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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최초의 공유주택, 공가(共家) 1호 열렸네

경제/공유경제

by 소나무맨 2014. 9. 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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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최초의 공유주택, 공가(共家) 1호 열렸네

4일, 증산동 ‘공가’ 제1호 개소식 현장
2014년 09월 06일 01시 27분 입력

 

▲4일, 김우영 은평구청장과 관계자들이 공가 1호 개소식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은평시민신문

 

 

몇 년 전 반지하 전세방에서 자취를 하던 중 길을 걷다가 공사중인 아파트 단지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는 집은 저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없을까?’

 

우리 사회에서 집은 애초에 수요를 예상하고 짓는게 아니기 때문에 어딘가 빈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은근히 비어있는 주택이 있다. 그런 공간을 ‘살 곳’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4일 오후 3시, 증산동 202번지에 있는 한 단독주택 앞에서 작은 축하행사가 열렸다. 도시재생 전문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이하 두하) 건축공작소에서 주관한 공유주택 ‘공가(共家)’ 프로젝트 제1호 주택의 개소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김우영 은평구청장과 구청 및 증산동 관계자, 소셜하우징 및 건축업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해 기념식을 갖고 완공된 주택 내부를 둘러봤다.

 

공가(共家)라는 이름에는 ‘공가’(空家, 빈집)를 다른 ‘공가’(共家, 함께 사는 집)로 바꿔 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소셜하우징의 의의를 잘 살리고, 신축보다는 기존 주택과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명이다.

 

소셜하우징(Social Housing)이란?

 

말 그대로 ‘사회적 집짓기’로 번역될 수 있는 개념. 개인이 소유하는 주거 형태를 탈피하고 여러 사람이 협의하여 주거공간을 재구성해 함께 모여 사는 건축, 생활형태를 말한다. 유럽, 일본에선 다양하게 시도해 온 역사가 있다. 최근에는 협동조합 형태로 출자부터 설계, 시공과 공동규칙 제정까지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참여한다.

 

용어가 정립된 바는 없지만 현재 크게 2가지 모습의 소셜하우징이 싹트고 있다.

 

‘코하우징주택’(Co-Housing)은 한 채의 건물에 두 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형태의 집을 짓는 것으로, 듀플렉스 하우스(Duplex House)라고도 한다. 각자의 요구를 조정하여 주방, 세탁실, 게스트룸, 창고 등 공동사용공간과 세대전용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설계하고 입주자들이 사생활 보장과 공동생활의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한 집이다. 주로 내집마련의 꿈을 가진 2인~4인가족 단위가 선호하며, 대표적 예로 경기도 파주의 ‘땅콩집’, 마포구 ‘소행주’가 있다.

 

‘공유주택’(Shere House 쉐어하우스)는 한 건물 안에 입주한 여러 사람이 임대료를 나눠 내고 규칙을 정해 공동생활 하는 형식의 집을 말한다. 1인가구 급증과 전・월세난에 시달리는 20~30대 청년층 주거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학생・청년 주거난 해결을 위해 짓고 있는 유스하우징(Youth Housing)도 공유주택 형태로 짓는 경우가 많다. 신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이번 ‘공가’처럼 주로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형태가 많다. 대표적인 프로젝트업체로 ‘민달팽이유니온’, ‘소셜하우징 우주’가 있다.

 

 

집 둘러보니… 깨알같이 숨어있는 공유공간의 묘미

 

이번에 개소한 공가 1호 주택은 원래 1981년에 지어진 단독주택으로,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다가 두하의 손을 거쳐 공유주택으로 재탄생했다. 대지면적 357㎡(108평), 연면적 239.99㎡(73평)의 공간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잔디마당, 방 5개, 공동주방, 거실 2개, 화장실 3개, 차고로 구성되어있다.

 

▲공동주방과 공동게시판     ⓒ은평시민신문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우선 1층에는 우측 주방과 좌측 넓은 거실이 보인다. 이곳은 공용생활공간으로 함께 모여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독서, 영화감상 등의 취미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방 가전은 풀옵션으로 구비되어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큰 테이블은 원래 거실에 달려있던 미닫이 문짝을 떼서 만든 것이다. 옆에는 공동세탁실이 있고, 한쪽 벽면이 게시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넓고 긴 발코니. 이곳 또한 입주자들이 함께 운동을 하거나 빨래를 너는 등 다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각 방마다 상당히 큰 너비의 붙박이장이 있다는 것. 어른 2명은 족히 숨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인데, 자취하는 청년들은 이사할 때마다 옷장・서랍장 따위를 옮기고 정리할 때 불편한 것을 생각해보니 만들어진 이유가 금방 이해됐다. 굳이 가구를 사서 들어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넓은 수납공간이 있는 것이 편리해보였다.

 

공가 1호의 정원은 6명, 1인당 전용면적은 40㎡(12평) 정도. 1인 1실이 가능하고 1층에 있는 큰 방은 2명이 나눠서 쓴다. 화장실이 3개라 개당 2명 정도로 비교적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각 방 벽면은 시판되지 않는 소재의 단열・방음재로 마감이 되어있는데, 불에 그을려도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 소재로 되어있다고.

 

지하에 있는 차고는 아직 텅 비어있다. 두하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들이 많은데, 사실 입주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용도로 꾸밀 수 있게끔 여지를 뒀다”고 설명했다.

 

공가 1호는 현재 2명의 입주예정자가 대기 중이고, 6개월 또는 1년 기한으로 계약할 입주자를 계속 모집하고 있다.

 

▲거실모습과 마당에서 바라 본 공가1호 전면 모습      ⓒ은평시민신문

 

두꺼비하우징, “2018년까지 공가 100호 짓는 것이 목표”

 

공가 1호가 증산동에 개소한 까닭은 은평의 청년노동인구 유입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에 MBC를 비롯한 언론・미디어, IT업체들이 이주해오면서 인접한 증산동, 수색동 일대에 다가구, 원룸주택이 신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신축 붐은 지하철 6호선 역세권을 따라 불광역 인근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고층 오피스텔로 이어지고 있다.

 

입주비용은 보증금 400만원, 월 40~45만원 선이고 공과금은 입주자들이 나눠서 낸다. 저렴하다고 하기엔 무리일수도 있지만 같은 값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경우보다 공동생활로 인해 얻게 되는 이점이 있다.

 

두하의 이주원 공동대표는 “이 집을 단순히 잠만 자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고 풍부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면 달리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하는 2018년까지 공가 100호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가격이 보다 저렴한 저소득층용 공가, 집에 작은 점포 공간을 마련해 일과 생활이 어우러지게 설계한 공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공가 등 다양한 컨셉의 공가를 기획 중”이라며 “향후 공가가 서울시 공유주택 건설의 플랫폼이자 모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사회 주거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에 공감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에게 공가 프로젝트를 위한 지역기금 조성을 제안할 계획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은평구청도 소셜하우징을 지원하기 위해서 관내 빈집 현황을 망라한 ‘공가(空家) 뱅크’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관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표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펼쳐지는 주거공간이 100군데 생기게 된다면 과연 은평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이날 개소식은 ‘공가 프로젝트’와 은평의 4년 후를 슬쩍 기대해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남궁정 기자 epnews@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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