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집 - 바티칸을 가다]“가난한 사람을 위해, 스스로 가난해져야” 교회개혁 최우선

2014. 7. 29. 18:16종교/영성의 세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집 - 바티칸을 가다]“가난한 사람을 위해, 스스로 가난해져야” 교회개혁 최우선

김근수 | 평신도 신학자·<교황과 나> 저자
 

ㆍ(3)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촉구하고 가난한 사람을 편드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얘기할 때 예수회,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 모국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사회 환경을 언급해야 한다.

루터와 츠빙글리가 주도하는 종교개혁운동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들이 가톨릭 내부에서도 나왔다. 예수회는 그 결실 중 하나다.

그러나 교황 바오로6세(재위 1963~1978)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의 교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인간이 만든 규칙을 깨고 오직 복음에만 순종하려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탄생한 새 교황 이름은 프란치스코였다. 교황 역사에 최초로 등장한 이름이다.

“브라질의 우메스 추기경은 나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곧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오르더군요. 나는 지난 세월 있었던 많은 전쟁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누구보다 평화를 앞장서 말했습니다. 그분은 가난, 평화,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대변자입니다. 가난한 교회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 어찌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월15일(현지시간) 로마 시내의 가톨릭 구호시설을 방문, 환영나온 사람들과 손을 잡고 있다. | AP연합뉴스


▲ 교황 역사에 첫 등장한 이름 ‘프란치스코’
개혁 강조하는 해방신학자 가장 많이 쓴 단어 ‘가난’

▲ 전쟁 반대·종교 대화 앞장… 사회개혁과 함께 교회·성직자 변화 강조
유럽중심주의도 비판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교황이 된 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가톨릭교회에 세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첫째, 교회는 가난해야 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둘째, 교회는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 셋째, 교회는 종교대화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가난한 교회라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먼저 한 일은 가난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아니었다. 성직자들에게 가난하게 살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자신이 가난하게 사는 모범을 보이는 일이었다. 교황은 오래된 중고 소형차를 타고 다닌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공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전용식당이 아니라 공동식당에서 사람들과 같이 식사한다.

교황이 그렇게 소박하게 살자 로마에 거주하는 성직자들 사이에 새로운 풍습이 생겼다는 사실을 바티칸 현지 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성직자들에게 필요한 제의, 도구 등을 파는 가게에서 저렴한 물품이 주로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직자들이 고급차를 소형차로 바꾸고, 해외여행을 줄이고, 고급식당 출입을 자제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많이 드는 교회 행사의 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남미 해방신학의 전통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한다. 해방신학은 가난과 싸우며 가난한 사람을 편들고 가난한 사람의 손을 잡는 신학으로, 사회개혁과 교회개혁을 함께 강조한다. 그런데 전임교황 때까지만 해도 해방신학은 눈엣가시 취급을 받았다.

가톨릭교회는 1963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신학에서 역사 개념의 등장, 성서에 대한 역사적 접근, 성서 중심의 교회 생활, 전례의 쇄신, 평신도의 적극적 역할, 세상에 대한 경험적 분석 방법 등은 훌륭한 결론이었다.

1978년 즉위한 폴란드인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사회개혁에 진보적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해외 방문을 통해 평화와 화합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역 교회를 통제하는 새로운 교황 정치를 선보였다. 그러나 교회개혁을 외면하고 해방신학자들을 탄압하면서 교회 내부의 보수주의는 오히려 강화됐다. 1980년 3월20일경 교황청은 엘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의 교구를 재배치할 것을 토의했다. 로메로 대주교는 대통령이 사제들과 평신도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을 파문한 바 있다. 3월24일 로메로가 우익 군인들에게 살해되었다. 1984년 교황청은 ‘해방신학의 일부 측면에 대한 훈령’을 발표했다. 교회 내 보수파들은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해방신학 탓에 교회가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가톨릭교회의 죄와 잘못을 고백하도록 촉구했을 때 아르헨티나 주교회의는 당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주도하에 군사정권 시절 가톨릭교회의 죄를 고백하는 문헌 ‘내 죄’를 발표하였다. “민주주의적 자유와 인권을 해친 사람들에게 너무나 너그러웠습니다. 많은 자녀들이 정치적 충돌, 자유의 말살, 고문과 감시, 정치적 박해와 사상적 강요에 참여한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을 교회의 전통으로 바라본다. “해방신학의 핵심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공의회 이후 나온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공의회 이전에 그런 점이 선포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공의회 이후 강조되었다는 뜻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아파레시다 문헌에서도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교황이 되고 나서도 ‘제3세계를 위한 사제운동’에 몸담은 신부들에 대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운 위대한 성직자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볼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온건 해방신학자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해방신학이 그리스도교에 준 가장 큰 선물은 ‘가난’이라는 주제를 회복시켜준 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이 신학의 여러 주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한다. 교황 취임 이후 그가 설교와 인사말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가난’이다.

그렇다면 교황의 구체적 개혁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는 교회와 사회 모두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교회개혁이 먼저다. 자아도취와 권위주의라는 안락함에 빠진 교회에 자신부터 변화시키라고 말한다. 교회 내 유럽 중심주의와 성직자 중심주의를 이토록 심하게 비판한 교황은 아직까지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하는 교회개혁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는 교황의 개혁 표어다. 여기에 ‘성직자들의 가난한 삶’을 덧붙일 수 있다. 교황은 자신의 삶에서 이미 가난을 실천하고 있다. 교회의 위기를 조직보다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성직자보다 신자들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 버릇이 가톨릭교회에 있다. 그러나 지금 가톨릭교회가 부닥친 문제 대부분은 개인보다는 조직에서 생겨났다. 신자보다는 성직자들의 탓이 더 크다. 조직의 문제, 성직자들의 문제가 교회개혁의 핵심이다.

가톨릭교회는 역사상 단 한번도 가난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난한 교회가 실제로 가능할까. 가톨릭교회에 가장 큰 유혹은 교회 내부에 보수주의를 강화하고 교회 밖에 사회개혁을 촉구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유혹을 이겨내고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