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민들과 함께 '녹색 전환' 이루겠다"
2014. 5. 14. 05:49ㆍ시민, 그리고 마을/로컬 파티
"춘천 시민들과 함께 '녹색 전환' 이루겠다"
[인터뷰] '동네 정치'에 발 내딛는 강원녹색당 박설희 운영위원장14.03.19 11:47
최종 업데이트 14.03.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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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설희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 | |
ⓒ 성낙선 |
박설희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이 춘천시에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춘천에서 녹색당 당원으로,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해오다 이번 6·4지방선거를 통해 자신의 활동 공간을 정치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강원도에서 녹색당 후보가 선거에 출마하는 건 박 위원장이 처음이다. 박 위원장은 '동네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는 포부다.
박 위원장이 처음에 막연하게나마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4대강사업' 때문이다. 처음부터 꼭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4대강에서 비롯된 문제를 바로잡고, 그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거리 집회에 참여하는 것 말고 무언가 다른 방식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정한 국책 사업을 중단시키는 데, 거리 집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그때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녹색당'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녹색당 안에서라면, 무언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위원장이 녹색당을 택한 건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 선택으로 박 위원장은 더욱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박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치는 다른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녹색당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박 위원장은 '지역'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이나 밀양송전탑 건설과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국가 정책을 바로잡는 데도, '지역'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국가 정책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고유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폭력적인 국가 권력으로부터 '마을'과 '동네'를 지켜내는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그 방법이 결국에는 이 세상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까 박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치는 순전히 마을과 동네를 위한 것이었다.
춘천은 박 위원장이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살아온 곳이다. 서울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 뒤에는 다시 춘천으로 돌아와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으로,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주민들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당이 녹색당이라는 걸 보여줄 생각이다. 비록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이 동네 정치에 한정돼 있긴 하다. 하지만, 박 위원장 생각에 동네 정치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지역 주민들의 삶은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역주민들이야말로 정치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돼 있다.
박설희 위원장이 '초보 동네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정치를 펼쳐 보일지 궁금하다. 다음은 지난 7일 춘천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박설희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내가 녹색당에 가입하게 된 계기 "4대강 때문이다"
▲ 박설희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 | |
ⓒ 성낙선 |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게 된 지 1년 정도 됐다. 그리고 지역 활동에 관심이 생기면서, 시민단체인 춘천여성민우회에서도 일하고 있다.
녹색당원으로 일하면서 '녹색지역 강좌'를 2년가량 운영했다. 그 강좌에서 강원골프장 반대, 먹을거리 안전 문제, 삼척원전 반대 운동, 생협 이야기, 농촌농민 이야기, 지역 여성 운동, 노동 운동 등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면서 지역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춘천녹색당이 제안해 소비자단체와 학부모단체들과 함께 대책위를 꾸려 강원도교육청에 '방사능 안전 학교급식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했다. 시민들과 함께, 방사능 오염 식재료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 제대로 된 검사기기를 구입하고 방사능물질 검수 체계를 잡아보자는 취지였다. 그 후 도교육청에서 대책위가 참여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 이번 6.4지방선거에 춘천시 시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시의원에 출마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춘천에서 살았다. 그러다 대학원에서 '문화 연구'를 전공했다.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다.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하는 생각으로 다시 춘천으로 오게 됐다. 춘천으로 오기 전에, <녹색평론> 독자들과 모임을 가진 게 계기가 됐다. 그분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4대강 사업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 문제로 2011년 당시, 거리 집회가 많이 열렸다. 나 역시 그 집회에 참여했다.
4대강 사업은 국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국책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 자체가 폭력적이었다. 나로서는 국책 사업이 벌어지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공간의 다양성과 고유성들이 사라지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4대강 사업은 반드시 막아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집회를 하고 계속 반대를 하는데도 변하는 건 없었다. 한계를 느꼈다. 무언가 다른 방식의 반대 운동이 필요했다.
녹색당에 관심을 갖게된 게 그 무렵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데 녹색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녹색당에 가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서 무언가, 지역을 지켜내는 토대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했다.
그것이 폭력적인 국가권력으로부터 마을과 동네를 지켜내는 일이고, 그것이 곧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이었다. 시의원 출마는 녹색당 당원으로,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배운 것들을 좀 더 잘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하게 됐다."
- 녹색당 소속 정치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녹색당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지역에서 활동해 보니까, 다른 정당들은 핵발전소나 방사능 오염 식재료 같은 문제에는 별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방사능은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학교 급식 재료로 사용하는 식재료들이 방사능에 오염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치인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문제는 결국 녹색당이나 시민단체가 앞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올해 초 도의회에서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책정했다 삭감한 일이 있었다. 그 일로 도의회에 피켓 시위를 하러 갔다. 그런데 거기서 도의원 한 분이 '정치는 전문가에게 맡기지, 정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나'라는 소리를 들었다. 정치는 무슨 특별한 분들이 하는 게 아니다. 그 분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의회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찾아보면, 녹색당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 작은 정당 소속으로 선거 출마를 결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출마를 결심하는 데 장애가 됐던 것은 없었나?
