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복지단체, 비영리 조직, 어떤 이름으로 불리우든 사회를 변화시키고 선한 일을 하는 조직들은 이제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넘어 좋은 일을 더 임팩트 있게 해낼 것을 요구 받는 시대입니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에 대한 논의가 아주 최근부터 조금씩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비영리 사업들의 임팩트를 어떻게 높여내고, 사업의 효과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그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와 실험들이 진행 중입니다.
오늘은 조직이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노력들 중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글에 앞서 저는 ‘한 조직, 혹은 조직 내부 구성원들만의 노력으로는 사회적 영향력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창출해낸 조직, 사회 혁신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러나 개별 조직, 개인들으로부터 문제 의식이 도출되고 액션이 시작되더라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단지 조직의 몇몇 구성원들이, 혹은 그 조직의 힘만으로는 변화를 성취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이나 개별 조직의 역량과 자원만으로는 점점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만족도 설문을 넘어 진정한 소통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이슈를 둘러싼 환경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슈 및 조직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영향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심층 깊은 소통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조직이 지난 경험에만 근거해 사업을 계획한다면 이슈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참여자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정형화, 관례화된 사업을 반복하기 쉽습니다. 또한 조직이 미리 사업을 계획하고 그 사업에 대해 지역 주민이나 참여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묻거나, 사업 전후의 만족도 평가 설문을 실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계획된 사업에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끼워맞추는 과오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업의 참여자, 이해관계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변화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해결해야 할 목표, 예측 가능한 결과가 무엇인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과의 토론과 합의를 거친 뒤, 사업이 출발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의 내용은 기획 단계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 지향하는 사회적 영향력, 즉 성취하고자 하는 변화이지, 사업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업의 성과를 output이 아닌 impact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 또한 사업의 과정으로 주요하게 인식하고,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만큼 많은 노력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사업의 효과성을 추적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도출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과 인터뷰, 조사 작업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사업의 기간, 예산과 자원 배분에 있어서 기획 단계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몇 가지 해외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진짜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YouthTruth
6년 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그들이 지원하고 있던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재단의 실무자였던 Fay Twersky은 학생들의 인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조사는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는 학생들과도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조사에 응한다고 자신들의 의견이 사업에 적용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그녀는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대대적인 프로젝트, YouthTruth를 시작합니다. 는 2008년 20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적용, 후에 28개 학군과 약 142,000명의 학생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교사와의 관계, 학교문화, 학생 참여, 학업성취에 대한 인식, 미래에 대한 대비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대해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YouthTruth의 설계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학생들로부터 실제적 반응을 얻어 학생들과 확실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YouthTruth는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응답해달라고 요청하며 비밀 보장을 약속합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조사 결과가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MTV에서 YouthTruth를 소개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보통 여러분은 시험을 치고 선생님이 피드백을 주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예요. 여러분이 선생님의 점수를 매길 차례예요.”
참여한 학교들은 학생들과 결과를 공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하겠다는 학교의 약속은, 단지 학교가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넘어, 학교 지도자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YouthTruth의 결과는 많은 개선 사항들을 제시합니다. 많은 학교들이 “이 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어른을 공경한다.”, “이 학교의 어른들은 대부분 학생들을 존중한다.”, “이 학교의 훈육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와 같은 문항에서 등급이 낮게 책정됐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활용하여 각 학군의 리더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그들은 훈육 관리 계획 재점검, 직원개발 프로그램의 질 개선, 학생들과의 쌍방향 의사소통 개선에 이르는 의사결정과정에 YouthTruth의 자료를 이용합니다. 어떤 학교들은 YouthTruth로 인해 실제로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일부 학교는 결과를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수정했고 일부 학교는 직원들의 시간을 재할당했습니다. 한 학교 교장은 “처음에 이 프로그램 역시 그저 구에서 운영되는 학생 조사이겠거니 했죠. 과거의 학생 조사를 통해 받았던 자료는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이 이렇게 실천 위주의 프로그램일지 몰랐습니다.”
