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자본주의 敵? 자본주의的
2014. 9. 8. 23:36ㆍ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공유경제, 자본주의 敵? 자본주의的
한겨레 입력 2014.09.08 23:00 수정 2014.09.08 23:30[한겨레]
현재는 효율적 자원 분배에만 집중하지만 또 다른 가치사슬 끊는 산업의 마중물이란 기대도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여행객에게 오피스텔을 숙소로 빌려줘 돈을 번다. 서울에 오는 여행객들은 온라인 누리집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김씨의 오피스텔을 소개받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김씨의 오피스텔 내부 사진을 들여다본 뒤, 마음에 들면 예약하고 신용카드로 온라인 결제를 한다.
비어 있는 방 말고 따로 4채 운영
지난해 초 김씨는 이 사업을 시작했다. 우연히 에어비앤비를 알게 돼 부업 삼아 투자를 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고궁, 서울 명동과 가까운 종로 쪽에 작은 오피스텔을 임대했다. 침대·식탁·냉장고 등을 갖추고 실내 사진을 찍은 뒤 에어비앤비 누리집에 집을 소개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일본·중국·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누리집에 들어와 평가를 좀 달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다른 이의 평가를 보고 결정하는 누리꾼의 심리를 노렸다. 처음에 한 달을 계약한 장기 손님이 온 것도 운이 좋았다. 김씨는 "예약이 꽉 차 있으니 인기가 좋은 집으로 인식된 것 같다"고 했다. 평가가 좋아 신뢰도도 높고 예약률도 높으니 에어비앤비는 김씨의 오피스텔을 세계 여행객에게 높은 순위로 추천했다.
돈을 벌기 시작한 김씨는 지난해 7월 오피스텔을 한 채 더 임대했다. 현재는 오피스텔 4채를 임대해 에어비앤비·비앤비히어로 등 숙박공유 누리집을 통해 숙소로 빌려준다. "사실 내가 하는 것을 공유경제라고 볼 수는 없다. 비어 있는 방을 나눈 게 아니니까. 직장 다니면서 따로 4채를 꾸리는 게 힘들어도 번 돈으로 여행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 정식 숙박사업자가 아닌 김씨는 숙박공유서비스로 번 돈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김씨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 흐름을 잘 포착한 사람이다. 공유경제는 한 개인만 쓰기엔 활용도가 적은 자원을 발굴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에어비앤비와 우버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8월 설립됐다. 3명의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치크가 자신의 거실에 에어매트리스 3장을 깔고 인터넷을 통해 투숙객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주말 동안 얻은 수익만으로도 월세를 낼 만큼 돈을 벌자 이들은 사업을 확장했다. 이제는 미국 내 4400여 곳 등 전세계 80만 곳의 숙소를 온라인으로 등록·검색·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선두주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사례는 공유경제의 이미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 채의 집을 임대해 경제활동에 나선 것은 '공유경제' 정신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우버 논쟁도 공유경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노는 자동차 아닌 리무진 업체와 계약
우버 논쟁은 지난해 8월 국내에 들어온 우버블랙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됐다. 우버블랙은 승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요청하면 고급 자동차를 보내줘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일반택시에 견줘 비싸지만 편안하다. 우버는 '공유경제'를 내세우면서,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자동차가 아닌 리무진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했다.
택시업계는 당연히 유사 택시사업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시도 7월21일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고발과 누리집 차단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택시의 경우 성범죄자 같은 전과자나 무자격자 등을 걸러내기 위해 택시 운수종사자 자격을 관리·감독하는 반면, 우버는 운전자를 검증할 방법이 없어 시민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안전뿐만 아니라 혁신과도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비슷한 모델이 있었다. 최근 이들이 각광받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다보니 집이나 자동차를 통해 추가 수입을 벌어야겠다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젊은 세대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품을 알아보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여졌다. 환경 변화와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한 거대한 변화도 시작 당시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폰이 그랬다. 애플의 수장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스마트폰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게 될지, 사람들의 삶을 바꿀지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성낙환 연구위원도 '공유경제, 소비자들의 롱테일 수요를 깨운다'는 보고서를 통해 "에어비앤비나 우버같이 일시적 공유모델의 회사들이 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은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 제품 판매를 중개하는 업체는 기존 제조업체의 역할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고, P2P 금융서비스인 조파(Zopa)는 은행의 대출 업무를 대체할 수도 있다.
우버는 이런 가능성 탓에 12억달러(약 1조2천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무려 182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 역시 100억달러로 대형 호텔체인 하이엇호텔(84억달러)을 넘어선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부동산을 소유하지도,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지도 않고 '단순히' 여행객으로부터 수수료만 받는데 말이다.
"80%가 거주하는 집의 남는 공간 활용"
공유경제가 심지어 자본주의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처럼 한국의 숙소를 인터넷을 통해 소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공유경제는 99%를 위한 우리의 경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8월27일 서울에서 열린 오픈넷 포럼에서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블로그를 하고 소비를 하면서 목소리를 냈던 과정이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모든 사람이 소비자가 아닌 주체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소비자로만 인식되던 일반 대중이 대기업 자본과도 경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다.
