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육성만이 농업이 살 길
우리나라 농업은 전통적으로 가족농 중심의 소농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기업형 규모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 허용, 기업의 농지소유 완화, 새만금 같은 대규모 농지에 대기업이 농사짓게 하는 방법 등이다. 이는 다시 말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규모화, 집단화를 해서 기계화를 이뤄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고 농산물의 가격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자유시장논리에 근거한 주장이다.
그러나 규모화에 의한 경쟁력만 놓고 따진다면 선진 농업 강국보다는 결국 열세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농업의 규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세한 소농은 급속히 몰락할 수밖에 없다. 농업을 경제적·산업적 측면으로만 접근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국가적 손실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118만 농가 중 80~90%는 규모가 작고 영세한 소농 농가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농업·농촌의 가치를 경제논리로, '가족농'보다는 '대농' 중심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200여 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높기로는 선비만 못하고, 이익으로는 장사만 못하고, 편안하기로는 공업만 못하다'며 농사 문제를 '삼농'으로 역설한 이유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므로 더욱 그렇다. 이윤이 적어도 조상부터 이어 온 벼농사를 지으며 다원적 기능에 적극 동참하는 자는 '가족농'이다.
그리고 올해는 유엔(UN)이 정한 '세계가족농업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amily Farming)'다. 가족농은 지역사회 구성과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자치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가족에 의해, 주로 가족의 자본과 노동력에 의한 농업방식인데 다국적 독점자본과 기업농이 세계의 먹거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가족농·소농의 역할과 협업화 조직화 등 그 발전 전망과 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UN이 가족농에 초점을 맞춘 것은 농촌지역의 빈곤과 가난 해소, 식량안보와 영양개선, 생활방식 개선, 자연과 환경보전,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는데 가족농과 소농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유엔이 가족농을 들고 나온 것은 경쟁과 독점 규모화 일변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는 식량을 비롯한 인류의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세계적으로도 농업의 대세는 가족농(Family farm)이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이고 영국·프랑스·미국 등 대농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약 220만 개 농장 중에서 가족·개인경영이 85%로 대부분이 가족경영이다. 가족농이란 경영의 주체가 가족이며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 대부분을 가족노동력으로 조달하는 농업경영을 말한다. 가족농은 경제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소농(독립자영농민)의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농이란 '가족의 손으로 경작할 수 있는 것보다 크지도 않고, 또한 가족을 양육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도 않은 농장'을 의미한다. 이는 농업인에 대해 경제 외적인 제한이 있었던 봉건사회로부터 자본주의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영국·독일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난 농업경영 형태로서 가족농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가족농은 경영규모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과 같이 자본주의가 성숙한 시대에도 농업의 대세는 가족농일까. 바로 농지 때문이다. 농장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농지 구입이나 임차가 필수적인데 거기에는 큰 어려움이 내재해 있다. 거래를 통해 한곳에 모이도록 구입 또는 임차한 후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내야 규모의 경제가 생기는데, 이는 공장이나 상점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번거로운 과정이다. 또 농가의 농지경영 규모 확대 속도에 비해 농기계 성능 발전 속도가 훨씬 빨라 고용노동력이 거의 필요 없게 되고, 가족 노동력만으로도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UR 이후 한국 농업을 지탱해 온 기본은 가족농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농업인들의 끈기와 피땀 어린 노력,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참아낸 인내심이 지금의 한국 농업을 지켜낸 근원이다. 지금까지의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온 우리 가족농은 이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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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외국의 거대 수출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현실에서 미국이나 호주와 겨룰 수 있는 규모 확대가 가능한가?각 지역에 분산된 건강한 소규모 가족농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가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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