 중압감을 경감시키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무크 중 가장 앞서가는 코세라는 교육과정을 다른 나라 언어로도 제공하는 ‘국제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가 코세라에 접속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이나 백그라운드 등 로그인 정보를 이용하여 바탕화면을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로 자동으로 바꿔서 보여준다. 코세라 접속을 하자마자 접속자의 언어로 바탕화면을 바꾸고, 그 언어로 올려진 강좌를 보여주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영어로 올려진 강좌에 자막을 깔아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있지 않으면 접속자의 모국어로 자막이 달린 세계 최고의 강좌를 들을 수 있게될 것이다.
한국어로 세계적인 대학의 강의를 바로 들을 수 있고,
학점까지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한국의 고3 학생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한국의 대학이 한층 긴장해야할 이유다.
그러나 무크가
성장하면서 대학도 한층 진화할 것이다. 대학은 어린 학생을 위한 지식만 담지 않고 생활과 미래변화를 담을 것이며,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은퇴한 사람은 새로운 흥밋거리나 재미있는 일거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또 대학 내에서 자신들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삶의 재미를 찾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대학이 평생 배우고 가르치면서 빈부격차가 줄고 경쟁사회가 아닌 협업사회를 이루는 ‘중심’이 될지 주목된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글: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