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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라보는 교황의 시선을 읽다… 프란치스코 교황 대표저서 ‘천국과 지상’ 방한 기념 한정판 출간

종교/영성의 세계에서

by 소나무맨 2014. 8. 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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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라보는 교황의 시선을 읽다… 프란치스코 교황 대표저서 ‘천국과 지상’ 방한 기념 한정판 출간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

 

 

 

 

ㆍ추기경 시절 랍비 교수와 대담집
ㆍ종교부터 이혼·낙태 등 주제 광범
ㆍ종교 지도자·세계화 등 날선 비판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 관련 책이 쏟아지면서 교황 저서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교황의 저서는 그의 사상, 세상을 보는 가치관, 교회 운영방침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교황의 공식 문헌은 각 나라 천주교주교회의에서 출판한다. 교황이 신앙과 교리를 해설한 회칙인 <신앙의 빛>은 지난해 8월, 교황이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권고한 <복음의 기쁨>은 지난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출판됐다.

교황 즉위 직후 외신에서 교황의 대표저서로 소개된 <천국과 지상>(율리시즈)은 교황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시절 아르헨티나의 랍비 아브라함 스코르카 교수와 오랫동안 나눈 대화를 정리한 대담집이다.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로 출간됐던 이 책은 교황 즉위 이후 전 세계 15개국에서 지난해 6월 동시 출간됐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나왔다. 원제는 ‘Sobre el cielo y la tierra’로 영문판은 ‘On heaven and Earth’로, 한국어판 제목도 <천국과 지상>으로 번역됐다. 교황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서로, 출간 이후 천주교 서울대교구 인가 도서로도 지정됐다.


<천국과 지상>이 교황 방한기념 특별 한정판으로 4일 다시 나온다.

이 책은 교황과 그의 오랜 친구인 스코르카 교수 간의 대담을 29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스코르카 교수는 랍비(유대교의 율법학자)이자 생물물리학자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틴아메리카랍비신학교에서 성경과 랍비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2년 아르헨티나 가톨릭대학교는 스코르카 교수에게 랍비에게는 전례 없는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교황이 중동을 방문해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을 찾았을 때 동행했다. 두 사람은 그만큼 오랫동안 종교 간 갈등, 종교인의 태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눠왔다.

교황은 199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부교구장 주교가 되고 이듬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 됐다. 추기경으로 서임된 것은 2001년이다. 교황의 사상과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주교였을 때, 추기경이었을 때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의 대담은 하느님과 악마, 종교, 원리주의, 정치, 유대인 대학살 같은 민감한 주제뿐만 아니라 죄, 죽음, 노인과 여성, 이혼, 낙태 등 개인적 삶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종교가 다른 두 사람의 일관적인 태도다. 교황과 스코르카 교수는 시종일관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한다. 그러면서도 치열하고 솔직하게 토론한다. 교황은 서문에서 “저는 스코르카 교수님과 함께하면서, 한번도 가톨릭의 정체성을 양보한 적이 없습니다. 교수께서도 유대교 정체성을 양보할 필요가 없었듯이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존경심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종교 간의 대화를 이해하는 방식 덕분이었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스코르카 교수도 “추기경님과 함께하는 동안, 두 가지 가르침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대화의 중심 주제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교황은 덧붙인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존경도, 애정도, 우정도 시작됩니다.”


두 사람이 집중하는 문제는 ‘종교의 고립화, 세속화 현상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이다. 교황은 ‘스스로를 하느님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한다. “스스로 하느님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20세기에 국가 전체를 파괴했습니다. 터키 사람들이 아르메니아 사람들에게 그랬고, 스탈린 공산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그랬고, 나치주의자들이 유대인들에게 그랬습니다. 사람들을 살상하는 데에 신성함이라는 담론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오만한 자존심에서 비롯된, 정교한 방식의 살인입니다.”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그는 “독선은 자신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모든 거짓 예언자들과 잘못된 종교 지도자들을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사제를 포함한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 사제나 주교가 종교의 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교권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또 종교 지도자를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이라고 규정하고, 종교의 역할에 대해 “정의로운 종교, 종교적 정의는 문화를 창조한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세계화, 자본주의, 빈곤 등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세계화는 여러 국가를 노예화하는 수단일 뿐”, “사람들은 교회가 공산주의를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날의 통제되지 않은 경제적 자유주의도 마찬가지로 반대한다”, “빵이 없어서 혹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직업이 없어서 더 가난해지거나 극빈층이 되어서는 안된다” 등 교황이 즉위 이후 내온 목소리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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