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 그 후(1):
협회에 쏟아진 천문학적인 모금액
돈이 많아지면 문제도 많아질 때가 있다.
근위축성측생경화증(ALS) 협회가 들으면 뜨끔할 문장이다. 올 여름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15일(월) 기준으로 ALS 협회에 쏟아진 온라인 기부액은 1억1,330만 달러(약 1,174억1,279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ALS 협회는 루게릭 병으로 더 잘 알려진 신경퇴행성 질병의 일종인 근위축성측생경화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모금액이 많이 모이는 것이 나쁠리 없다. 그러나 작은 단체에 거액이 모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직원을 빠른 속도로 충원하거나 뚜렷한 전략 없이 모금액을 지출하면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기부액이 물밀듯이 들어오면 이해당사자들이 늘어나고 단체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높아진다.
올 8월에 머리에 얼음물이 담긴 통을 뒤집어 쓰거나 ALS협회에 기부하고 다음 도전자를 지목하는 피드가 페이스북에 넘쳐났다.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얼음물도 뒤집어 쓰고 기부도 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ALS협회가 이 캠페인을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고 수혜자는 단연 ALS협회였다.
올 6월부터 ALS협회 회장 겸 CEO로 취임한 바바라 뉴하우스는 기부금이 답지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열광했다”면서 “긍정적인 의미의 열풍”이라고 말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미국 ALS협회가 올린 수익은 6,400만 달러(약 663억2,320만 원)로, 올 여름 한 철에 올린 수익보다 한참 낮았다.
자선단체의 재정건전성과 책임, 투명성을 평가하는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의 회장 겸 CEO인 켄 버거는 거액의 기부금이 답지하면 단체에 혼란이 야기되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켄 버거 회장은 돈이 갑자기 많아지면 해당 단체에 부담스러울 만큼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영진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고 부연했다.
또한 답지한 기부금을 어디에 지출할 것이냐에도 이견이 분분해질 수 있다. 2002년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의 상속녀는 ‘포이트리 매거진(Poetry Magazine)’에 2억 달러(약 2,072억6,000만 원)를 기부했다. 당시 이 잡지사의 1년 예산은 50만 달러(약 5억1,815만 원)도 안 됐다. 이 기부액을 관리하기 위해 ‘포이트리 파운데이션(Poetry Foundation)’이라는 재단이 설립됐다. 몇 년 후 이 재단 이사진 사이에 단체의 미래를 놓고 내홍이 일었다. 결국 이사 여러 명이 사퇴했다.
현재 이 재단이 1년에 운영하는 예산은 900만 달러(약 93억2,670만 원)가 넘는다. 재단은 2011년 2,150만 달러(약 222억8,045만 원)를 들여 시카고에 새로운 본사를 열었다. 카렌 스카울라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단 임직원은 일반 대중들에게 시(詩)를 널리 알리는 데 기부금을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1년에 3,600만 명 이상이 재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방문한다.
경영 전문가들은 급하게 직원을 채용하거나 모금액을 지출하지 말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전략을 짜라고 조언한다. 특히 재난 구호 단체처럼 시간이 촉박한 단체가 아닐 경우에 그렇다.
ALS협회의 목표는 기부액을 빨리 쓰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쓰는 것이다. ALS협회에서 최고홍보마케팅책임자로 일하는 캐리 멍크는 “이번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내년 1월 말까지 1억 달러(약 1,036억3,000만 원)를 지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인건비를 포함한 연간 예산은 23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ALS협회는 비정규직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해왔다. 직원 54명 가운데에는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며 주말에도 근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바바라 뉴하우스 회장과 캐리 멍크 최고홍보마케팅책임자도 예외가 아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2014.9.17)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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