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브래드 스톤 지음·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 21세기북스 | 440쪽 | 1만8000원
이 세상 상품의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의 경영 철학과 성공 신화, 아마존의 성장사를 정리, 분석하고 있다.
늘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 아마존은 한국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등 유통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공격적 특성을 가진 아마존이 어떤 식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쇼핑 문화 등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째로 바꿔놓은 아마존은 1995년 7월 설립됐다. 월스트리트 출신인 베조스와 부인 매켄지 베조스, 엔지니어 등 3명이 실리콘밸리에서 숱한 신화를 낳은 여느 정보기술(IT) 기업처럼 조그마한 창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설립 20년을 앞둔 아마존은 이제 책은 물론 음반, 전자제품, 가구, 의류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소비재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많은 콘텐츠 기업을 인수·합병한 데 이어 제3자 판매, 클라우드 서비스, 킨들 제조,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인수 등 사업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많은 우려를 뛰어넘어 아마존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IT버블, 세계적 금융위기 등 난관도 헤쳐나왔다.
재미있는 건 최고의 경영자로 꼽히는 베조스가 이끄는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아마존이 유명세와 달리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만 해도 39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아마존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 오히려 아마존의 시장 가치는 높아질 정도다. 언론인인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껏 존재한 회사들 중 가장 수수께끼 같은 매력 있는 기업”이다.
책은 아마존의 성장 비법이자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으로 고객 중심, 장기적인 안목, 창조를 든다. 사진은 영국 밀튼 킨즈에 있는 아마존의 물류센터. ⓒ데이비드 르빈 | 아이바인 | 레덱스
책에서 베조스가 밝힌 “아마존의 진실”, 즉 아마존의 성장 비법이자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고객 중심, 장기적인 안목, 창조다. “대부분의 회사는 고객이 아닌 경쟁자에 집중한다. 또 2~3년 안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에 투자하기를 원해 그 기간에 잘되지 않는다 싶으면 다른 사업거리를 찾아나선다. 대부분 회사는 또 창조하기보다 근소한 차이로 창조자를 따라가기를 선호한다. 그편이 안전하니까. 하지만 아마존은 진정 고객 중심적이고 진정 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진정 창조를 즐긴다.”
그의 경영 철학 뿌리는 미국 시애틀 유니언호 남쪽에 자리잡은 아마존 총사령부 데이원노스 건물 로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근처 검은 명판에 흰 글씨로 쓰인 글은 간단하다. ‘여전히 많은 물건은 계속 발명되고 여전히 새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리라. 인터넷의 위력을 우리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그저 거대한 미래의 첫날(Day 1)일 뿐. -제프 베조스’. 회사 이름을 ‘카다브라’에서 ‘아마존’으로 개명한 데서도 그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아마존은 그냥 세계에서 가장 큰 게 아니라 두 번째로 큰 강보다 몇 배나 크다. 다른 강들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책에는 흔히 ‘제프이즘’으로 불리는 베조스의 어록들, 그 누구보다 혹독하고 냉정한 직원 관리, 가족사 등 다양한 일화가 실려 그의 다양한 면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회의 보고자료를 만들 때 파워포인트나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6페이지 산문 형식으로 쓰는 등 독특한 사내 문화도 소개한다.
아마존에 대한 저자의 성격 규정도 흥미롭다. 저자는 “지난 사업 이력과 인간관계의 족적을 살펴보면 아마존은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교사와 (돈과 권력을 위해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치하는) 용병의 강력한 결합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베조스는 “저는 언제나 용병이 아닌 선교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