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5. 11:45ㆍ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잔여적 개념인가, 변혁적 패러다임인가?
양세진(소셜이노베이션그룹 대표, 행정학박사)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회자되는 개념이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의 시대정신으로 이해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사회주의 경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냐며, 불안한 혹은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사회적 경제’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의미를 가진 개념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복합개념으로서 ‘사회적 경제’를 단일한 의미로 정의(definition)내리기보다는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3가지 개념적 이해와 2가지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성운적(constellation) 접근을 하고자 한다.
1.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3가지 개념적 이해
먼저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3가지 개념적 이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사회적 경제를 자본주의 경제의 한계에 대한 잔여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견지하고 있는 관점이다. 1997년 IMF이후 한국 사회는 대량실업이라는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공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공공근로, 희망근로, 지역자활센터, 사회적 일자리 그리고 2007년 이후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마침내 2012년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서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주주가치 극대화와 무한이윤 추구를 위한 경쟁과 착취의 자본주의 경제의 거대한 흐름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배려의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를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조직의 형태로 이해하는 접근과 맞물려 있으며, 뒤에서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사회복지계의 이론적 실천적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개념적 이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많기에 굳이 나열하지 않겠다.
둘째는 사회적 경제를 자본주의 경제와 함께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한 구성요소로 보는 개념적 접근이다. 유럽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는 개념적 이해이다. 사람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거래와 교환의 시장경제와 거대 자본을 매개로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구분하면서, 사회적 경제를 시장경제의 한 요소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기원전 고대에도 경제활동이 엄연히 존재했으나 지금과 같은 금융과 거대자본을 매개로 한 대량생산과 소비의 자본주의 경제와는 분명 다른 구조를 갖고 있었다. 우리가 이해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장기 16세기로 표현되는 근대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 역사,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그 이전의 경제활동을 자본주의 경제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의 자마이니 교수는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에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갖는 시장경제와 수백 년의 역사를 갖는 자본주의 경제를 엄밀하게 구분하면서, 고대로부터 단초를 보이면서 중세이후 활성화된 연대와 협동에 의한 경제인 사회적 경제를 시장경제의 한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12세기 중세 유럽에는 규약공동체, 제휴공동체 혹은 결사체로서 꼬뮨(commune)이 등장한다. 이 당시 도시 지역들에서 상업 활동의 증가는 주변 농촌의 봉건 세력들과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던 상인 부르즈와지의 형성을 초래하였다. 이들 부르즈와지들은 봉건 영주들로부터 자신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자치권을 돈으로 사거나 저항을 통해 획득하였다. 자치권을 지니게 된 도시는 하나의 꼬뮨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농촌 사회였던 중세 사회에서 꼬뮨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적으로 제한된 몇몇 도시에서 성립되었다. 공동체로서 꼬뮨은 봉건 영주로부터 정치, 경제, 사회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저항이라는 의미와 시민성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중세 유럽의 꼬뮨의 형성은 시민의식의 형성과 맞물려 있다. 성숙한 시민성의 발전 위에 꼬뮨이 자리를 잡았으며, 꼬뮨의 성장을 통해 시민의식 역시 발전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정치, 경제, 사회 공동체로서 꼬뮨의 성장과 시민성의 발전은 상호 유기적이고 순환적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중세 유럽의 꼬뮨은 봉건 영주들의 가혹한 통치에 맞서 피통치자들의 연대를 상징하는 서약의식을 거행함으로써 성립되었다. 자치적인 공동체 구성을 목표로 했던 꼬뮨 운동은 자유를 갈망하던 도시 주민들을 광범위하게 결집하면서 유럽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지속되어왔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에는 꼬뮨의 역사위에서 협동조합을 발전시켜왔다. 프랑스의 협동조합은 1830년경 신용조합, 소비조합, 생산조합으로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노동조합과 깊은 관련을 맺고 발전되어 왔다. 1867년 협동조합에 관한 입법이 처음 시작된 프랑스는 모든 협동조합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으로서 ‘협동조합 정관을 위한 법’이 1947년에 개정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의 협동조합 법제의 개념 속에는 이탈리아나 영국과는 달리 전통적인 비영리•영리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주식회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형태의 협동조합을 인정하고 있고 그 사업에 있어서도 일반기업과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1985년 협동조합공통법의 개정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에 대한 내용을 별동의 장으로 신설하면서 협동조합의 경제활동을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면서, 자본주의 경제와 구별되는 시장경제의 한 영역으로 개념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적 이해를 <그림1>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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