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한국 사회는 ○○사회다]‘어떤 사회를 만들까’를 고민하라
2014. 10. 8. 20:58ㆍ시민, 그리고 마을/시민사회운동과 사회혁신
[창간기획 - 한국 사회는 ○○사회다]‘어떤 사회를 만들까’를 고민하라
■ 국내학자 진단
▲ 이택광 경희대 교수
“제도로서의 기능 소멸… 다른 사회를 요청하는 이유”
▲ 정희진 여성학자
“국가라는 단위로는 삶이 해석되지 않는 상태”
‘○○사회’ 담론은 최근 학계와 출판계가 주목해온 흐름이다. 2012년 <피로사회>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사회의 병리적 징후들을 한 단어로 집약해 분석하는 시도가 활발해졌다. ‘○○사회’ 유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주요 계간지도 ‘○○사회’ 꼭지를 다루었다. 지난 6월에는 ‘○○사회’ 열풍을 조명하는 한국문화연구학회의 학술대회도 열렸다.
여전히 세월호 해법을 찾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이런 논의가 잠깐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문화연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연구교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발가벗긴 세월호 참사가 ○○사회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평가했다. 수십종에 이르는 ‘○○사회’ 책들을 정리한 <사회를 말하는 사회>를 펴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인가를 묻게 됐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학계와 지식사회가 시도했던 현대 사회에 대한 질문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담론은 자기계발과 힐링에 가려졌던 사회의 구조 문제를 정조준한다. 사회학자 정수복씨는 “자기계발과 힐링에 쏠렸던 대중의 관심이 개인적 삶을 제약하고 방향 짓는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자기계발을 열심히 했는데 생각했던 결과가 안 나왔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회가 짜여져 있는 방식 자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시작됐다고 본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씨가 <사회가 없는 사회>에서 “사회에 대한 이 갖가지 호명들은 공히 한국사회가 극단적 생존투쟁으로 변해가는 오늘의 상황을 다방면에서 포착해내면서 실천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더 이상 국가라는 단위로 내가 살고 있는 삶이 해석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역설적으로 ‘사회 없는 사회’다.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사회는 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지켜나가는 유·무형의 사회계약에 의해 유지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기득권층의 힘에 의한 불평등 합의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강요된 합의조차 번번이 파괴된다”며 “공적 의무와 헌신 등 사회적 계약 자체가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 ‘사회는 연대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사회라는 개념은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복지사회 또는 사회보장이라는 개념을 뜻했다. 계급갈등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산물이다. 개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제도인 이 사회의 기능이 소멸 또는 정지했기에 많은 이들이 지금 사회를 ‘○○사회’로 규정하면서 다른 사회를 요청하는 것이다. 경쟁이 가져오는 피로감을 사회적 연대, 즉 사회보장으로 완충해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반영돼 있다.”
‘사회 없는 사회’의 문제를 풀어줄 사회적 협의의 리더십은 정치의 몫이지만 한국에서 정치는 문제 해결자이기보다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에 가깝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씨는 “외환위기 이후 맹렬하게 자기계발하는 주체로서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하며 달려오다가 과연 이게 옳은 방향인지 성찰하려는 흐름이 생겨난 것”이라면서 “특히 보수정권이 두 번 연속 집권하면서 시대의 진보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내가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가라는 불안감도 팽배해진 것 같다”고 짚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이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그로부터 여러 종류의 ‘○○사회론’이 등장했다.”
한기호 소장은 “예측 불가능한 삶과 사회를 임팩트 강한 키워드로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사회론’은 총체적 설명이나 실천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수복씨는 “이런 담론들은 개별적인 단면들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궁극적인 답을 줄 수 없다”며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는 설명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빠져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담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순한 해답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모습은 무엇일까. 경향신문의 질문에 이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과 토론이 이뤄지는 관용사회”(이택광), “내가 나 자신으로 살면서 남과 더불어 살 수도 있는 공동체적 개인주의 사회”(정수복), “거대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작고 차분한 것을 지향하는 소박한 사회”(정윤수),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는 공감사회”(장동석), “혼자만 사는 ‘자조(自助) 사회’가 아닌 모두가 서로 돕는 ‘공조(共助) 사회’ ”(한기호) 등의 대답을 내놨다.