커뮤니티 기반의 참여형 사례, 스페인 똘레도
또 하나의 사례는 지역 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 개발의 모델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한 스페인 똘레도의 Neighborhood Housing Services(NHS)입니다. NHS는 주택 문제가 심각한 똘레도 지역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Success Measure와 공동으로 주민 만족도와 지역 안전과 관련된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들은 길거리 설문과 핵심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거주 건물의 상태, 건물 허가 횟수, 이웃과 왕래하는 횟수 등을 조사했습니다. 또한 지역의 건강 상태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얻고,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그들은 주택의 질에 대한 시각적 평가를 포함하여, 지역에 대한 외부 인식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하고, 심지어 공공 장소에 대한 지역 이용율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 동안 각각 시간에 얼마나 주민들이 공공기관을 찾는지 직접 가서 참여 관찰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광범위한 조사 끝에 그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해 새로운 환경과 사실들을 파악하게 됩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 대다수의 주민들은 지역 주택 보유량이 적절하고 향상되고 있다고 느낀다.
- 주민들은 집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함을 느끼지만 저녁 시간 동안에는 안전에 대해 우려한다. 이는 정부가 ‘신속 대응’ 가이드를 선호하면서 정기 순찰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 주민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아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해 커뮤니티성 감수성이 존재하고 있다.
- 주민들은 새로운 세금 지원 도서관과 자전거 도로를 잘 이용 중이다.
- 주택 허가율이 증대하면서 주민들은 재산에 재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 많은 사람들은 새 혹은 기존 주택에 대한 투자가 지역의 주택 건설 환경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느낀다.
이렇게 발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어느 지역에서는 방범위원회가 설립되고 또 어떤 것들은 지역 정책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성과를 낳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택 안정화라는 NHS의 애당초 목표에도 긍정적인 성과를 남깁니다. 이러한 성공은 구체적인 지역적 맥락과 부합하는 평가 툴과 질적 지표를 선택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지역 프로그램을 만들 때 수집한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과 과정을 공유하고자 노력한 점이 그 성공 요소입니다. Success Measures의 Margaret Grieve와 Deborah Visser는 ‘잘 짜여진 참여형 접근 방식이 어떻게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 영역이 될 수 있는지, 다양한 층위의 정보들을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개방성, 정확성, 신뢰성을 이러한 과정의 핵심 요소로 꼽습니다.
이 사례는 사회적 영향력 측정의 측면에서도 동일한 측정 기준이나 경영 성과 지표가 아닌, 지역의 목소리와 현장을 반영하여 기준과 지표를 새롭게 개발한다는 점,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전에 지역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조사 작업을 촘촘히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지역 수요가 반영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 프로그램의 결과를 사전에 기획된 평가 지표에 의해 재진단했을 때 얼마나 지역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는지 비교 평가 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좋은 ‘참여형’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의 피드백은 어떻게 이용되는가
이해관계자 및 참여자의 의견은 사업의 전과 추진 단계, 이후 단계 모두에서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에 YouthTruth의 사례를 소개한 Fay Twersky, Phil Buchanan, Valerie Threlfall는 각각의 단계에서 다음과 같이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이 이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프로그램 전 단계
: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참여자의 관점을 반영함으로써 참여자의 필요, 선호도, 관심사, 기회 및 제약을 이해한다.
-프로그램 진행 단계
: 프로그램 진행 중일 때에는 참여자의 관점을 수렴할 수 있는 신속한 피드백 과정을 통해 빠른 조정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이후 단계
: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참여자 경험을 면밀히 조사해 프로그램의 효과성 여부와 프로그램의 성공 혹은 실패의 원인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들은 특히 프로그램 진행 단계에서의 피드백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참여자의 인식이 우리가 추구하는 장기적 결과를 위한 유용한 선행 지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선행 지표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들이 사망하고 학생들이 중퇴하는 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이후가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 중에 프로그램을 조정 및 개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참여자의 의견 수렴은 단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현명한 일입니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과 후도 중요하지만, 사업의 중간 단계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유연하게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사업 자체의 추친과 실행보다는 그 사업이 가져올 결과와 사회적 영향력에 더 주목한다면, 중간에도 얼마든지 프로그램의 수정 및 보완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로미터는 바로 이해관계자 관점입니다. Fay Twersky, Phil Buchanan, Valerie Threlfall는 말합니다.”참여자 관점은 프로그램의 실행력을 향상시켜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줄 미개발된 정보원입니다.”
이상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그들의 참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 많은 배울 점들을 남긴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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