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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클리닉] Small t 가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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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맨 2014. 4. 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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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클리닉] Small t 가 뭐에요

삼성스포츠|입력2014.04.28 11:31|수정2014.04.28 11:33

 
[강북삼성병원] 다음은 스트레스 클리닉에 내원한 K 과장의 말이다.

"저희 부서의 L 부장님은 당신 뜻과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소리부터 지릅니다. 이제는 그 분이 제 이름을 부르시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머리가 하얘져서.. 아는 것도 생각이 안 나고, 이전에 잘 했던 일도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저희 부서에는 L 부장님 때문에 저처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일까?

911테러, 대구 지하철 화재, 그리고 최근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어 이제는 상식화 되어버린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병명에 대해서는 모두 아실 것이다. PTSD는 전쟁, 재난, 사고, 성폭행과 같은 충격적인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고 난 뒤 이로 인한 후유증 - 재경험, 자극 회피, 긍정적 인지ㆍ감정을 느끼지 못함, 과각성 등 - 으로 사회, 직업, 기능 상 손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예컨대, 얼마 전 P대리는 운전을 하다가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면서 조수석에 있던 동료가 죽었다.. 자신은 목숨은 건졌으나, 이후 7개월이 되는 현재까지 자동차 자체를 못 타고, 교통사고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악몽으로 잠을 못 자며, 과다하게 긴장하여 깜짝깜짝 잘 놀라는 증상이 계속 되었다.. 일에는 집중이 안되고 이전과 달리 웃음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 라고 하면 전형적인 PTSD로 진단한다. 이 질환은 적절한 현실감을 갖고 한 개체(인간)의 생을 영위하게 하는, 인지ㆍ감정의 사령탑인 뇌(brain)가 엄청난 파워의 펀치를 맞고 휘청대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 때 경험한 펀치는 너무나 끔찍하여 뇌신경 생리에 교란이 일어나고, 기능 변화를 초래한다. 뇌 부위별로는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amygdala)가 과활성화되고,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가 위축되며 우리는 현대 과학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PTSD의 개념은 최근 변화, 확장기를 거쳤다. 즉, 엄청난 재난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간접 노출, 학습하는 경우에도, 또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도 PTSD에 준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관리해주어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된 것이다. 이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경험이나 사건'에 의한 외상은, 'small t trauma'라고 하여, 상대적으로 기존의 천재지변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에 의한 외상 'big T trauma'와 구별한다. Small t 에는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놀림 받은 경험, 부모로부터 애정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과잉간섭 받은 경험, 폭언이 오가는 근무 환경 등 수많은 일상 스트레스가 이에 속하며, 이런 부정적인 경험들은 그 당시의 감정과 더불어 그대로 뇌에 저장되어 지속적으로 성인의 현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리가 하얘지는 고도의 불안증상을 보인 상기 예문 K 과장의 뇌에도 이러한 small t trauma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상처 회복을 위한 치료를 진행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침 툭하면 소리지르고 화를 내던 상기 예문의 L 부장이 얼마 전 스트레스 클리닉에 내원한 것이다. 지속적인 두통과 불면증으로 힘들어 하다가 한 번 와 봤다 했다. 스트레스 평가에서, 임원 임용을 앞두고 업적을 내고 싶은데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신경이 곤두서 있고 가끔 욱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았으나, 자신의 감정이나 언행,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심층면담으로 어린 시절부터의 경험을 나눠 보니, 매우 강압적인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못 받고 자랐고, 기분파인 어머니는 반응에 일관성이 없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몰라 힘들어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도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로부터 각각 어떤 상처를 받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과거 상처(=small t)가 현재 자신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이를 다루는 법을 알게 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본인을 다른 각도로 아낄 수 있게 되었고, 두통과 불면증은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상기한 K 과장의 말로는, L 부장의 소리 지르던 증상이 없어졌고, 인상도 많이 편안해 보이신다고 했다.

'사나운 사람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 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의도하든 하지 않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므로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사람이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고루하게 들릴지 모르나, big T 든 small t 든 또는 더 작은 상처인 '(통용되는) 스트레스' 든 간에 상처를 치유하는 법은 오로지 '사랑' 뿐이다. 이 넓은 우주와 긴 역사 속에서 나의 위치를 바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나를 진정으로 품어 주고 사랑해야 내 주변인들과 회사와 사회도 올바로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상처가 치유되고 내 삶이 행복하게 된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할 뿐이다. 문득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다.

칼럼니스트 : 윤형근(기업정신건강연구소)

Daum 라이프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정신건강 시리즈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한 마음건강 지침서!

출처 : 오늘 내게 인생을 묻다
저자 : 강북삼성병원, 삼성스포츠단
출판사 :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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