실현 가능할까. <팔꿈치사회>를 쓴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실현 가능성은 개인과 조직, 사회 전체가 얼마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단호한 사회적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1970년대처럼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말하는 한 100년이 지나도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이택광(왼쪽)·정희진
▲ 이택광 경희대 교수
“제도로서의 기능 소멸… 다른 사회를 요청하는 이유”
▲ 정희진 여성학자
“국가라는 단위로는 삶이 해석되지 않는 상태”
‘○○사회’ 담론은 최근 학계와 출판계가 주목해온 흐름이다. 2012년 <피로사회>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사회의 병리적 징후들을 한 단어로 집약해 분석하는 시도가 활발해졌다. ‘○○사회’ 유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주요 계간지도 ‘○○사회’ 꼭지를 다루었다. 지난 6월에는 ‘○○사회’ 열풍을 조명하는 한국문화연구학회의 학술대회도 열렸다.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학년도 한양대 수시 미술특기자 실기고사장 풍경은 ‘○○사회’ 풍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5명을 뽑는 전형에 3243명이 지원했다. 경쟁과 탈락, 배제와 소외의 메커니즘은 입시장을 나선 이후에도 이어진다. 최근 ‘○○사회’ 담론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면서도 임계점에 달한 한국 사회의 여러 구조적 증상과 모순을 극복하려는 시도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여전히 세월호 해법을 찾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이런 논의가 잠깐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문화연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연구교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발가벗긴 세월호 참사가 ○○사회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평가했다. 수십종에 이르는 ‘○○사회’ 책들을 정리한 <사회를 말하는 사회>를 펴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인가를 묻게 됐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학계와 지식사회가 시도했던 현대 사회에 대한 질문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담론은 자기계발과 힐링에 가려졌던 사회의 구조 문제를 정조준한다. 사회학자 정수복씨는 “자기계발과 힐링에 쏠렸던 대중의 관심이 개인적 삶을 제약하고 방향 짓는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자기계발을 열심히 했는데 생각했던 결과가 안 나왔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회가 짜여져 있는 방식 자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시작됐다고 본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씨가 <사회가 없는 사회>에서 “사회에 대한 이 갖가지 호명들은 공히 한국사회가 극단적 생존투쟁으로 변해가는 오늘의 상황을 다방면에서 포착해내면서 실천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더 이상 국가라는 단위로 내가 살고 있는 삶이 해석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역설적으로 ‘사회 없는 사회’다.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사회는 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지켜나가는 유·무형의 사회계약에 의해 유지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기득권층의 힘에 의한 불평등 합의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강요된 합의조차 번번이 파괴된다”며 “공적 의무와 헌신 등 사회적 계약 자체가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 ‘사회는 연대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사회라는 개념은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복지사회 또는 사회보장이라는 개념을 뜻했다. 계급갈등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산물이다. 개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제도인 이 사회의 기능이 소멸 또는 정지했기에 많은 이들이 지금 사회를 ‘○○사회’로 규정하면서 다른 사회를 요청하는 것이다. 경쟁이 가져오는 피로감을 사회적 연대, 즉 사회보장으로 완충해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반영돼 있다.”
‘사회 없는 사회’의 문제를 풀어줄 사회적 협의의 리더십은 정치의 몫이지만 한국에서 정치는 문제 해결자이기보다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에 가깝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씨는 “외환위기 이후 맹렬하게 자기계발하는 주체로서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하며 달려오다가 과연 이게 옳은 방향인지 성찰하려는 흐름이 생겨난 것”이라면서 “특히 보수정권이 두 번 연속 집권하면서 시대의 진보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내가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가라는 불안감도 팽배해진 것 같다”고 짚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이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그로부터 여러 종류의 ‘○○사회론’이 등장했다.”
한기호 소장은 “예측 불가능한 삶과 사회를 임팩트 강한 키워드로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사회론’은 총체적 설명이나 실천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수복씨는 “이런 담론들은 개별적인 단면들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궁극적인 답을 줄 수 없다”며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는 설명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빠져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담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순한 해답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모습은 무엇일까. 경향신문의 질문에 이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과 토론이 이뤄지는 관용사회”(이택광), “내가 나 자신으로 살면서 남과 더불어 살 수도 있는 공동체적 개인주의 사회”(정수복), “거대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작고 차분한 것을 지향하는 소박한 사회”(정윤수),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는 공감사회”(장동석), “혼자만 사는 ‘자조(自助) 사회’가 아닌 모두가 서로 돕는 ‘공조(共助) 사회’ ”(한기호) 등의 대답을 내놨다.
