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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민이 자치를 점령하라

시민, 그리고 마을/로컬 파티

by 소나무맨 2014. 6. 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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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자치민이 자치를 점령하라

2014년 05월 27일 (화) 이광재 작가 APSUN@sjbnews.com
자치란 무엇인가? 자치는 노동, 교환, 소비, 문화, 정치, 행정 등 사회 각 부문에서 지역적 삶의 양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자치는 본질적으로 통치에 대립되며 저항한다. 자치는 누군가가 독점하는 권력을 자치민이 스스로 점령하는 일이다. 자치는 대의민주주의의 영역과 대의의 권한을 줄여 시민권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겨우 지역 행정의 장과 자치의원을 갖게 되었을 뿐 자치에 관한 한 아직은 수준이 낮다. 지역검사장과 지역경찰청장 등 지역주민 선출에 관한 자치사법은 논의조차도 없다. 그래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반쪽이다. 그 반쪽자리 자치도 사실상은 국가의 하도급 자치에 불과하다.

지방선거란 무엇인가? 지방선거라는 투표행위는 수백 가지 자치행동의 하나일 뿐이다. 행정은 지역사회의 공적인 일을 대리하는 사회서비스 기관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치 영역 중 행정의 장과 행정의원을 뽑는 것이 자치의 전부인 양 이야기한다.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그것은 지역 행정의 장에게 지역민의 삶을 통째로 맡기라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건 자치가 아니라 타치다. 자력갱생이 아니라 타력갱생이다.

사람의 삶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노동이다. 따라서 자치행동의 가장 큰 영역은 노동의 양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맞는 노동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1원 1표의 주식회사에 고용되는 임금노동을 할 것인가, 1인 1표의 사람중심 협동노동을 할 것인가? 누군가의 손에 이윤이 독점되는 경제를 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 주민의 필요를 충족하는 경제를 할 것인가? 대자본에 의한 자본기업농을 할 것인가, 소농과 가족농 중심의 농업을 할 것인가? 국가식품클러스트에 대기업 식품회사를 들여와 전통의 손맛을 없애고 지역농업을 대자본식품회사에 수직계열화 할 것인가, 아니면 식품클러스트를 소농과 가족농 중심의 농민식품클러스트로 채울 것인가?

진안군의 논밭을 합한 면적에 해당하는 새만금 농업용지를 대자본기업에 장기임대하고 FTA농업보조금을 주어 결국 지역 농민과 농촌을 죽이는 자치를 할 것인가? 그게 이른바 자치의 진행방향이라면 삼성에게 농사를 지으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농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지 몰라도 농민과 농촌은 죽는다. 당신이 선택하는 후보의 ‘농생명산업 발전’ 공약이 혹 ‘삼성이 농사짓자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금융이 실물 경제의 몇 배에 이르고 나라 빚이 4,000조 가까운 세계 4강의 빚공화국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왔다고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수탈경제를 공약으로 거는 이는 누구인가?

출마자들은 저마다 중앙에서 예산을 더 많이 가져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스스로 지역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이 없으니 국가에 통사정해 돈을 많이 가져오는 게 최고라는 철학이다. 자치경제의 무능력을 스스로 입증한다. 이는 자치주의가 아니고 국가주의다.

전북인구 300만을 공약으로 거는 후보가 있다. 180만 인구로 잘 사는 길은 없다는 것인가? 인구가 늘어야 잘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왔는가? 전주 완주 통합을 주장하는 후보들이 있다. 영토의 크기가 삶의 크기인가? 전주 중추도시를 주장하는 후보가 있다. 광주가 광역시로 독립하면서 전남은 더욱 가난해졌다. 전주가 광역시로 독립하면 전북은 더 오그라든다. 광주광역시의 시민은 전주시민보다 지금 행복하고 잘 사는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이 부민강민(富民强民)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내 삶을 대리인에게 맡길 수 없다. 직접 행동해야 한다. 선출된 도지사가 새만금 농업용지를 대기업에 분양하려 할 때 지역 농민은 새만금 농업용지를 점령해야 한다. 국가식품클러스트에 대기업이 들어올 때 곰소 젖갈, 고창 복분자, 순창 고추장, 부안 바지락죽, 장수 사과, 무주 머루와인은 국가식품클러스틀 먼저 점령해야 한다. 단체장이 버스공영제와 무상대중교통을 차일피일 미루면 버스를 돈 내지 말고 시민이 먼저 타야 한다. 무임승차로 벌금이 나오면 시장이 내게 해야 한다. 전통문화전당이 텅 비어 있다. 전주시가 무슨 결정을 하든 문화예술인이여, 가서 점령하라. 전주가 광역시로 독립하려 하거든 나머지 시군은 전주를 점령하라.

1894년 5월 동학농민군은 전주부성을 점령했다. 집강소는 농민의 자치권력이었다. 당시 김학진 전라감사는 전봉준에게 자리를 내주고 협력하였다. 집강소가 설치된 호남에서는 관민상화(官民相和)의 정신에 입각해 자치가 꽃을 피웠다. 도민이여 타치를 거부하고 자치로써 도청을 점령하라. 자치시민은 말한다. 단체장과 의원은 따르라. 180만 시민봉준이여, 자치를 점령하라.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우리가 얻을 것은 자치요, 잃을 것은 타치뿐이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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