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의 현실과 정치의 과제”(5월 3일) 참관 후기
2014. 5. 14. 05:50ㆍ시민, 그리고 마을/로컬 파티
녹색당 l http://kgreens.org/72670 |
5월 3일, 세 번째 녹색당 정책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한국 농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타개할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한국 농업의 현실이야 아사(餓死) 직전과 다름없으므로 크게 논할 거리도 없을 거라는 애초의 내 생각과는 달리, 현실을 보는 시각도 발표자(발제자 2명과 토론자 3명)에 따라 크게 달랐다. 특히 나머지 네 분의 발표자와 달리,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연근 선생(내일신문 기자, 한국농업기자포럼 간사)의 경우 우리 농업의 현실을 보는 시각 자체가 전연 다르지 않았나 여겨진다.
어쨌든 이번 정책 포럼의 전체적인 상황을 간단히 스케치하자면 이랬다.
예정된 대로 5월 3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7시 정각에, 약 40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포럼이 시작됐다. 변홍철 공동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포럼은, 두 분의 발제자(백승우 녹색당 정책위원과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의 발제(“녹색당의 관점과 문제의식” / “농정혁신, 어디로 가야 하나”)가 약 1시간 정도 이어졌고, 이어서 세 분의 토론자(최재관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운동 네트워크 대표, 정연근 내일신문 기자, 박기남 아산의제21 사무국장)의 토론이 1시간 정도, 그리고 약 30-40분 정도 종합토론을 한 뒤 마무리되었다.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40여 명이나 되는 분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토론회 자리였다고 느껴졌다.
사회를 맡은 변홍철 선생이 포럼 서두에, 지금까지 진행된 녹색당의 지역 순회 농업 간담회에서 정리된 다섯 가지 한국 농업의 중요 포인트(농지보전, 농가소득제고, 식량자급률확보, 생태순환농업, 소농)를 열거한 뒤, 곧바로 백승우 선생의 발제가 있었다. 백승우 선생은 농업의 현실보다는 정치적 과제에 집중된 발표를 했다고 여겨지는데, “농민의 이익이 곧 나(국민)의 이익으로 인식될 수 있는 단순 명쾌한 대항이데올로기의 형성과 확산, 이를 바탕으로 한 대항 주체의 형성. 이것이 한국농업과 관련한 녹색당의 정치적 과제”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터이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진도 선생의 경우, 발제문에 있는 내용보다는 부탄에 다녀온 경험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특히 중앙권력의 교체보다는 지역에서 우리의 고민이 시작되고 일어나길 바란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지정토론자 세 분의 토론이 이어졌는데, 우선 최재관 선생은 지금까지의 농민 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그것이 이미 바뀌고 있음을 지적했는데, 예컨대 농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만 농민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먹는 소비자(시민)들도 농민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광우병 촛불에서 봤듯이 그런 식의 운동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생산하는 농민만의 농민운동이 아니라 국민을 등에 업은 농민정치운동이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정연근 선생은 서두에 언급한 대로 크게 다른 현실 인식으로 발제자들을 비판함으로써, 토론 분위기를 열띠게 해주었다. 농업을 일컬어 ‘산업’이라고 표현한다거나, 기존의 농정의 성과와 성취를 깡그리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한다거나, 심지어 농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어야 하며 농업도 다른 선진국(?)의 예처럼(‘썬키스트’를 대표적으로 일컬었다) 수출하는 농업이어야 한다고까지 하였으니, 이런 시각이라면 우리 농업을 보는 게 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긴 하다. 때문에 자칫 무미건조할 뻔했던 토론의 분위기는 업(up)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박기남 선생은 발표자 중 유일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도농교류를 실천하는 시민으로서, 또한 충남 아산이라는 곳에서 지역 활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여러 유익한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농업문제와 에너지문제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주었다. 이후 다시 발제자와 토론자 상호간의 종합토론이 있고, 몇 분의 청중 발언도 들은 뒤, 시간의 제약 때문에(약 9시 30분 경) 공식적인 포럼을 끝냈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이기도 하고 약간 설레면서 올라간 발걸음이었는데, 이날 포럼의 전체적인 인상을 말하라 한다면,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꽤 유익한 자리였다는 느낌도 없었다. 왜 그럴까? 형식의 제약(당연히 시간도 그렇고) 탓이 아닐까? 약 두세 시간 안에 다섯 분(원래는 여섯 분)의 발표를 들어야 하는데, 진지하게 얘기하기엔 너무 촉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시간에 쫒겨 자기 발표만 하면 거개 토론회가 끝나고 만다. 그냥 발표만 듣는 자리라면 모르겠지만, 모름지기 포럼이라 이름 붙였다면 이런저런 입장이 충돌하고 이에 대해 얘기(토론)를 하다 상이한 입장이 조정되거나 혹은 더 나은 입장이 도출되기도 하는, 그런 자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 싶다. 여하튼 그런 바람이 있었으니 그날 포럼이 미진했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힘이 되었던 건, 농업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나는 청중이 한 10여 명 정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40여 명이나 되는 분들이 애써 찾아와 귀를 쫑긋하며 두세 시간의 시간을 함께 한 것이다. 그 자리에 함께 한 김종철 선생의 말씀처럼, 녹색당에서는 단기적인 성과가 있든 없든 당분간 이런 정책 포럼을 꾸준히 지속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게 쌓이다 보면, 그게 녹색당의 저력이 되지 않을까.
사족으로 한 마디 덧붙이면, 박진도 선생의 발제는, 녹색당의 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 왜 녹색당으로 들어오시지 않는지 궁금하다. 아니 반대로, 박진도 선생이 그 발제문의 내용처럼 당을 만들거나 기존 정당 중에 그런 정당이 있다면, 난 그 쪽으로 전향할 수도 있을 듯한데(공식 포럼이 끝난 후, 박진도 선생이 술을 대접해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꼭 이 때문에 박진도 선생에 대한 사족을 다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정책 포럼을 준비하느라 애써준, 정책위원회와 사무처 일꾼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간단히 후기를 맺는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녹색입니다(녹색당)!”
정책 포럼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 이런 스티커를 휴대폰에 붙이고 계신 분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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