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밀착된 자치경찰제 도입해야

2014. 6. 4. 08:44시민, 그리고 마을/치안 자치

“지역 주민과 밀착된 자치경찰제 도입해야

C.W. POLICE(운영자) | 조회 1666 |추천 0 | 2014.01.02. 07:08

 
▲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소속 기마단. 제주자치경찰단 제공

“행정자치와 교육자치, 의회자치는 다 있는데, 경찰자치(자치경찰)는 언제 되나요?”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의 말이다.

국가공무원으로서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을 부딪히며 근무하는 일이 도통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어느정도 근무를 하며 적응 좀 됐다 싶으면 승진과 전보 등의 인사와 맞물려 타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돼 왔던 ‘자치경찰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경찰공무원의 소속이 국가건, 지방자치단체건 각기 장ㆍ단점이 있겠지만, 지역주민의 재산과 생명, 안전을 최일선에서 보호하는 경찰관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지방자치에서 빠진 경찰
지난 1995년 6월27일 처음으로 지방단체장과 의회의원을 선출하는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부활됐다.

올해 역시 6월4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선거 때 마다 행정이니, 의회니, 교육이니 하며 사회 곳곳에서 자치(自治) 운운하며 수장이나 의원을 뽑기에 혈안이 된다.

특히 지난 1999년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우리는 지방자치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행정과 교육, 문화, 소방 등의 분야에서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있다.

일각의 논란 속에서 지방자치는 주민 편익을 증진하고 행정의 효율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의 행정령이 강화되면서 국가경쟁력도 강화됐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역연고 기초한 봉사ㆍ민주성ㆍ중립성 인사행정 안정 장기근무 가능 장점
주민-경찰 접근성 높아져 비리ㆍ공권력ㆍ부당행사 직접 감시 자치경찰제 시행 제주특별자치도
공항인근 교통질서 문란 호객행위 근절 관광지 기초질서 확립 긍정적 효과

그러나 주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치안 서비스, 그 최일선에 위치한 경찰은 여전히 국가가 담당하고 있다.

물론 지방으로의 이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지난 2006년 7월1일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극히 제한된 일부 사무만을 담당하고 있어 진정한 자치경찰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현재 치안 분야의 지방자치는 말그대로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경찰행정의 분권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기본 이념으로 지역주민의 선호와 기대, 지역환경에 적합한 치안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치경찰이 정부와 지자체, 여당과 야당, 학자 간 이해관계 등이 뒤엉켜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형상이다.

급기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최근 자치경찰 사무검토와 함께 각 자치단체들의 의견수렴에 나서 자치경찰 실현의 기대를 불러 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4년 상반기 법제화 추진 후 2015년 확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로드맵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경찰 내부 뿐만아니라 정치권이나 학계, 정부 곳곳에서 여전히 통합의견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도입에는 찬성
초기 자치경찰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던 경찰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학계 모두 자치경찰제 도입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경찰행정 자체가 지역의 치안수요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공공서비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과 중앙이 해야만 되는 것을 분야별로 나눈 다음, 지방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방 책임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이 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도 경찰 내부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자치경찰제 도입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즉,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에 자치경찰제 도입에는 찬성하는 것이다.
현재 경찰행정은 수사와 경비, 보안, 정보, 교통, 방범 등으로 나눠져 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지역주민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분야가 교통과 방범이라 말한다.
수사와 경비, 보안 등의 분야는 탈 지역적인 경우가 많은데 비해, 교통과 방범은 지역주민이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치안 서비스라는 것이다.

이에 국가경찰은 수사 등을, 자치경찰은 교통과 방범 등에 집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자치경찰제를 시행 중인 제주도 역시 자치경찰단이 환경과 보건 외에 교통을 담당한다. 지방경찰청은 수사와 경비 등의 포괄적 업무를 맡고 있다.

지역 경계 없이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경찰이, 지역주민과 밀접한 교통 등은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식이다. 

   
▲ 경찰이 지역 아동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제공

■ 도입 방법은 혼란
자치경찰제 도입에는 이견이 없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견해차가 크다.

각 이해당사자들의 견해차가 크다보니 안전행정부와 자치단체간의 단일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광역행정구역 개편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현재 팽팽히 맞서고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기초자치단체(수원시 등) 별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광역자치단체(경기도 등)에 자치경찰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모두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들 자치경찰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범위와 권한에 있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방법 논란은)자치경찰에게 광역적 사무 권한을 줄 것인가, 아니면 지역적 사무 권한만 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라고 분석했다.

자치경찰의 사무 권한 범위에 따라 도입 단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치경찰에서 탈 지역적인 범죄 수사나 정보, 외사, 보안 등을 맡아야 한다면 광역자치단체에 도입돼야 한다”면서도 “반면 지역에 한정된 교통과 방범, 경비 등이라면 기초자치단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밝혔다.

결국 국가경찰이 광역적 경찰사무를 자치경찰에 위임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라는 뜻이다.
광역단체에 자치경찰이 소속돼야 한다는 이들은 수사권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치경찰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초단체에 자치경찰이 소속돼야 한다는 이들은 자치경찰은 지역주민을 위한 교통과 방범 등의 직접 체감 가능한 치안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이같은 도입 단위 논쟁에는 자치경찰의 조직과 기관 형태, 인사권, 국가경찰과의 관계, 자치단체장의 관여 범위, 예산 등 수많은 현안도 포함돼 있다.

