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 등 주요 권한을 틀어쥔 채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에 반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국가의 수준높은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 설사 달성한다 해도 사상누각이 될 것은 뻔하지 않은가.
실례로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내세워 주택 취득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득세는 시·도세다. 우리나라 전체 지방세 52조3000억원 중 13조8000억원에 달하고, 전체 시·도세 38조6000억원의 36.5%에 해당할 만큼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뻔한데도 정부가 취득세율을 낮춰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것은 중앙정부의 자가당착이다.
정부의 무상보육정책도 마찬가지였다. 무상보육은 엄연히 국가 사무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상태도 고려하지 않은채 정치권력의
복지정책 관철을 위해 밀어붙였고, 지방의 혼란이 컸다.
정부는 960여개 국고보조사업들에 대한 보조율을 낮춰 지방정부의 부담을 키운다는 원성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잦으면서 지방정부는 빚을 지고, 시급한 지역 현안을 미루기 일쑤다. 단체장들의 반발이 계속돼 왔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도 정부의 반지방분권정책에 대한 불만과 요구가 쏟아졌다. 시·도지사들은 이날 지방자치 정상화를 위한 지방분권 과제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는데,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율을 21%까지
확대하고, 지방세의
비과세·감면비율을 국세 수준까지 하향 조정하는 등 지방재정 안정화 조치를 요구했다. 취임 한 달도 채 안된 단체장들이 모여 내놓은 첫 공동성명서의 핵심이 지방 예산권 확보 문제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이번 광역단체장들이 성명에서 요구한 사항들을 새겨 듣고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의 예산을 제도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 지방재정분권을 확립하고, 또 지방정부를 중앙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창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단순히 중앙정부 정책을 통보받아 집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지방자치제도
성공과 국가경쟁력 강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지방재정분권을 대폭 개선하고, 중앙과 지방의 협력도 강화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