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랜드 연구소는 오늘날 미국의 안보전략 및 지구적 이슈를 연구하는 글로벌 싱크탱크(think-tank)로 유명하다. 미래학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예측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방법론인 시나리오 기법과 델파이 기법이 모두 이 연구소에서 고안되었다는 점에서 현대 미래학 연구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 기법은 미래의 가능성을 추론하면서 생성되는 복수의 시나리오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이고, 델파이 기법은 여러 전문가(experts)의 집단적인 의견과 지식을 수렴해 하나로 통합하면서 미래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원래 이 연구소는 1946년 미 공군의 'RAND 프로젝트'의 형태로 시작돼 1948년 헨리 아놀드 장군, 도날드 윌리스 더글라스 주니어 등에 의해 정식으로 창립되었다. 민간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만든 비영리적 연구개발 기관으로 출발해 처음에는 주로 미 공군에 연구 및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점점 미 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와도 파트너십을 확대했고 사설재단이나 국제기구, 통상기구와도 협력관계를 넓히면서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에는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국제적인 연구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게임이론과 미분기하학 분야를 연구해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포브스 내시(John Forbes Nash Jr., 1928.6.13.~ )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도 나와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잘 알려져 있다.
랜드연구소의 업적은 무엇보다 시스템 분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이 연구소는 미 공군 소속 아놀드 장군의 제안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연구 성과가 컴퓨터 및 인공지능 분야와 연계된 우주 시스템 분석, 미국 우주프로그램 등에서 많이 나왔다. 초창기에는 냉전시대 미국의 전략수립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안보문제, 미국의 군사전략 뿐 아니라 테러리즘·보건·지정학·교육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연구결과를 냈다.
랜드연구소는 현대적 미래예측의 방법론을 만들어낸 것은 물론이고 획기적 발명을 통해 현대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기도 했다. 날씨나 길을 알려 주는 위성항법장치(GPS)는 이 연구소의 버즈 앨드런의 연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PC는 폰 노이만이, 인터넷은 폴 배런이 고안한 것이다.
오늘날 랜드연구소는 에너지, 노동시장, 환경, 기업경영, 정보정책, 위기관리, 재난예방, 인구문제, 과학기술, 사회보장, 교통문제 등 지구적 현안에 대한 거의 모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974~1982년에는 건강보험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중요한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략문제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05년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랜드연구소 연구의 절반 정도는 국가안보문제에 관한 것'이다.
현재 랜드연구소는 약 1,6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연구기관이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 모니카에 위치한 본부를 비롯해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영국의 케임브리지, 벨기에의 브뤼셀 등 국내외 다섯 개의 주요 도시에 걸친 연구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2008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간 예산은 약 2억 3,000만 달러(한화 약 3,200억 원) 규모이다. 랜드연구소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은 '연구 및 분석을 통해 정책과 정책결정의 개선을 돕는다(To help improve policy and decision making through research and analysis)'이다.
연구소 창립 후 60여 년 동안 랜드연구소는 3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은 랜드연구소 소속이거나 아니면 연구소의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수상자 리스트를 보면, 랜드연구소의 창설자인 헨리 아놀드 장군,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 중성자탄을 발명한 새뮤얼 코헨, 『역사의 종말』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시나리오 기법의 창시자 허먼 칸,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헨리 키신저, 군사전략가 앤드루 마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 등 미국 지성을 대표하는 두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랜드연구소는 무엇보다 전략적인 미래예측을 과학적 방법론으로 정립한 최초의 연구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대적인 미래연구는 랜드연구소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랜드연구소의 미래예측 선구자들은 이후 각자 독자적인 연구소를 설립해 미국의 미래학을 이끌어갔다. 허먼 칸은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를, 올라프 헬머는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를, 데이비드와 마빈 애델슨은 시스템개발연구소(System Development Corporation)를 만들었고, 시어도어 고든은 1971년에 미래연구를 비즈니스에 접목시킨 미래전략그룹(Future Group)을 설립했다.
랜드연구소에서 처음 기법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래예측은 1960년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전 세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헬머와 고든은 미래예측 기법을 이용해 미래예측 게임기인 '퓨처(Future)'를 개발했고, 허먼 칸은 자신이 설립한 허드슨연구소를 중심으로 시나리오 기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바텔연구소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손꼽히는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 역시 미래예측 기법의 발전에서 큰 역할을 했다. 원래 SRI는 스탠포드 대학의 신탁하에 1946년에 지역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혁신센터로서 만들어졌다. 시나리오 기법의 대가인 피터 슈워츠, 아놀드 미셸 등이 이 연구소 출신이며 그들은 SRI를 랜드연구소에 필적하는 권위 있는 연구소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980년대 들어 'SRI의 세 까마귀'라는 별명이 붙은 폴 호킨, 제임스 오길비, 피터 슈워츠는 공동연구로 미래예측 기법을 활용해 1990년대의 기술, 경제, 시장의 미래상을 대담하게 묘사했다.
SRI의 연간예산은 2006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3억 800만 달러 규모이고 본부는 캘리포니아 주 스탠포드 대학 근처 멘로 파크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커티스 칼슨(Curtis Carlson) 박사가 CEO를 맡고 있다.
유럽에서는 1970년 덴마크에서 OECD 사무총장 및 재무장관을 역임한 토르킬 크리스텐센에 의해 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라는 초대형 연구기관이 설립되었다. 스웨덴에서는 1973년 총리실 산하에 미래전략을 연구하는 미래연구국(Swedish Secretariat for Futures Studies)이 창설되었다가 이후 1988년에 미래연구소(Swedish Institute for Future Studies)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