실현 가능할까. <팔꿈치사회>를 쓴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실현 가능성은 개인과 조직, 사회 전체가 얼마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단호한 사회적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1970년대처럼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말하는 한 100년이 지나도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 해외학자 진단
▲ 울리히 벡
“국가 정책 최우선 과제는 사회 안전장치 마련하는 것”
▲ 지그문트 바우만
“전투적 연대는 불가능… 과거와 다른 인생전략을”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본 울리히 벡의 메시지는 <위험사회>가 출간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유효하다. 벡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이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고 본다. 위험은 성공적 근대화가 낳은 딜레마다. 벡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보기에 현대인들은 ‘개인들의 사회’에 살고 있다. 공공의 문제를 공공의 장에서 이야기하는 일은 무의미해지고 공적 책임과 윤리 역시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가 된다. 바우만은 “개인화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하기보다는 분열시키고 누가 어느 쪽에 속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동의 이익’이라는 개념은 점점 모호해지고 결국은 이해 불가능해진다”며 “과거처럼 개인들이 서로 연대해서 맞서는 전술이 불가능해지고 예전에 노동계급의 방어적이고 전투적인 조직의 구축과는 사뭇 다른 인생 전략이 필요해진다”고 말한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 말부터 ‘격차사회’에 맞닥뜨렸다. 일본 경제전문가 다치바나키 도시아키는 2004년을 기준으로 일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불평등도가 높은 영국이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들 국가의 신자유주의 기조가 결과의 불평등을 문제 삼는 대신 자기 책임을 강조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격차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경쟁과 공평의 양립, 고용 격차 시정,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 빈곤 구제, 세제와 사회보장 제도 개혁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제안한다. 그는 또 노동분배율을 높이고, 누진세율을 올려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사회학자 미우라 아츠시가 주창한 ‘하류사회’는 2004년과 2005년 일본에서 실시한 계층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결론이다. 일본 사회가 튼실한 토대였던 중류층이 무너진 뒤 양극화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다. 아츠시는 베이비붐 열풍을 타고 풍요롭게 자란 젊은이들 대다수가 ‘하류계층’에 속하며 이들은 중류나 상류로 상승하는 대신 하류 인생에서 나름의 개성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진단은 지금 한국 사회의 상황과 정확하게 겹친다.
울리히 벡(왼쪽)·지그문트 바우만
▲ 울리히 벡
“국가 정책 최우선 과제는 사회 안전장치 마련하는 것”
▲ 지그문트 바우만
“전투적 연대는 불가능… 과거와 다른 인생전략을”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본 울리히 벡의 메시지는 <위험사회>가 출간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유효하다. 벡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이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고 본다. 위험은 성공적 근대화가 낳은 딜레마다. 벡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보기에 현대인들은 ‘개인들의 사회’에 살고 있다. 공공의 문제를 공공의 장에서 이야기하는 일은 무의미해지고 공적 책임과 윤리 역시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가 된다. 바우만은 “개인화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하기보다는 분열시키고 누가 어느 쪽에 속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동의 이익’이라는 개념은 점점 모호해지고 결국은 이해 불가능해진다”며 “과거처럼 개인들이 서로 연대해서 맞서는 전술이 불가능해지고 예전에 노동계급의 방어적이고 전투적인 조직의 구축과는 사뭇 다른 인생 전략이 필요해진다”고 말한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 말부터 ‘격차사회’에 맞닥뜨렸다. 일본 경제전문가 다치바나키 도시아키는 2004년을 기준으로 일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불평등도가 높은 영국이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들 국가의 신자유주의 기조가 결과의 불평등을 문제 삼는 대신 자기 책임을 강조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격차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경쟁과 공평의 양립, 고용 격차 시정,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 빈곤 구제, 세제와 사회보장 제도 개혁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제안한다. 그는 또 노동분배율을 높이고, 누진세율을 올려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사회학자 미우라 아츠시가 주창한 ‘하류사회’는 2004년과 2005년 일본에서 실시한 계층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결론이다. 일본 사회가 튼실한 토대였던 중류층이 무너진 뒤 양극화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다. 아츠시는 베이비붐 열풍을 타고 풍요롭게 자란 젊은이들 대다수가 ‘하류계층’에 속하며 이들은 중류나 상류로 상승하는 대신 하류 인생에서 나름의 개성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진단은 지금 한국 사회의 상황과 정확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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