에어비앤비는 이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에어비앤비는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숙소의 76%가 주요 호텔 지역에서 벗어난 곳에 있고, 에어비앤비 이용자 매출의 절반은 그들이 머물고 있는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호텔이 밀집된 상업지역 대신 숙소가 제공된 동네 골목에서 돈을 쓴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 이용객들도 자신의 선택이 해당 국가의 지역 상권을 살리고 자본가들의 호주머니에 돈을 넣지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더 자주 숙박공유 서비스에서 지갑을 열지 모른다.
앞선 김씨와 같은 사례도 많지 않다고 에어비앤비는 밝혔다. 에어비앤비 본사는 <한겨레21>의 질문에 대해 전자우편을 통해 "에어비앤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집주인의 80%가 자신이 현재 거주하는 집의 남은 공간을 (숙박시설로)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공유경제가 자본주의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다수의 공감을 받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오픈넷 포럼에서 "현재 공유경제로 얘기되는 것들은 자본주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잘라 말했다.
"공유경제는 일종의 함정이다. 시장을 합리화하고 서비스와 직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좋은데, 벌써 에어비앤비에는 블랙마켓이 형성돼 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를 청소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제대로 주는지, 노동조건이 지켜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히 보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공유경제라고 착한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
금융자본 투자 받아 시장 확대
더구나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이 벤처캐피털 등 국제 금융자본의 투자를 받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공유경제에 도사린 모순이다. 국제 금융자본으로 만든 혁신이 과연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우버의 경우,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눈총도 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보다 많은 이익을 확보하는 데 신경 쓰는 일반 대기업 자본과 다를 바 없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공유경제의 한계는 분명하다. 우선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만 집중했다. 우버 역시 계약을 맺은 기사의 노동조건이나 처우, 안전 등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우버 앱에 로그인해서 열심히 일하면 기사 개인의 수입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설명뿐이다.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등의 규정이 없다.
결국 공유경제 기업의 현주소는 대체로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말한 것처럼 '기업들이 소셜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 중 하나에 가깝다. 대형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가 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집카'를 인수하는 등 기존 업체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났다 아니다, 불법이다 아니다를 따지기보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스타트업 기업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의 문만 닫고 있어서는 해결될 수 없다.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무엇이냐를 따지는 것이다. 논의의 진행 방향이 한국 스타트업 기업의 혁신을 막아서는 쪽으로 가서도 안 된다."
이완 기자wani@hani.co.kr
한겨레21 유사 택시업·숙박업 논란 계속되는 우버택시·에어비앤비…
현재는 효율적 자원 분배에만 집중하지만 또 다른 가치사슬 끊는 산업의 마중물이란 기대도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여행객에게 오피스텔을 숙소로 빌려줘 돈을 번다. 서울에 오는 여행객들은 온라인 누리집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김씨의 오피스텔을 소개받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김씨의 오피스텔 내부 사진을 들여다본 뒤, 마음에 들면 예약하고 신용카드로 온라인 결제를 한다.
지난해 초 김씨는 이 사업을 시작했다. 우연히 에어비앤비를 알게 돼 부업 삼아 투자를 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고궁, 서울 명동과 가까운 종로 쪽에 작은 오피스텔을 임대했다. 침대·식탁·냉장고 등을 갖추고 실내 사진을 찍은 뒤 에어비앤비 누리집에 집을 소개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일본·중국·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누리집에 들어와 평가를 좀 달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다른 이의 평가를 보고 결정하는 누리꾼의 심리를 노렸다. 처음에 한 달을 계약한 장기 손님이 온 것도 운이 좋았다. 김씨는 "예약이 꽉 차 있으니 인기가 좋은 집으로 인식된 것 같다"고 했다. 평가가 좋아 신뢰도도 높고 예약률도 높으니 에어비앤비는 김씨의 오피스텔을 세계 여행객에게 높은 순위로 추천했다.
돈을 벌기 시작한 김씨는 지난해 7월 오피스텔을 한 채 더 임대했다. 현재는 오피스텔 4채를 임대해 에어비앤비·비앤비히어로 등 숙박공유 누리집을 통해 숙소로 빌려준다. "사실 내가 하는 것을 공유경제라고 볼 수는 없다. 비어 있는 방을 나눈 게 아니니까. 직장 다니면서 따로 4채를 꾸리는 게 힘들어도 번 돈으로 여행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 정식 숙박사업자가 아닌 김씨는 숙박공유서비스로 번 돈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김씨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 흐름을 잘 포착한 사람이다. 공유경제는 한 개인만 쓰기엔 활용도가 적은 자원을 발굴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에어비앤비와 우버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8월 설립됐다. 3명의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치크가 자신의 거실에 에어매트리스 3장을 깔고 인터넷을 통해 투숙객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주말 동안 얻은 수익만으로도 월세를 낼 만큼 돈을 벌자 이들은 사업을 확장했다. 이제는 미국 내 4400여 곳 등 전세계 80만 곳의 숙소를 온라인으로 등록·검색·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선두주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사례는 공유경제의 이미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 채의 집을 임대해 경제활동에 나선 것은 '공유경제' 정신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우버 논쟁도 공유경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노는 자동차 아닌 리무진 업체와 계약
우버 논쟁은 지난해 8월 국내에 들어온 우버블랙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됐다. 우버블랙은 승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요청하면 고급 자동차를 보내줘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일반택시에 견줘 비싸지만 편안하다. 우버는 '공유경제'를 내세우면서,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자동차가 아닌 리무진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했다.