도입 단위에 따라 경찰행정 사무배분과 재정문제, 독립된 수사권 등 조직운영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 광역이냐, 기초냐
자치경찰을 광역단체 수준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토의 협소성,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 취약성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황우 동국대 명예교수는 “경찰행정의 관여를 담보할 수 있도록 광역자치단체, 즉 시ㆍ도지사 소속 형태로 자치경찰기구를 설치하고, 자치경찰기구를 합의제 행정기관(지방경찰위원회)과 집행기관(지방경찰청)으로 두면 기동ㆍ광역화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고 균질의 치안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의사 및 지역특성을 반영하는데에는 어려움과 한계도 있다는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반면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광역적인 치안 수요에 효율적인 현행 국가경찰제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지역교통과 지역방범 등 지역주민 생활중심의 치안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공권력 집행 약화ㆍ공조관계 무뎌지고
자치단체간 갈등으로 치안공백 우려

분야별 지방자치 홍수속 경찰만 제외
광역행정구역과 개편 맞물려 ‘세월만’

내년 법제화 추진 등 로드맵 제시에도
이해관계 뒤엉켜 실현가능성 미지수
예산지원ㆍ자율성 국가ㆍ지자체 협력 필요

김기현 부천YMCA 사무총장은 “시ㆍ군ㆍ구의 보조기관으로 자치경찰을 설립해야 한다”면서 “지역주민이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치단체장의 책임을 높이기 위해 기초단체가 직접 자치경찰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규모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초단체에 일선 경찰서 규모로 자치경찰기구를 설치, 자치단체의 인구와 업무량, 재정력 등을 기준으로 자율적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초기 인력은 국가경찰의 이관 및 별도 공채로 확보하고, 기초질서단속 기능직 공무원과 청원경찰, 공익근무요원으로 지역주민과 밀착된 치안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역주민에게 근접한 치안 서비스가 용이하고, 지역주민에 대한 대응성 제고 및 지방행정의 종합적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역적 치안 수요에 대응이 미흡하고 재정편차로 인한 치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치단체 간 상호갈등으로 치안공백이 벌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모두 도입하자는 방안은 행정의 효율성이나 경찰사무의 성격상 큰 무리는 없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모두 자치경찰소관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지방경찰청과 경찰서를 운영한다. 국가경찰은 중앙에 경찰청만 운영한다.

하지만 지휘와 감독권한에 따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양영철 제주도 행정학과 교수(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는 “현재 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가 각 기초자치단체와 연계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 확보가 용이한 반면, 경찰이 각 자치단체에 혼재됨으로써 기능 중첩과 역할 갈등 등의 비효율성을 초래, 국가 전체의 치안역량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치경찰제의 명과 암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상당하다.
자치경찰제는 기본적으로 재원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국가와 지방이 경찰 예산의 분담할 수 있어 각종 치안인프라 구성에 있어서 유리하다.

또 중앙에 예속된 조직이 아닌, 독립된 조직이기에 효율적 운영과 개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관리자도 1~2년 거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 정통한, 지역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할 수 있다. 인사행정이 안정됨에 따라 장기근무가 가능, 주민치안에 더욱 매진할 수 있다.

경찰공무원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므로 치안유지의 책임감이 커진다. 지역주민 역시 기존 차갑고 냉철한 경찰공무원이 아닌 따뜻하고 세심한 경찰공무원의 모습에 호감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획일적이지 않고 지역실정에 맞는 적절한 치안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지역주민과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비리나 공권력 부당 행사에 대해 주민이 직접 감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다.

공권력의 집행력 약화와 각 경찰기관의 상호협조가 무뎌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는 만큼 일반 행정 부속물로 여겨질 가능성도 있다. 많은 예비경찰력을 보유하기 어려워 기동성 등에 약점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지방정치권의 관여다.

자치단체 책임자가 경질되면 경찰간부도 이동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자치행정의 폐해가 심하면 경찰부폐도 초래될 수 있다. 인사에 대한 지방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해 경찰간부 통제력이 떨어지면 지휘와 감독이 곤란해 진다. 근무기강에 따른 치안공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자치단체 규모가 작다보면 승진기회가 줄어들어 사기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유능한 수사관과 같은 전문인력을 보유하기도 어려워 진다. 자지경찰간 지역 형평성과 경찰자질에 대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의 종주국이라 일컬어지는 영국에서는 국가와 자치단체 간의 협약을 통해 자치경찰의 자율성은 보장하면서도 국가가 보충적인 개입(예산 등)이 가능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자치경찰제란?

자치경찰이란 국가경찰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경찰유지의 권한과 책임, 즉 경찰조직권과 경찰인사권, 경찰경비부담권을 자치단체가 가지는 경찰을 칭한다. 지방분권적 경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치경찰은 국가에 소속된 국가경찰과 달리, 자치단체에 소속돼 지역주민에게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국가경찰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역주민을 위한 법 집행 등 자치단체가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국가경찰은 강력한 집행력과 전국적으로 통일된 인사 및 조직관리, 법령의 집행 등 경찰조직의 능률성과 효율성이 장점이다.

반면 자치경찰은 지역실정에 적합한 치안활동, 장기적인 재직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봉사의식과 같은 민주성과 중립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 중인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치경찰제가 도입된 이래 제주국제공항에서의 교통질서문란과 호객행위 등이 근절됐다.

또 산지천일대 등 관광지에서의 기초질서가 자치경찰을 통해 바로 세워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이미 특별사법경찰 업무로 두고 있는 분야(보건, 환경 등)에 교통만 추가한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자치경찰이 청원경찰과 별반 다르지 않아 자치경찰단과 지방경찰청간 효율적인 업무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인력이나 예산 그리고 권한 면에서 한 없이 부족, 자치경찰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 예로 자치경찰이 일반 형사범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 주차위반 등의 스티커 발부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단속현장에서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일어나도 국가경찰을 불러서 해결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