"내가 시의원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듣고,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걸림돌이라고 할 만한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은 지역에 녹색당 당원들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희가 조직이 있나, 재정은 있나'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당원들 중에서도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녹색당은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때는 지역녹색당 당원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원들은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당원들 중에는 '강원녹색당이 지역 정치에 뛰어들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었다.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나가야 한다'는 분도 있었다. 그와 반대로 '정당이라면 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당원들 간 의견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후보 승인은 당원 총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뒤에 비밀투표를 거쳐 결정됐다. 강원녹색당 안에서는 내가 첫 번째 선거 출마자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강원녹색당 차원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는 의미도 있다."
"금융 취약 계층에게 최소한의 경제 안전망을..."
▲ 춘천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두 공동대표, 활동가와 함께. 사진 왼쪽에서부터 손영옥 대표, 박설희 운영위원장, 정윤경 대표, 최정희 활동가. | |
ⓒ 성낙선 |
-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춘천시도 상당히 보수적인 지역 중에 하나다. 이런 곳에서 녹색당 소속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출마하는 지역이 보수적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면도 있다. 우리 지역은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최다 득표를 했다. 2순위 득표자는 야당 소속이었다. 그런 걸 보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주민들은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 그런 주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내가 새로운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독거노인, 군인, 농민, 장애인 등 여러 계층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녹색당이 가지고 있는 정책이 꼭 필요한 지역이다.
우리 당원 중에 한 분이 '가난한 집 잔치는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결국 돈 안 드는 선거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펼치는 선거는 당원들과 그밖에 여러 지지자들이 함께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다. 선거 운동 방식도 주민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데 치중하려고 한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녹색당을 새로워하고 궁금해 하는 걸 볼 수 있다."
- 선거 공약은 어떤 사안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현재 구상 중인 대표 공약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공약은 무엇보다 당원들의 의견을 충실히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내가 제시할 대표 공약으로 에너지 자립과 복지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주택 태양광과 태양열 시설을 지원하는 문제, 그리고 재생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지역 화폐'를 활성화해서, 지역 내 자산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하게 만드는 일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다.
춘천시의 보육 사업에 보완할 점들이 많다. 엄마와 아이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예산을 적절하게 집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어린이집'과 '지역 아동센터'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하나 '금융상담 복지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금융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서민 계층에게 부채와 재무관리 상담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최소한의 경제 안전망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 최근까지 '강원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준)'를 결성하는 일을 해왔다. 네트워크를 통해 하려고 했던 일은 무엇인가?
"송전탑이 문제가 되고 있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서 환경 시민단체, 종교 단체, 정당 등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한다.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이라든가, 6차 전력 수급계획 등에 따르면 앞으로 더 많은 발전소와 송전탑이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아직 송전탑 건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지역이 있다. 그런 지역에서는 아직 싸움이 구체화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발전소가 늘어나는 한, '밀양'과 같은 지역은 앞으로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런 지역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될 것들이 분명히 있다.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강원도에서는 횡성의 생태보존연구소 생태 서식지 위로 송전선이 지나간다. 대책 마련이 필요한 곳이다. 삼척의 옥원리에도 화력발전소 때문에 송전선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밀양에서 일어나는 일이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 춘천시 시의원 예비후보자로서 춘천 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녹색당이 춘천시의회에서 '소금정당'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녹색당에는 오랜 시간 초록 정치를 고민하고 풀뿌리 주민 운동을 다져온 분들이 모여 있는 정당이다. 작은 정당이지만, 나름 상당히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춘천 시민들과 함께 '녹색 전환'을 이루고 싶다. 녹색 전환은 이웃들과 함께 소박하고 유쾌하게 사는 삶, 함께 사는 사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골고루 존중받는 삶을 지양한다. 녹색 전환에는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박설희 위원장이 말하는 녹색당 |
녹색당은 2012년 3월에 창당했다. 박설희 위원장 말에 따르면, 녹색당 창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2011년 3월 11일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경향이 있다. '반핵'과 '환경보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녹색당은 지난 4.11총선에 참여한 결과, 정당 득표율이 2%를 넘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녹색당은 그 후 2012년 10월에 '녹색당더하기(녹색당+)'라는 이름으로 다시 창당했다. 그리고 올해 1월에 녹색당 이름을 되찾았다. 녹색당은 풀뿌리당원이 중심이 돼 지역분권, 직접민주주의, 소통과 과정을 중시하는 등 다양한 민주적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남성 당원보다 여성 당원 비율이 더 높다. 전체 당원의 33%가 35세 이하인 젊은 정당이다. 당 대표나 지역 위원장은 여남 동수로 뽑는 게 원칙이다. 대표를 한 명만 두어야 할 때는 여성으로 한다는 규정도 있다. 지역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겨, 지역당 이름을 '녹색당 강원도당'이 아닌 '강원녹색당'과 같은 방식으로 부르고 있다. 녹색당 최고 대의 기구인 대의원대회를 구성하는 대의원은 100% 추첨제로 뽑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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