택시업계는 당연히 유사 택시사업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시도 7월21일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고발과 누리집 차단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택시의 경우 성범죄자 같은 전과자나 무자격자 등을 걸러내기 위해 택시 운수종사자 자격을 관리·감독하는 반면, 우버는 운전자를 검증할 방법이 없어 시민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안전뿐만 아니라 혁신과도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비슷한 모델이 있었다. 최근 이들이 각광받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다보니 집이나 자동차를 통해 추가 수입을 벌어야겠다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젊은 세대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품을 알아보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여졌다. 환경 변화와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한 거대한 변화도 시작 당시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폰이 그랬다. 애플의 수장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스마트폰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게 될지, 사람들의 삶을 바꿀지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성낙환 연구위원도 '공유경제, 소비자들의 롱테일 수요를 깨운다'는 보고서를 통해 "에어비앤비나 우버같이 일시적 공유모델의 회사들이 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은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 제품 판매를 중개하는 업체는 기존 제조업체의 역할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고, P2P 금융서비스인 조파(Zopa)는 은행의 대출 업무를 대체할 수도 있다.
우버는 이런 가능성 탓에 12억달러(약 1조2천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무려 182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 역시 100억달러로 대형 호텔체인 하이엇호텔(84억달러)을 넘어선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부동산을 소유하지도,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지도 않고 '단순히' 여행객으로부터 수수료만 받는데 말이다.
"80%가 거주하는 집의 남는 공간 활용"
공유경제가 심지어 자본주의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처럼 한국의 숙소를 인터넷을 통해 소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공유경제는 99%를 위한 우리의 경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8월27일 서울에서 열린 오픈넷 포럼에서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블로그를 하고 소비를 하면서 목소리를 냈던 과정이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모든 사람이 소비자가 아닌 주체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소비자로만 인식되던 일반 대중이 대기업 자본과도 경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다.
에어비앤비는 이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에어비앤비는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숙소의 76%가 주요 호텔 지역에서 벗어난 곳에 있고, 에어비앤비 이용자 매출의 절반은 그들이 머물고 있는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호텔이 밀집된 상업지역 대신 숙소가 제공된 동네 골목에서 돈을 쓴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 이용객들도 자신의 선택이 해당 국가의 지역 상권을 살리고 자본가들의 호주머니에 돈을 넣지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더 자주 숙박공유 서비스에서 지갑을 열지 모른다.
앞선 김씨와 같은 사례도 많지 않다고 에어비앤비는 밝혔다. 에어비앤비 본사는 <한겨레21>의 질문에 대해 전자우편을 통해 "에어비앤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집주인의 80%가 자신이 현재 거주하는 집의 남은 공간을 (숙박시설로)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공유경제가 자본주의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다수의 공감을 받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오픈넷 포럼에서 "현재 공유경제로 얘기되는 것들은 자본주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잘라 말했다.
"공유경제는 일종의 함정이다. 시장을 합리화하고 서비스와 직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좋은데, 벌써 에어비앤비에는 블랙마켓이 형성돼 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를 청소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제대로 주는지, 노동조건이 지켜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히 보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공유경제라고 착한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
금융자본 투자 받아 시장 확대
더구나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이 벤처캐피털 등 국제 금융자본의 투자를 받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공유경제에 도사린 모순이다. 국제 금융자본으로 만든 혁신이 과연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우버의 경우,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눈총도 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보다 많은 이익을 확보하는 데 신경 쓰는 일반 대기업 자본과 다를 바 없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공유경제의 한계는 분명하다. 우선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만 집중했다. 우버 역시 계약을 맺은 기사의 노동조건이나 처우, 안전 등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우버 앱에 로그인해서 열심히 일하면 기사 개인의 수입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설명뿐이다.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등의 규정이 없다.
결국 공유경제 기업의 현주소는 대체로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말한 것처럼 '기업들이 소셜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 중 하나에 가깝다. 대형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가 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집카'를 인수하는 등 기존 업체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났다 아니다, 불법이다 아니다를 따지기보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스타트업 기업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의 문만 닫고 있어서는 해결될 수 없다.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무엇이냐를 따지는 것이다. 논의의 진행 방향이 한국 스타트업 기업의 혁신을 막아서는 쪽으로 가서도 안 된다."
이완 기자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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