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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온라인 서점을 살리는 새로운 시도 ‘속살 큐레이션’

경제/공유경제

by 소나무맨 2014. 3. 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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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온라인 서점을 살리는 새로운 시도 ‘속살 큐레이션’

Posted: 18 Mar 2014 07:00 PM PDT

날개 꺾인 온라인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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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출판계에 길이 남을 사건이 발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 아래 온·오프라인 서점 관계자,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책 할인 폭을 최대 15%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동안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인 도서정가제 관련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최재천 민주당 의원 발의)이 순조롭게 통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그동안 온라인 서점이 가졌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가격’이라는 날개를 잃게 됐으며 그로 인한 온라인 서점의 내림세가 예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을 마냥 반대할 수도 없다. 그동안 대형 온라인 서점의 상대적 이점이 낳는 Sale 정책에 따라 중·소 서점들은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따라서 법률의 도입은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온라인 서점은 그 옛날의 영화를 그저 고궁의 터를 바라보는 씁쓸함으로 기억해야만 하는가? 오늘 필자는 온라인 서점의 재기를 꿈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부활을 꿈꾸는 온라인 서점, 무기는 큐레이션+⍺

본격적인 아이디어의 논의에 앞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프로세스를 한 번 살펴보자, 대개 우리는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책의 제목, 작가 그리고 책의 출판사에서 디자인까지 책 속에 품고 있는 컨텐츠보다는 이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충분히 숙지하고 난 후에야 책의 내용을 살핀다. 이 정도 선에서 책을 고른다면 어느 정도 책을 고를 줄 아는 독자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이 책은 베스트 셀러니까 분명 좋은 책일 거야’ 혹은 ‘남들이 다 읽는 유명한 고전이니 나도 이 정도는 읽어야 해’ 등 자신이 아닌 타인의 가치관이 개입된다면 그 책은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며, 이해하기도 힘들뿐더러 최악의 경우에는 책과 관련된 흥미를 앗아가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트랜드 인사이트의 매거진 Micro&Market에서 하나의 주제로 선정해 이야기했던 큐레이션이 이러한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어떤 책이 자신에게 맞을지 모르고 여러 껍데기에 현혹당해 번번이 책 선택의 실패를 경험하는 독자들에게 큐레이션은 한 줄기 빛과 같을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혹자는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해볼 법한 큐레이션에 누구도 쉽게 생각해내지 못할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것은 온라인 서점의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아래의 사례들로부터 얻을 수 있다.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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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TV에서는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것은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에 대한 배경지식, 외모 등 모든 정보를 배제한 채 오직 본인들의 등 뒤에서 마이크에 혼을 실어내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만을 듣고 평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2010년 The Voice of Holland라는 이름으로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뜨거운 관심 속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또 다른 예로 최근 기아 자동차에서 실시했던 ‘K3 DISEL’의 성능 테스트가 있다. 이 테스트는 두 과정으로 진행되었는데 기아자동차의 K3 모델과 그 경쟁 자동차 2종을 눈으로 보지 않고 오직 시동 소리만 들어 가장 좋은 엔진 소리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안대를 낀 채 세 대의 자동차를 시승해보고 엔진 소리와 진동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두 부분 모두 기아자동차 K3 모델의 승리였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평가자가 평가대상의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비교하고자 한 대상의 본질 그 자체만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한 번씩 들어봤을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어봅시다!”라는 대사가 위 사례들을 한 마디로 표현해줄 수 있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이 사례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는 바로 ‘감춤’이다.

  •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오직 나만 믿을 뿐이다. ‘Uncov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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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을 현혹하는 모든 정보를 내려놓고 오직 책 그 자체만을 보고 고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Uncovered’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E-Book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흔하디흔한 앱이 다른 전자책 앱과 다른 점은 책을 선택하면서 보통의 앱들과 차별화된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Uncovered의 사용 프로세스는 이용자가 선호 장르, 문체·줄거리의 선호 스타일, 책을 읽는 목적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적절한 책을 큐레이션 해주는데, 단순히 책을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의 이름, 작가, 출판사, 표지 등 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차단한 체 책의 일부분만을 발췌해서 독자에게 제공한다. 이용자는 이를 통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해당 책의 발췌 부분을 읽고 오롯이 독자의 마음에 드는 책만을 골라서 구매할 수 있다. 

I  속살 큐레이션
기존의 큐레이션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좁혀진 대상을 감추고 오직 그 본질만을 공개함으로써 선택을 이끌어내며
사용자의 능동적 취향까지 존중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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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큐레이션+감춤을 ‘속살 큐레이션’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책을 고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독자들은 단순한 큐레이션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인기 도서를 따라 고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큐레이션 된 책 중 구매할 일부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똑같이 기존의 책을 고르는 프로세스를 따라가야만 하며, 이는 그 선택폭은 줄었지만 역시 수동적인 선택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큐레이션에 ‘감춤’이라는 장치를 더 한다면 양질의 컨텐츠에 오직 이용자의 기호와 가치관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위 사례의 앱에서는 오직 속살 큐레이션을 통해서만 책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굳이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으로 책을 고르고 싶지 않은 독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온라인 서점에서 이러한 니즈를 가진 독자들은 모바일 앱 이상일 것이고, 이는 수많은 고객이 경쟁 서점으로 이탈하는 악영향을 낳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는 프로모션 마케팅 혹은 일반 도서 구매방법과 병행해서 필요에 의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원하는 대상자들에 한해 부분적용한다면 중복 및 추상적인 큐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질문이 좀 더 구체적일 필요도 있다. 

 

온라인 서점에 적용된 속살 큐레이션, 누구에게 소구될 것인가?

1. 아직은 책이 낯선 초심 독자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처럼 속살 큐레이션은 책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 본인에게 어울리는 책이 무엇인지 쉽게 찾지 못해 책의 본질보다는 껍데기에 현혹돼 책을 읽는 독서 초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간략하게 정리된 본인의 희망 사항을 바탕으로 수많은 책 속 진짜 본인에게 필요한 책, 맛있는 책을 큐레이션 받고, 추천된 책들의 발췌분들 중 본인이 끌리는 책을 선택할 수 있다.

2. 책과 친숙한 베테랑 독자

책을 잘 모르는 초심자에게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줬다면, 이미 책을 어느 정도 읽어 자신이 선호하는 문체, 스타일을 충분히 아는 베테랑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일로 독서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이들이 평소에 읽던 스타일의 책을 찾을 때는 굳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독서에 질려 새로운 방향의 책들을 보길 원하는 이들에겐 또 다른 신선함을 제공할 수 있다.

 

속살 큐레이션,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속살 큐레이션 서비스,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기 위해 크라우드 소싱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DB가 운영진에 의해 구축되는 것이 아닌 해당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물론, 책의 평가에 동참한 고객들에게는 마일리지와 같은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어야겠다. 이렇게 구성된 DB는 많은 사람의 평가로 구성된 만큼 운영진에 의한 일방향적 DB의 큐레이션보다 공신력 있을 수 있으며, 이용자 입장에서도 내가 만드는 서점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추가로 얻어갈 수 있는 마일리지로 인해 지속적인 고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날개 꺾인 온라인 서점에 새로운 날개가 될 수 있는 속살 큐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분명 온라인 서점은 인터넷의 접근성과 다양한 도서를 진열함에 따라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법률이 도입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고객 이탈이 피할 수 없게 된 지금, 속살 큐레이션은 온라인 서점의 또 다른 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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