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아마존(www.amazon. com)에 등록된 책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는 두 달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경험했다. 11월 초 '나도 이 책을 좋아하고 싶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서평이 발단이었다. "부정확한 엉터리"라는 혹평과 더불어 별점(★·다섯 개 만점) 한 개를 붙였다. 사지 말라고 뜯어말린 것과 같다. 그 독자의 이름이 더 맙소사였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부인 매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IT 전문기자 브래드 스톤(Stone·사진)이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에 대해 쓴 이 평전은 12월에 명예를 회복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골드만삭스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뽑힌 것이다. 번역 출간을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스톤은 아마존 사모님이 묻힌 '얼룩'에 대해 "서평에 놀랐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비판하거나 아첨하려고 쓴 게 아니다. 그런데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은 고객에게 늘 긍정적으로 비치려고 애쓴다. 내 책이 그들이 좋아하는 화법에서 좀 벗어나긴 했지만 아마존 내부를 비롯해 도처에서 호평을 받고 용기백배했다."
―아마존은 부정적인 품평을 허용하는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 그게 왜 혁명적이었나?
"구매 버튼 바로 옆에 서평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이 보기엔 위험한 짓이었다. 나쁜 평이 달린 책을 누가 사겠나? 하지만 제프 베조스는 단순히 책을 파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요긴한 정보를 주고 싶어했다. 그것이 아마존을 믿음직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왜 아마존을 다뤘나?
"구글·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쓴 책은 많다. 그런데 우리가 읽고 쇼핑하는 방식을 바꾼 아마존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해주는 책이 없었다."
―아마존은 올해로 스무 살이다. 당신이 파악한 '아마존 철학'은?
"아마존은 세상에 있는 모든 물건을 판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손에 쥐여준다'가 아마존 철학의 핵심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기억'한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당신이 거기서 뭘 검색했고 그것을 본 사람은 또 무엇을 훑어봤는지 눈앞에 보여준다. 단골처럼 배려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책은 이제 옷·손목시계·전자제품·구두 같은 상품의 하나다.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발명과 실험에 관한 내 열정을 이야기가 있는 신문을 되살리는 데 쓰겠다"면서 워싱턴포스트도 인수했다.
―제프 베조스의 웃음소리를 '교미하는 코끼리물범 같기도 하고 전동공구 같기도 하다'고 묘사했다.
"직원들은 그 웃음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아 움찔 물러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무장해제시킨 후 벌을 주기 때문이다. 베조스에겐 또 스티브 잡스처럼 힘든 현실을 희망적으로 왜곡하는 설득력이 있다. 직원들은 발표할 내용을 6쪽짜리 산문 형식으로 써야 한다. 베조스는 그것이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보다 까다로운 상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갑(甲)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도 받는다.
"대형 할인점은 지역 소매상을 궁지로 몬다. 아마존이 다른 것은 영세업체도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주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와 같다."
―올해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예상된다. 한국의 관련 업계라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아마존은 도처에 있고 싶어하니까 한국 시장에 들어가고야 말 것이다. 소비자는 준비할 게 없다. 아마존은 할인에다 많은 옵션(선택지)까지 제공할 거다. 업계가 대항하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뭔가를 줘야 한다."
마지막에 스톤은 동네 서점을 이야기했다. "아마존이라는 공룡과는 가격 경쟁이 안 된다. 소비자가 그 책방들의 폐업을 원하지 않는다면, 작은 서점에서 돈을 써야 한다. 그들은 아마존이 줄 수 없는 인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당신의 이웃이니까."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2013년 말 현재 전국 서점은 2331개라고 밝혔다. 2003년엔 3589개였다. 10년 사이 1258개(35%) 서점이 문을 닫았다.
['아마존…'은 어떤 책]
英 언론 "최고의 경영서"… 아마존 사모님은 ★한 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지음|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21세기북스|440쪽|1만8000원
아마존이 1995년 창립부터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어떻게 성공 신화를 일궜는지 전모를 밝힌다. 저자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가족, 전·현직 임직원을 인터뷰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사람들은 아마존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베조스의 빨간펜 아래 살아남은 글귀들로 이뤄진 전설을 들은 것뿐"이라고 썼다.
아마존은 '고객 중심'이다. 베조스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jeff@amazon.com)로 온 편지를 모두 읽는데, 불만이 담긴 메일은 맨 위에 물음표만 추가한 뒤 해당 중역이나 직원에게 전달한다. 가능한 한 빨리 자초지종과 문제의 원인을 조사해 베조스에게 답해야 한다.
아마존은 일상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수백만 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충동적인 소비를 하고 디지털 제품은 몇 초, 일반 제품은 3~5일 만에 배달해 즉각적 욕구 충족이라는 예술을 완성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책을 2013년 최고의 경영서로 선정하면서 "베조스의 성격과 인간적인 면을 잘 포착했다. 세상을 뒤흔들고 싶은 이들의 필독서"라고 평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